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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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 중국어 회화를 가르친다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3-04-30 13: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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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생 중국어 회화를 가르친다
    서울 강서구 가양3동사무소 2층 주민복지센터는 요즘 중국어 회화를 배우려는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하다. 일주일에 이틀, 그것도 저녁시간에만 1시간씩 있던 중국어 강의에 구청 공무원은 물론 일반 주민들까지 참여하면서 낮 시간에도 강의가 생겼다. 강서구 관가에 이처럼 중국어 열풍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은 바로 자유이주민(탈북자) 최병국씨(62).

    최씨의 강의에 수강생들이 모여드는 데는 그만의 독특한 교육법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지식인으로서의 남다른 이력이 그의 강의에 묻어 나오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 창춘 지린대학을 졸업(수학과)하고 중국에서 교사생활을 했으며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수학과)하고 같은 대학에서 교수생활을 했다. 본래 그는 북한사람이 아니라 해방 전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 넘어가 정착한 중국교포였다. 조국의 품이 그리워 찾아간 북한은 출신성분(남한 출신)이 나쁘다며 그에게 15년간 강제노역을 시켰고 결국 그는 1985년 북한을 탈출했다. 10년간 중국을 떠돌다 95년 한국에 들어온 그는 이미 자연과학자가 아니라 중문학 번역작가가 되어 있었다.

    최씨가 이곳에서 중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다시 찾은 조국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그의 요구를 가양3동사무소 김양기 동장이 선뜻 받아들이면서부터. 그의 중국어 실력을 알아본 김동장은 모든 구청 직원에게 이를 알렸고, 구청 직원들을 중심으로 금세 중국어 회화반이 꾸려졌다. 수강료는 월 1만원, 그것도 받지 않으려는 것을 수강생들이 강권해 전하고 있다. 최씨의 중국어 회화반은 최근 근처 금천1동사무소에서도 만들어지는 등 ‘확장일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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