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위탁급식을 하고 있는 서울시내 한 고등학교.
㈜한국급식관리협회(이하 급식관리협회)는 4월16일 ‘위탁급식업체가 쓰고 있는 식재료(원재료)가 저질’이라고 보도한 KBS를 항의 방문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해당 프로그램을 제소할 예정이다. 협회는 또 식중독 사건과 관련해 위탁급식이 직영급식보다 상대적으로 위생 상태가 나쁘거나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들어가기로 했다.
위탁급식업체들의 이런 반발은 집단 식중독 발병 원인에 대한 서울시와 국립보건원의 역학조사에서 비롯됐다. 조사 결과 밝혀진 식중독 원인물질은 살모넬라균이나 포도상구균 등 대표적 식중독 세균이 아니라 신종 식중독 바이러스로 알려진 노로 바이러스. 이는 감염된 사람과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식중독에 걸릴 수 있는 무서운 바이러스다. 4개의 위탁급식업체가 운영하는 12개의 급식학교에서 동시에 식중독 사고가 난 만큼 학교 급식장 조리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침입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게 사실이다. 같은 식재료를 사용하는 학교에서 모두 식중독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보건원측도 환자의 가검물에서만 바이러스를 확인했을 뿐 급식업체 조리과정에서 감염됐음을 입증하지는 못했다. 급식관리협회의 한 관계자는 “만약 식중독이 급식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면 식재료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식재료는 직영이나 위탁업체가 3개 대형 식재료 회사에서 대부분 공동으로 구입하는데 위탁급식업체만 저질 식재료를 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위탁급식업체들을 발끈하게 만든 다른 하나는 언론과 시민단체가 인용한 잘못된 통계. ‘식중독 사고 발생 건수가 위탁급식이 직영보다 6배나 많다’든가 ‘최근 들어서는 직영급식 학교에서 단 한 건도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통계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 통계에 대해 통계치를 발표한 교육개발원측이 “통계 중 민간위탁급식업체라는 개념 안에는 도시락 급식업체들이 더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순수 민간위탁급식이 직영급식보다 식중독 발생 건수가 많다’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히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한 술 더 떠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자료에는 지난해 순수 민간위탁급식을 하는 학교에서 발생한 식중독 사례는 2건으로 직영 7건보다 오히려 훨씬 적은 것으로 되어 있다. 민간위탁업체의 분노는 4월24일 경기 구리시에 있는 직영급식 중학교에서 식중독이 발생하면서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급식관리협회 신무현 부회장은 “일부 위탁업체의 문제를 전체의 문제로 확대하고, 영양사의 지위에 관한 불만들이 위탁급식의 직영화 문제로 비화하는 것은 억울한 일”이라며 “깨끗한 급식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범정부적으로 구축하는 일이 직영이냐 위탁이냐의 문제보다 더욱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