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五味)가 오묘하게 녹아든 한식간장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입력2019-12-3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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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메주콩과 마른 고추. 2 같은 재료로 만들어도 저마다 
색이 다른 간장. 3 장맛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사진 제공 · 김민경]

    1 메주콩과 마른 고추. 2 같은 재료로 만들어도 저마다 색이 다른 간장. 3 장맛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사진 제공 · 김민경]

    해넘이를 앞두고 가장 큰 행사는 김장이지 싶다. 김장하는 날은 아삭아삭한 생김치에 삶은 고기, 간간하게 절인 배추에 굴무침을 얹어 먹는 신나는 날이다. 그토록 맛좋은 음식의 이면에는 여러 노고가 있다. 김장은 좋은 고춧가루와 배추, 무 같은 재료를 구한 뒤 배추를 소금에 절여 밤새 물을 빼고 다음 날 하루 종일 해야 한다. 잘 만든 김장 김치를 김치냉장고나 장독에 차곡차곡 넣는다고 일이 끝나는가. 맛있게 익혀 보관하는 것은 연중 내내 신경 써야 하는 일이다. 좀 더 넓게 보면 김치에 사용한 소금은 수년 동안 간수를 빼왔고, 고추는 여름 내내 매섭게 영글어 가을 햇볕에 바짝 말랐다. 김치 한쪽에 여러 계절과 시간, 정성이 담겼음을 생각하면 고맙고 황송하다.

    정성이 가득 들어가는 한식간장

    장이 익어가는 풍경. [사진 제공 · 김민경]

    장이 익어가는 풍경. [사진 제공 · 김민경]

    김장하는 집이 점점 줄어든다고는 하나, 수십 포기를 담가 여기저기 나누거나, 재미로 대여섯 포기를 담가 맛보는 이들은 여전히 있다. 하지만 장을 담그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장 역시 김치처럼 사전 준비가 장황하다. 건강한 콩으로 만들어 발효시킨 메주, 간수 뺀 천일염은 하루 이틀 만에 완성되지 않는다. 물도 특별히 가려 써야 하고, 장을 담글 옹기도 중요하다. 깨끗한 물에 살짝 헹군 메주를 옹기에 차곡차곡 쌓고, 천일염을 희석한 소금물을 가만히 붓는다. 소금물은 메주가 동동 뜰 정도로 짜야 한다. 이때 숯, 마른 고추, 대추 등을 넣는다. 숯은 곰팡이나 이물질을 흡착하고, 마른 고추는 살균 작용을 하며, 대추는 단맛을 준다. 

    이 상태로 가만히 두고 매일 옹기의 겉을 씻고 닦으며, 날이 맑으면 옹기 뚜껑을 열어 햇볕을 쬐게 한다. 45~60일 지나면 간장과 된장을 분리한다. 메주는 건진 뒤 주물러 새 옹기에 넣고 6개월가량 더 발효시킨다. 메주를 건지고 남은 물은 체에 거른 뒤 달여 3개월 정도 발효시키면 간장이 된다. 진한 맛의 간장이 필요하다면 처음부터 메주를 많이 넣어도 되고, 메주 거른 액을 오래 달여 짠맛을 높이면 보관하기 좋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한식간장이다. 국간장, 집간장, 조선간장 같은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간장의 종류 다양해

    한식간장은 맛과 향이 깊고 농후하며 색이 진하다. 짠맛이 센 편이지만 감칠맛, 단맛, 신맛, 쓴맛을 모두 갖고 있어 요리에 사용하면 맛내기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한식간장도 여럿 있지만 한식메주와 개량메주 중 어떤 메주를 썼는지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한식메주는 메주콩을 찌거나 삶은 뒤 모양을 잡아 볏짚 등을 이용해 자연 발효시킨 것이다. 개량메주는 찌거나 삶은 메주콩에 특정한 종균을 넣어 발효시킨 것을 가리킨다. 

    대형마트에 가면 간장 종류가 생각보다 다양하다. 국간장은 한식간장이다. 진간장은 한식간장을 5년 이상 숙성시켜 만든, 말 그대로 진한 간장이다. 색이 진한 만큼 맛도 꽉 차 있다. 시중에서 파는 진간장은 한식메주로 만든 것보다 개량메주 혹은 양조간장 방법으로 만들어 숙성시킨 것이 더 많다. 간장 중 양조간장이 흔하게 쓰인다. 양조간장은 콩이나 곡류에 누룩균을 배양하고 소금물을 섞어 발효, 숙성시킨 것이다. 짠맛이 적고 색도 흐려 여러 요리에 두루 쓰기 좋다. 이외에 산분해간장과 효소분해간장이 있다. 식물단백질을 가진 원료를 산이나 효소로 가수분해해 만든 것이다. 혼합간장은 한식 혹은 양조간장에 산이나 효소분해간장을 섞어 만든다. 



    간장에 대해 알아갈수록 제대로 된 한식간장 찾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 최근 맛좋은 한식간장을 선별하는 ‘참간장어워즈’가 슬로푸드문화원 주최로 열렸다. 국내산 원료로만 만든 한식간장을 여럿 모은 뒤 다양한 일반인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8개의 한식간장을 선정했다. 각각의 한식간장은 메주콩, 천일염이라는 동일한 재료로 만들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맛과 개성을 지니고 있다. 선정된 한식간장은 서울 종로구 안국동 ‘상생상회’에 가면 구입할 수 있다. 

    제대로 된 한식간장을 묽게 해 식초를 섞으면 샐러드드레싱이 된다. 기름진 쇠고기 등심, 찰진 방어, 살살 녹는 참치회는 진한 간장 맛을 살려 콕 찍어 먹으면 일품이다. 감칠맛과 고유의 향이 확실해 참기름, 올리브오일, 꿀, 조청, 메이플시럽, 발사믹식초, 감식초, 씨겨자, 고추냉이 등 무엇과 섞어도 어울린다. 갓 지은 쌀밥이나 삶아서 탱탱하게 헹군 소면에 간장과 참기름을 섞어 맛보면 한식간장이 지닌 감칠맛의 진가를 단박에, 무척이나 손쉽게 알 수 있다.

    맛깔스러운 8개의 한식간장 리스트

    [사진 제공 · 슬로푸드문화원]

    [사진 제공 · 슬로푸드문화원]

    구본일 발효간장
    파주 장단콩을 쪄 수분 함량이 매우 적은 원형 메주를 만들어 사용한다. 3년 이상 간수를 뺀 신안군 천일염만 쓰며 항아리에서 발효와 숙성을 모두 거친다. 

    대숲맑은 우리콩간장 수(秀)
    전남 담양군의 우리콩영농조합법인에서 만든다. 국내산 유기농 콩을 삶아 으깨듯 찧어 메주를 완성하고, 2년 이상 간수를 뺀 신안군 천일염을 쓴다. 항아리에서 발효와 숙성을 모두 거친다. 

    더건강한 백말순 간장
    경북 성주군에서 직접 농사지은 콩과 정제소금으로 장을 담근다. 항아리 대신 장 발효에 적합한 환경을 구축한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시설에서 발효와 상온 숙성, 저온 숙성을 거친다. 

    방주 제주푸른콩간장 농후
    제주 서귀포시의 푸른콩방주영농조합에서 만든다. 제주 토종 푸른콩과 신안군 천일염을 사용한다. 제주 화산석송이로 지은 발효실에서 메주를 발효시키고, 전통 옹기에서 숙성시켜 만든다. 

    보성 이금숙 전통간장
    전남 보성군의 보성전통고추장영농조합에서 만든다. 현지에서 농사지은 국산 콩을 전통 방식으로 삶은 뒤 찧고 다져 메주를 쑤고, 맑은 물과 천일염을 더해 완성한다. 

    살래다 한식간장
    전남 고흥군의 살래다된장에서 만든다. 국내산 해콩으로 쑨 메주는 습식발효방식을 거친다. 산간마을 바위틈에서 나오는 물(석간수)과 천일염을 사용해 전통 항아리에서 숙성시킨다. 

    솔뫼 전통간장
    충북 괴산군의 솔뫼유기농업영농조합에서 만든다. 유기인증을 받은 콩을 무쇠솥에서 삶아 쑨 메주, 신안군 천일염, 속리산의 물을 사용하며 전통 옹기에서 숙성시킨다. 

    아미산 쑥티 간장
    충북 보은군 마을에서 생산된 콩과, 3년 이상 간수를 뺀 신안군 천일염을 사용하며 전통 옹기에서 숙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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