주간동아 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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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 100억 회사가 ‘SK그룹’을 지배하는 까닭

지주회사 개편으로 총수 지배 강화…3월 말 현재 86개 계열사 거느려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1-07-25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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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금 100억 회사가 ‘SK그룹’을 지배하는 까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7월 초 최근 4년간(2007~2011년) 15대 재벌(민영화한 공기업 포함)의 계열사 수가 472개에서 778개로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경실련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투자를 늘린다는 목적으로 출자총액제한제 등 재벌의 경제력 집중 규제 정책을 철폐하면서 계열사 수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신규 편입 계열사의 업종 또한 중소기업이 많은 분야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15대 재벌 가운데 가장 왕성한 식욕을 과시한 그룹은 포스코. 포스코는 이 기간에 38개를 새로 편입해 계열사가 총 61개로 늘었다. 정준양 회장이 취임한 후 안정적인 원료 확보를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는 등 인수합병(M&A)을 활발히 한 덕이다.

    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재벌은 SK그룹이다. SK그룹은 지난 4년간 계열사 29개를 새로 편입해 3월 말 현재 86개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기업집단이 됐다. 계열사 수로만 따지면 15대 재벌 가운데 가장 많다. 재계 안팎에서는 “4촌 형제간 계열 분리를 앞두고 계열사를 확장한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4촌 형제간 계열 분리 사전 정리 작업?

    SK그룹은 최종건 창업주가 48세라는 젊은 나이에 타계한 후 동생 최종현 회장이 이끌어왔다. 고(故) 최종현 회장은 1973년부터 98년까지 SK그룹을 이끌면서 유공(현 SK이노베이션)과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해 재계 순위를 끌어올렸다. 창업주의 장남이 아닌, 고 최종현 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현 회장이 그룹을 승계한 것은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고(故) 최종건 회장의 세 아들 가운데 타계한 장남 최윤원 회장을 제외하고, 차남 최신원 SKC 회장과 3남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은 SK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사촌 간 계열 분리를 예상한다. 최신원 회장도 “때가 되면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 3월 SK네트웍스 주주총회에 참석해 “창업정신이 흐려졌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계열 분리를 앞두고 사촌 간 갈등 관계가 표면화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SK케미칼은 현재 독점금지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에 따라 SK그룹의 계열사로 분류된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이 지배하는 SK그룹의 지주회사 SK(주)는 SK케미칼을 자회사로 편입하지 않았다. 3월 말 현재 SK케미칼의 최대 주주는 지분 10.18%를 보유한 최창원 부회장으로, 최 부회장이 사실상 독립적으로 SK케미칼을 경영한다. SK케미칼은 지난해 말 SK(주)에서 SK가스 지분을 사들여 계열 분리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강화됐다. SK그룹의 지배구조는 독특하다. 지주회사인 SK(주)를 직접 지배하는 것은 최 회장이 아니라, SK C&C라는 시스템 통합(SI) 업체다. SK C&C가 SK(주) 지분 31.82%를 보유하고 있고, 최 회장은 SK C&C의 1대 주주다. 말하자면 최 회장은 SK C&C를 통해 SK그룹을 지배하는 셈이다.

    SK C&C는 올 3월 말 현재 자본금이 100억 원에 불과하다. 이런 ‘소규모’ 회사가 어떻게 재계 순위 3위인 SK그룹을 지배할 수 있을까. 그 비밀은 바로 편법승계의 방법으로 활용하는 ‘일감 몰아주기’에 있다. SK C&C는 SK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그때마다 SK(주) 지분을 매입해 현재의 지배구조를 완성한 것이다.

    SK C&C에 일감 몰아주기 비약적 성장

    자본금 100억 회사가 ‘SK그룹’을 지배하는 까닭

    소버린 사태를 경험한 SK그룹은 SK㈜를 지주회사로 재편하면서 최태원 회장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강화했다. 2004년 3월 12일 열린 SK㈜ 주주총회 모습.

    SK C&C에 일감 몰아주기를 견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특히 그룹의 주력인 SK텔레콤에서는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SK C&C와 일정 규모 이상 계약할 때는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SK C&C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사업을 통해 엄청난 순익을 거뒀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SK(주) 지분을 매입했다.

    SK그룹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SK C&C의 SK(주) 지분을 대폭 늘렸다. SK그룹은 2007년 7월 SK(주)에서 분할해 SK에너지(SK에너지는 올 초 SK이노베이션과 SK에너지로 또다시 물적 분할했다)를 설립했다. 존속회사 SK(주)는 지주회사가 됐다. 같은 해 8월 29일 SK(주)는 이사회 결의로 SK에너지 주식 1400만 주를 주당 13만6000원에 공개매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SK(주)는 SK에너지 주식을 현금으로 사는 대신 SK에너지의 대주주 최태원 회장 등에게 SK(주) 신주를 발행해주고 맞바꿨다.

    이 같은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로 최태원 회장은 SK(주)의 지분율을 0.97%에서 2.22%로 2배 이상 늘렸다. 그뿐 아니라, 당시 SK C&C 역시 SK(주) 지분율을 11.16%에서 25.42%로 2배 이상 끌어올렸다. SK에너지와 SK(주)가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최태원 회장은 SK C&C와 자기 지분까지 더해 SK(주) 의결권을 2배 이상 강화한 셈이다.

    물론 지주회사 전환에 긍정적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경영 효율성이 높아져 기업가치를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SK그룹은 특히 CIC(회사 내 회사) 제도, 분사를 통해 자회사의 독립 및 책임경영을 강화했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의 지배권 강화는 여전히 논란 대상이다.

    SK증권 지분 매각 땐 지주회사 전환 완료

    SK그룹이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지배체제를 강화한 이유는 2003년 사모펀드 ‘소버린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것이 재계의 정설이다. 소버린은 당시 SK(주) 지분 14.99%를 사들여 경영권 다툼에 뛰어들었다. 2003년 초 SK그룹은 SK네트웍스(당시 SK글로벌) 분식회계로 최태원 회장이 구속되는 등 위기를 맞았다. 이때 소버린자산운용은 곤두박질친 SK그룹 주식을 헐값에 사들여 SK그룹 전체를 곤경에 빠뜨린 것. 이후 SK그룹은 2년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소버린과 치열한 기싸움을 벌여야 했다.

    SK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을 완료하려면 마지막 남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SK(주) 자회사인 SK네트웍스가 보유한 SK증권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것. 현행 공정거래법은 일반 지주회사가 은행, 증권 같은 금융 자회사를 둘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7월 2일자로 유예기간도 끝난 상태여서 부득이하게 법 위반 상태가 돼버렸다. SK그룹으로선 8월 국회에서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기만 바랄 수밖에 없는 상태.

    SK증권 지분은 7월 1일 현재 SK네트웍스가 22.71%, 최신원 SKC 회장이 0.26%,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0.03%를 보유하고 있다. SK증권 지분 7.7%를 보유했던 SKC는 공정거래법 준수를 위해 시간외 매매를 통해 6월 28일 모두 처분했다. 이제 SK그룹이 지주회사로 완전히 탈바꿈하려면 SK네트웍스가 보유한 SK증권 처분만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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