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올해 다큐멘터리 부문 아카데미상을 받은 마이클 무어 감독의 ‘볼링 포 콜럼바인’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란 점에서 완전히 상반되는 영화다. 그러나 두 작품은 적잖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당장 알쏭달쏭한 제목부터가 그렇다. 그리고 무엇보다 살인을 둘러싼 실화를 바탕으로 기획·제작됐다는 점이 가장 큰 공통점이다.
‘살인의 추억’은 1980년대 우리 사회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으며 지금도 미제로 남아 있는 악명 높은 경기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다뤘다. ‘볼링 포 콜럼바인’은 1999년 4월20일 미국 콜로라도 리틀톤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사건을 토대로 하고 있다.
소재가 무겁다 보니 영화가 진지하다 못해 골치 아프거나 지루할 것으로 지레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 영화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지루해할 틈도 없이 내내 속도감을 만끽하게 된다.
문제작 ‘살인의 추억’은 ‘플란다스의 개’(2000)에 이어 겨우 두 번째 장편을 연출한 신예의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 대중적 재미는 말할 것도 없고 영화의 총체적 완성도 면에서도 거의 흠잡을 데가 없다. ‘잘 만든’ 영화들이 으레 그렇듯, 탄탄한 플롯이 좋은 편집의 리듬을 타고 있다. 대중영화다운 통속성과 작가영화다운 비통속성의 균형도 절묘하다. 그래선지 영화를 보는 내내 플롯 면에서 할리우드 영화사상 최고 경지를 구현했다고 생각되는 ‘L.A. 컨피덴셜’(커티스 핸슨 감독)이 떠올랐다.
‘살인의 추억’을 ‘L.A. 컨피덴셜’에 비교하는 건 단지 플롯 때문만은 아니다. 송강호 김상경 김뢰하 송재호 등 출연진 개개인의 열연과 연기 앙상블도 영화의 성가를 높였지만 그보다는 주인공들이 선과 악 혹은 영웅 대 악당 따위의 이분법적 도식을 벗어난 점이 돋보인다.
더욱이 시청각적 요소들의 완성도는 ‘L.A. 컨피덴셜’을 넘어선다. 제작진에 따르면 조명은 직사광선을 용케 피해 늘 흐린 광선으로만 야외촬영을 하며 화면의 일관된 톤을 유지해 로우 키(low-key·어둡고 명암의 대비가 적은)의 자연스러움을 온전히 살렸다. 촬영은 피사체를 포착하는 거리감은 물론 각도, 멈춤과 움직임 등에서 어떤 경지를 보여줬고,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음악을 포함한 사운드 연출도 좋았다.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이만한 수준을 두루 갖춘 우리 영화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다.
‘볼링…’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평소 ‘트렌치코트 마피아’라 자칭했던 에릭과 딜란이 무려 900여발의 총알을 난사해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을 살해하고 현장에서 자살한 끔찍한 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극적 완성도와 재미를 동시에 제공한다.
영화를 보노라면 “다큐멘터리가, 게다가 그 끔찍한 인간학살 사건에서 출발한 영화가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거야?”라고 말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만큼 대중적 흡인력이 크다. 특히 영화 말미의 ‘벤허’의 대스타 찰턴 헤스턴과의 인터뷰 시퀀스에 이르면 통쾌함을 넘어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만끽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두 작품의 비범함은 작품 이면에, 메인 플롯이 아닌 서브플롯에 배어 있다. 즉 영화가 갖고 있는 사회 비판의식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두 작품은 잔혹한 살인사건을 다룬 범죄·심리 스릴러물이지만 사회고발성 기록물로서 영화적 재미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있다.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을, 더 나아가 그들이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는 지극히 폭력적이면서도 무기력한 시대의 아픔을 감동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아주 다를 것 같은 두 영화에서 비슷한 감동을 발견하는 즐거움은 사뭇 크다.
‘살인의 추억’은 1980년대 우리 사회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으며 지금도 미제로 남아 있는 악명 높은 경기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다뤘다. ‘볼링 포 콜럼바인’은 1999년 4월20일 미국 콜로라도 리틀톤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사건을 토대로 하고 있다.
소재가 무겁다 보니 영화가 진지하다 못해 골치 아프거나 지루할 것으로 지레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 영화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지루해할 틈도 없이 내내 속도감을 만끽하게 된다.
문제작 ‘살인의 추억’은 ‘플란다스의 개’(2000)에 이어 겨우 두 번째 장편을 연출한 신예의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 대중적 재미는 말할 것도 없고 영화의 총체적 완성도 면에서도 거의 흠잡을 데가 없다. ‘잘 만든’ 영화들이 으레 그렇듯, 탄탄한 플롯이 좋은 편집의 리듬을 타고 있다. 대중영화다운 통속성과 작가영화다운 비통속성의 균형도 절묘하다. 그래선지 영화를 보는 내내 플롯 면에서 할리우드 영화사상 최고 경지를 구현했다고 생각되는 ‘L.A. 컨피덴셜’(커티스 핸슨 감독)이 떠올랐다.
‘살인의 추억’을 ‘L.A. 컨피덴셜’에 비교하는 건 단지 플롯 때문만은 아니다. 송강호 김상경 김뢰하 송재호 등 출연진 개개인의 열연과 연기 앙상블도 영화의 성가를 높였지만 그보다는 주인공들이 선과 악 혹은 영웅 대 악당 따위의 이분법적 도식을 벗어난 점이 돋보인다.
더욱이 시청각적 요소들의 완성도는 ‘L.A. 컨피덴셜’을 넘어선다. 제작진에 따르면 조명은 직사광선을 용케 피해 늘 흐린 광선으로만 야외촬영을 하며 화면의 일관된 톤을 유지해 로우 키(low-key·어둡고 명암의 대비가 적은)의 자연스러움을 온전히 살렸다. 촬영은 피사체를 포착하는 거리감은 물론 각도, 멈춤과 움직임 등에서 어떤 경지를 보여줬고,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음악을 포함한 사운드 연출도 좋았다.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이만한 수준을 두루 갖춘 우리 영화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다.
‘볼링…’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평소 ‘트렌치코트 마피아’라 자칭했던 에릭과 딜란이 무려 900여발의 총알을 난사해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을 살해하고 현장에서 자살한 끔찍한 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극적 완성도와 재미를 동시에 제공한다.
영화를 보노라면 “다큐멘터리가, 게다가 그 끔찍한 인간학살 사건에서 출발한 영화가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거야?”라고 말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만큼 대중적 흡인력이 크다. 특히 영화 말미의 ‘벤허’의 대스타 찰턴 헤스턴과의 인터뷰 시퀀스에 이르면 통쾌함을 넘어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만끽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두 작품의 비범함은 작품 이면에, 메인 플롯이 아닌 서브플롯에 배어 있다. 즉 영화가 갖고 있는 사회 비판의식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두 작품은 잔혹한 살인사건을 다룬 범죄·심리 스릴러물이지만 사회고발성 기록물로서 영화적 재미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있다.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을, 더 나아가 그들이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는 지극히 폭력적이면서도 무기력한 시대의 아픔을 감동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아주 다를 것 같은 두 영화에서 비슷한 감동을 발견하는 즐거움은 사뭇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