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
개편 시기는 아직 미정. 그러나 청와대 한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5월 방미를 전후해 조직을 개편할 것”이라고 말해 시기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노대통령의 방미는 5월11일부터 17일까지.
비서실 개편은 직제의 비효율성이 드러났다는 내부진단에 따른 것이다. 참여정부 출범 50여일 만에 시행착오를 일정 부분 인정한 셈이다. ‘공룡’ 청와대는 출범 당시부터 외부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구조조정 대상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런 가운데 손발이 잘 안 맞는 몇몇 비서실이 타킷으로 올랐다. 업무가 중복되는 홍보수석실 3∼4명의 비서관이 우선 거론된다. 역할 구분이 모호했던 외신대변인과 해외언론비서관의 통·폐합설이 나온다. 국내언론 1·국내언론 2 비서관도 합쳐질 가능성이 많다. 국민참여수석실, 정무수석실내 일부 비서관도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된다.
확정된 방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업무수행 과정에 문제가 있거나, 청와대 운영지침을 어긴 비서관들도 몸가짐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그들 주변에 찬서리가 내릴 가능성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4월18일, 한 언론에 비서실 구조조정 방침이 보도된 것과 관련해 청와대측은 그날 밤 일부 직원들의 퇴근을 막은 채 정보유출자 색출작업을 벌였다. 다음 날까지 색출작업을 벌인 청와대는 모 비서관을 ‘범인(?)’으로 지목했고 곧바로 경질설이 뒤따랐다. 구조조정의 방향과 대상이 모호하자 볼멘소리도 터져 나온다. “두 달도 안 됐는데…”라는 불평이나 “업무 특성상 효과가 뒤늦게 나타난다”는 해명도 나온다. 한 인사는 “제대로 월급 한 번 받아 보지 못했는데…”라며 부담감을 토로한다. 청와대 직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신원조회 등이 늦어지는 바람에 월급지급이 지연됐다.
이와 별도로 수석실마다 구조조정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홍보수석실 소속 비서관들은 최근 기자실을 자주 찾는다. 과거 찾아볼수 없는 흐름이자 현상이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요즘은 (그들이 자주 내려와) 취재하기가 편하다”고 말한다. 희생양을 ‘특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자질론을 불러일으킨 모 비서관, 최근 물의를 일으킨 또 다른 비서관 등 남의 이목을 끌었던 비서관들의 주변 공기가 싸늘하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란 논리가 기저에 깔려 있다. 반면 꿋꿋하게 자기 일에 몰두하는 그룹도 있다. 성골(聖骨·노대통령 직계)들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그들은 구조조정을 남의 집 불로 인식하는 것 같다. 노대통령과 10여년간 정치를 함께한 한 비서관은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했는데 (청와대에) 있으면 어떻고, 나가면 어떠냐”고 여유를 보인다. 보직이 없는 비서관은 일단 무임소 비서관이 될 것 같다. 그 경우 “그게 구조조정이냐”는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다. 청와대 경내에는 봄빛이 완연하지만 그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는 북풍한설이 몰아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