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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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원가량 위자료 애플이 다 물어줄까?

위치추적 집단소송

  • 남성원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1-07-25 11: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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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만 원가량 위자료 애플이 다 물어줄까?

    아이폰 사용자 위치 추적 문제를 이슈화한 동아일보 4월 22일자 기사.

    아이폰 사용자인 한 변호사가 애플 한국법인인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위치정보 수집 행위와 관련해 위자료 100만 원 지급명령 신청을 했다. 이 신청은 애플 측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확정됐다. 그 변호사는 일반 아이폰 및 아이패드 사용자와 힘을 합쳐 집단소송을 제기하려고 온라인에서 참가자를 모으고 있다. 300만 명으로 추산되는 국내 아이폰 및 아이패드 사용자 상당수가 소송에 참가할 경우 위자료 청구액이 천문학적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유사한 피해를 입은 사람이 함께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피해 구제를 받는 집단소송의 경우, 다수의 약자가 힘을 합쳐 한 명의 강자를 상대로 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수십 년 전부터 그 필요성을 제기한 사람이 많았다. 각종 ‘클래스 액션(Class Action)’ 제도를 마련해놓은 미국에서는 집단소송 전문 변호사가 소득 순위 맨 위를 차지할 정도다.

    그렇지만 집단소송이 남발하면서 변호사 배만 불리고 개별 피해자를 구제하는 일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 얼마 전 이런 문제를 다룬 ‘불법의 제왕’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08년 옥션 회원정보 해킹사건 피해자가 집단소송을 제기했다가 “옥션 측이 관련 법을 위반하지 않아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이 났다. 또한 GS칼텍스 회원정보 유출 피해자가 제기한 집단소송 역시 법원은 “원고들에게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애플을 상대로 한 위치정보 수집 행위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 역시 그 쟁점은 애플사의 불법성 여부와 사용자들의 사생활 침해 등 피해 사실 발생 여부, 그리고 피해를 인정한다면 그 피해액이 얼마인지가 될 것이다.



    한 사람이 지급명령 신청을 하고 애플 측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확정된 판결은 선례가 될 수 없다. 지급명령 신청은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한 신청자 주장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없이 신청한 대로 확정하기 때문이다. 애플 측으로선 한 사람이 100만 원을 청구한 것에 반박하면 오히려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집단소송으로 비화하면 그때 본격적으로 반박하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

    위치정보 수집 행위의 불법성 여부는 위치정보 수집자인 애플이 사용자의 동의를 받고 그 위험성을 설명했는지에 달렸다. 사용자의 피해 발생 여부는 위치정보 수집 행위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사용자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가 관건이다.

    피해를 입었다면 이는 정신적 피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 피해액은 객관적 근거를 통해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행위의 내용과 정도를 감안해 재판부가 재량으로 결정할 문제다.

    애플을 상대로 한 이번 집단소송의 경우에는 어떤 식으로든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원고 측이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불법행위가 반드시 정신적 피해를 수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체적 피해 사실을 입증하지 않은 상태에서 애플 측이 위치정보를 수집했다는 사실만으로 과연 100만 원가량의 위자료를 인정할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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