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캐나다 연방법원은 재미있는 판결 하나를 내놓았다. 퀘벡 주 프랑스어계 출신으로 오타와 연방정부에서 일하는 미셸 티보노는 기내에서 프랑스어로 서비스 받을 승객 권리가 제대로 행사되지 않았다며 에어캐나다를 상대로 연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은 7월 13일 “원고의 주장이 일부 정당하다”며 “에어캐나다는 티보노에게 1만2000캐나다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티보노가 에어캐나다를 상대로 다소 황당해 보이는 소송을 낸 사연은 이렇다. 2009년 그는 에어캐나다를 이용해 아내와 함께 미국 애틀랜타로 여행을 다녀왔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모두 할 줄 알았지만 승무원에게 프랑스어로 세븐 업 음료수를 주문했다. 승무원이 알아듣지 못하는데도 그는 계속 프랑스어로만 말했고, 결국 다른 음료수가 그의 테이블에 놓였다.
그는 이것에 더해 기내에서 프랑스어로 서비스 받을 승객 권리가 제대로 행사되지 않았던 6건의 사례를 묶어 캐나다 연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던 것. 여기에는 기장이 목적지에 거의 다 왔음을 알리는 안내방송을 영어로만 한 것도 포함됐다. 당초 원고 티보노는 직접적인 손해배상금 2만5000캐나다달러와 항공사가 구조적으로 이런 관행을 방치한 것에 대한 징벌적 배상금 50만 캐나다달러를 합쳐 청구했지만, 판사는 “피고 회사가 원고를 멸시했거나 악의적으로 나쁜 서비스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1만2000캐나다달러만 지불하도록 판결했다.
티보노가 이런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은 캐나다가 연방 공용어로 영어와 프랑스어를 쓰는 데서 기인했다. 하지만 캐나다는 프랑스어계 주민이 많이 몰려 사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사실상 영어 세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캐나다 총 10개 주 가운데 퀘벡 주민의 82%, 뉴브런즈윅 주민의 32%가 프랑스어를 제1언어로 쓰는 데 비해 나머지 8개 주에는 프랑스어 사용자가 미미하다. 2006년 실시한 인구조사에서 퀘벡 주를 제외한 캐나다 국민 가운데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의 비율은 7.5%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캐나다 연방정부가 공용어로 두 언어를 지정한 이유는 1960년대 퀘벡 주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프랑스계의 분리독립운동으로 흔들린 민심을 달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내에서 음료수 주문 못 알아들어
두 언어가 연방 공용어라 해서 전국 어린이가 학교에서 두 언어를 다 배워야 한다는 식의 의무가 주어진 것은 아니다. 1969년 제정한 공용어법은 연방 관청이나 국영기업 등이 대민업무를 수행할 때 두 가지 언어로 서비스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이 법은 또한 기업에게 강제하진 않지만, 두 언어를 사용할 경우 혜택을 부여한다. 수입품을 포함해 지금 캐나다의 모든 상품은 포장지 및 라벨에 영어와 프랑스어를 병기한다.
캐나다의 대표 항공사 에어 캐나다는 처음엔 국영기업으로 출발해 민영화했다. 연방정부는 에어캐나다가 민영화할 당시 영어와 프랑스어로 서비스하도록 했던 국영기업 시절의 의무를 승계하는 조건을 달았다. 이 의무는 지금도 유효하지만 실제 에어캐나다는 이를 잘 지키지 않는다. 두 언어에 능통한 승무원을 채용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흔히 영어로만 승객과 소통한다. 에어캐나다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전체 승무원 가운데 두 언어 구사자는 47%다.
이 판결 직후 티보노에 대한 캐나다인의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 퀘벡 민족주의자, 그리고 퀘벡이 캐나다의 나머지 지역과는 별개의 세상임을 강조하는 사람은 그를 평화적 방법으로 민족 자존심을 지켜낸 작은 영웅이라고 본다. 반면, 퀘벡 주민 가운데 민족주의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과 영어권 사람은 그를 국가 분열을 조장하는 말썽꾼 혹은 의도적으로 에어캐나다를 함정에 빠뜨린 사기꾼으로 바라본다. 한 신문의 칼럼은 그를 ‘언어 광신도(Language Zealot)’라고 비난했다.
한국의 통일 논의에 견줄 만큼 캐나다에서는 퀘벡민족주의가 거대담론이다. 10여 년 전까지 캐나다를 들끓게 했던 분리독립 논의는 대부분 잦아들었지만, 퀘벡민족주의 운동에너지가 소멸했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이 에너지의 중심에 프랑스어가 있다.
티보노가 에어캐나다를 상대로 다소 황당해 보이는 소송을 낸 사연은 이렇다. 2009년 그는 에어캐나다를 이용해 아내와 함께 미국 애틀랜타로 여행을 다녀왔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모두 할 줄 알았지만 승무원에게 프랑스어로 세븐 업 음료수를 주문했다. 승무원이 알아듣지 못하는데도 그는 계속 프랑스어로만 말했고, 결국 다른 음료수가 그의 테이블에 놓였다.
그는 이것에 더해 기내에서 프랑스어로 서비스 받을 승객 권리가 제대로 행사되지 않았던 6건의 사례를 묶어 캐나다 연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던 것. 여기에는 기장이 목적지에 거의 다 왔음을 알리는 안내방송을 영어로만 한 것도 포함됐다. 당초 원고 티보노는 직접적인 손해배상금 2만5000캐나다달러와 항공사가 구조적으로 이런 관행을 방치한 것에 대한 징벌적 배상금 50만 캐나다달러를 합쳐 청구했지만, 판사는 “피고 회사가 원고를 멸시했거나 악의적으로 나쁜 서비스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1만2000캐나다달러만 지불하도록 판결했다.
티보노가 이런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은 캐나다가 연방 공용어로 영어와 프랑스어를 쓰는 데서 기인했다. 하지만 캐나다는 프랑스어계 주민이 많이 몰려 사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사실상 영어 세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캐나다 총 10개 주 가운데 퀘벡 주민의 82%, 뉴브런즈윅 주민의 32%가 프랑스어를 제1언어로 쓰는 데 비해 나머지 8개 주에는 프랑스어 사용자가 미미하다. 2006년 실시한 인구조사에서 퀘벡 주를 제외한 캐나다 국민 가운데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의 비율은 7.5%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캐나다 연방정부가 공용어로 두 언어를 지정한 이유는 1960년대 퀘벡 주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프랑스계의 분리독립운동으로 흔들린 민심을 달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내에서 음료수 주문 못 알아들어
두 언어가 연방 공용어라 해서 전국 어린이가 학교에서 두 언어를 다 배워야 한다는 식의 의무가 주어진 것은 아니다. 1969년 제정한 공용어법은 연방 관청이나 국영기업 등이 대민업무를 수행할 때 두 가지 언어로 서비스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이 법은 또한 기업에게 강제하진 않지만, 두 언어를 사용할 경우 혜택을 부여한다. 수입품을 포함해 지금 캐나다의 모든 상품은 포장지 및 라벨에 영어와 프랑스어를 병기한다.
캐나다의 대표 항공사 에어 캐나다는 처음엔 국영기업으로 출발해 민영화했다. 연방정부는 에어캐나다가 민영화할 당시 영어와 프랑스어로 서비스하도록 했던 국영기업 시절의 의무를 승계하는 조건을 달았다. 이 의무는 지금도 유효하지만 실제 에어캐나다는 이를 잘 지키지 않는다. 두 언어에 능통한 승무원을 채용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흔히 영어로만 승객과 소통한다. 에어캐나다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전체 승무원 가운데 두 언어 구사자는 47%다.
이 판결 직후 티보노에 대한 캐나다인의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 퀘벡 민족주의자, 그리고 퀘벡이 캐나다의 나머지 지역과는 별개의 세상임을 강조하는 사람은 그를 평화적 방법으로 민족 자존심을 지켜낸 작은 영웅이라고 본다. 반면, 퀘벡 주민 가운데 민족주의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과 영어권 사람은 그를 국가 분열을 조장하는 말썽꾼 혹은 의도적으로 에어캐나다를 함정에 빠뜨린 사기꾼으로 바라본다. 한 신문의 칼럼은 그를 ‘언어 광신도(Language Zealot)’라고 비난했다.
한국의 통일 논의에 견줄 만큼 캐나다에서는 퀘벡민족주의가 거대담론이다. 10여 년 전까지 캐나다를 들끓게 했던 분리독립 논의는 대부분 잦아들었지만, 퀘벡민족주의 운동에너지가 소멸했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이 에너지의 중심에 프랑스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