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이탤리언 식당 찾기가 중국집 찾기만큼 쉬워졌다. 우리나라 사람이 즐겨 먹기에 편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국수와 수제비가 떠오르는 각종 파스타, 조각조각 나눈 피자, 올리브오일 드레싱을 얹은 가벼운 샐러드는 이탤리언 식당의 일반적인 메뉴 카테고리다.
식당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국내 이탤리언 음식은 대부분 이탈리아 중·북부지역의 요리를 선보인다. 손꼽아보자면 로마의 젤라토, 피렌체의 피오렌티나(티본스테이크), 볼로냐의 라구(미트소스), 제노바의 제노베제(바질페스토), 나폴리의 피자 등이다. 국내에서 이런 음식을 사 먹는 사람은 여행의 추억을 되새기며 못다 채운 호기심을 통통하게 살찌울 수 있다. 음식을 파는 사람은 여러 식당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식재료를 좋은 가격에 수월하게 공급받을 수 있다. 모두에게 좋은 구조다. 그렇지만 한반도보다 3배나 넓은 이탈리아의 다른 지역 요리도 궁금하지 않은가.
서울 마포구에 있는 ‘츄리츄리’는 이탤리언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주인 엔리코는 로마 출신으로 와인 관련 일을 하다 한국에 정착했다. 그의 아내 피오레는 시칠리아 출신으로 요리를 담당한다. 가게 이름에 쓰인 ‘CIURI(츄리)’라는 단어는 시칠리아의 방언으로, ‘꽃(flowers)’이라는 뜻. 할머니로부터 전수받은 피오레의 손맛 덕에 ‘츄리츄리’의 음식에는 다양한 시칠리아 맛이 깃들어 있다. 식사 전에 여럿이 나눠 먹기 좋은 아란치니가 대표적이다. 밥과 치즈가 기본 재료고 여기에 시금치, 가지, 프로시우토 햄, 라구소스 등을 넣어 둥글게 빚은 뒤 기름에 튀긴 이른바 ‘밥 크로켓’이다. 다양한 속재료는 물론이고 삼각형, 타원형, 원형 등 모양도 다채로운 시칠리아의 인기 간식이다.
시칠리아 섬 서쪽 끝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염전지역인 트라파니가 있다. 이곳 스타일의 페스토로 맛을 낸 파스타는 샐러드처럼 가볍다. 토마토, 마늘, 바질, 올리브, 아몬드, 안초비를 다져 향신료와 함께 올리브오일에 버무린 뒤 가열하지 않고 그대로 삶은 파스타 위에 듬뿍 끼얹어 먹는다. 파스타는 속이 빈 소라껍데기처럼 생긴 콘킬리에를 사용한다. 점성이 부족해 자칫 겉돌 수 있는 페스토가 파스타 안으로 쏙쏙 들어가 간이 딱 맞는다.
엔리코는 와인 마케터답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와인까지 선보인다. 바로 ‘활화산 포도주’다. 시칠리아에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활화산인 에트나가 있다. 오직 에트나 화산의 검은 모래에서만 생산되는 포도(네렐로 마스칼레세·Nerello Mascalese, 네렐로 카푸초·Nerello Capuccio)로 빚은 와인에서 척박한 땅의 낯설지만 유쾌한 풍미가 느껴진다. ‘츄리츄리’에서 만든 전통 이탤리언 소시지, 치즈가 듬뿍 들어간 뇨키, 숭어알 절임으로 맛을 낸 파스타 등과 함께 곁들이면 잘 어울리겠다. 입가심으로는 바삭바삭하고 달콤한 카놀리와 깊고 진한 에스프레소를 잊지 말자. 카놀리는 시칠리아 전통 디저트고, 에스프레소에 사용하는 원두 역시 시칠리아에서 로스팅한 것이다.
츄리츄리(CIURI CIURI)
서울 마포구 독막로15길 3-13 2층
02-749-9996, 정오~오후 11시, 연중무휴
김민경은 이탈리아 요리학교 ICIF를 졸업했다. 여러 미식 관련 잡지 기자를 거쳐 현재는 라이프스타일 관련 책을 만드는 팬앤펜출판사 대표이자 편집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