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사용자 위치 추적 문제를 이슈화한 동아일보 4월 22일자 기사.
유사한 피해를 입은 사람이 함께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피해 구제를 받는 집단소송의 경우, 다수의 약자가 힘을 합쳐 한 명의 강자를 상대로 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수십 년 전부터 그 필요성을 제기한 사람이 많았다. 각종 ‘클래스 액션(Class Action)’ 제도를 마련해놓은 미국에서는 집단소송 전문 변호사가 소득 순위 맨 위를 차지할 정도다.
그렇지만 집단소송이 남발하면서 변호사 배만 불리고 개별 피해자를 구제하는 일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 얼마 전 이런 문제를 다룬 ‘불법의 제왕’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08년 옥션 회원정보 해킹사건 피해자가 집단소송을 제기했다가 “옥션 측이 관련 법을 위반하지 않아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이 났다. 또한 GS칼텍스 회원정보 유출 피해자가 제기한 집단소송 역시 법원은 “원고들에게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애플을 상대로 한 위치정보 수집 행위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 역시 그 쟁점은 애플사의 불법성 여부와 사용자들의 사생활 침해 등 피해 사실 발생 여부, 그리고 피해를 인정한다면 그 피해액이 얼마인지가 될 것이다.
한 사람이 지급명령 신청을 하고 애플 측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확정된 판결은 선례가 될 수 없다. 지급명령 신청은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한 신청자 주장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없이 신청한 대로 확정하기 때문이다. 애플 측으로선 한 사람이 100만 원을 청구한 것에 반박하면 오히려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집단소송으로 비화하면 그때 본격적으로 반박하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
위치정보 수집 행위의 불법성 여부는 위치정보 수집자인 애플이 사용자의 동의를 받고 그 위험성을 설명했는지에 달렸다. 사용자의 피해 발생 여부는 위치정보 수집 행위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사용자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가 관건이다.
피해를 입었다면 이는 정신적 피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 피해액은 객관적 근거를 통해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행위의 내용과 정도를 감안해 재판부가 재량으로 결정할 문제다.
애플을 상대로 한 이번 집단소송의 경우에는 어떤 식으로든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원고 측이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불법행위가 반드시 정신적 피해를 수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체적 피해 사실을 입증하지 않은 상태에서 애플 측이 위치정보를 수집했다는 사실만으로 과연 100만 원가량의 위자료를 인정할지도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