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튀느뱅은 정식으로 와인 교육을 받지 않았다. 그는 원래 은행원이었고 밤에는 나이트클럽 디스크자키로 활동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13년간 일해온 은행을 그만두고 레스토랑을 열었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와인에 관심이 생기자 와인숍을 인수하고 와인 도매상으로도 활동했다. 점점 와인에 빠져든 그는 덜컥 포도밭을 매입했다. 하지만 포도 재배와 양조 지식이 없으니 막막했다. 이런 그를 도운 사람이 보르도 생테밀리옹(St-E′milion)의 명품 와이너리 샤토 오존(Cha^teau Ausone)의 소유주였다. 그는 튀느뱅이 디스크자키로 일하던 클럽에 자주 들르다 튀느뱅과 친구가 됐다.
튀느뱅의 시작은 가라지스트(Garagiste)였다. 가라지스트는 차고처럼 작은 와이너리에서 품질 좋은 와인을 소량 생산하는 와인메이커를 뜻한다. 20세기 말 보르도 생테밀리옹 지역에서는 가라지스트 붐이 일었다. 누구나 1979년 혜성처럼 나타나 돌풍을 일으킨 르 팽(Le Pin) 같은 와인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들 가운데 가장 성공한 이가 튀느뱅이다. 그가 만든 ‘샤토 발랑드로(Valandraud)’는 1991년 처음 출시됐지만 1992년산부터 바로 명품 대열에 올랐고 지금은 생테밀리옹 최고급 와인(St-E′milion Premiers Grands Crus Classe′s) 18개 중 하나로 꼽힌다. 가격도 100만 원이 넘는다.

‘배드 보이 골드’는 튀느뱅이 프랑스 남부 루시용(Roussillon) 지방에서 그르나쉬(Grenache), 시라(Syrah), 카리냥(Carignan)을 섞어 만든 와인이다. 농익은 과일향에 초콜릿, 담배, 연기향이 더해져 복합미가 좋고 벨벳 같은 질감이 매력적이다. 이 와인은 지금까지 2005, 2006, 2007년산만 출시됐고 2008년 이후 빈티지는 아직도 숙성 중이다. 튀느뱅은 이 와인들이 자신이 목표로 하는 맛에 이를 때 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배드 보이 골드의 가격은 20만 원대.
“나는 정식으로 와인 교육을 받지 않아 수지 타산을 따질 줄 모른다. 그래서 무조건 최고의 기술과 최대한의 노력을 쏟았다.” 최근 튀느뱅이 한국을 찾았다. 와인 철학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내가 만족할 만한 와인을 만드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신념을 가지고 밀어붙이는 용기. 이것이야말로 명품의 굳건한 토대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