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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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들이 고물 자동차 끄는 이유는

  •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입력2003-04-30 14: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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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세들이 고물 자동차 끄는 이유는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왼쪽)은 90년형 엑셀을 소유하고 있다. 재력가인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아들 명의로 외제차를 갖고 있어 대조를 이뤘다.

    재산공개 대상인 차관급 이상 청와대 비서관들의 평균 재산은 15억637만원이다. 이미 재산을 공개한 비서진을 포함할 경우 평균 재산은 13억5632만원.

    평균 13억원의 재력을 갖추었다고는 하나 과거 정권 청와대 비서관들에 비해 노무현 정권 비서관들의 재력이 떨어지는 편이라는 게 청와대 내부의 중론이다. DJ정권 때부터 청와대에 근무해온 한 관계자는 “청와대 주차장의 자동차만 봐도 과거 정권에 비해 현 정권 청와대 비서실의 경제력이 확연히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DJ정권 청와대 직원들의 평균이 중형차였다. 하지만 현 정권 들어 주차장에 소형차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비서관 행정관들의 평균연령이 낮아진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경제력이 과거 정권에 미치지 못한다는 증거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재산 공개 과정에서 드러난 청와대 비서관들의 자동차만 봐도 이런 현상은 분명하다. 소형차와 단종된 구형 모델의 승용차, 그리고 활동적인 지프형 자동차를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이정우 정책실장의 승용차는 90년식 배기량 1500cc짜리 엑셀이다. 그는 주위사람이 쓰던 차를 공짜로 얻었다고 밝혔다. 정찬용 인사보좌관은 부인 명의의 93년식 엘란트라를 신고했다. 중고시장에서 구입한 이 차의 구입가는 100만원. 문재인 민정수석의 승용차는 코란도밴. 거부인 김태유 보좌관도 지금은 단종된 93년형 콩코드를 신고했다.

    행정부 장·차관급의 자동차에도 ‘거품’이 걷혔다. 대형승용차를 소유한 이들은 드물고 대부분 중형차를 갖고 있다. 소나타와 SM5가 새 정부 장·차관들의 평균 차량. 99억원대의 재산을 신고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현 정부 최고 재력가지만 그의 자가용은 98년식 SM5·배기량 1800cc인 이 차를 진장관은 950만원을 주고 구입했다고 신고했다. 진장관 본인은 검소한 차를 몰고 있지만 그의 아들은 ‘재력에 걸맞은’ 승용차를 갖고 있다. 취득가액 3500만원의 혼다S2000이 바로 그의 차. 강금실 법무부 장관처럼 차 없는 ‘뚜벅이’도 있다. 장·차관급 인사들의 자동차에도 그들의 삶의 철학과 변해가는 시대정신이 담겨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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