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다. 6·2지방선거도 어김없이 승자와 패자를 남기고 마무리됐다. 시작됐다. 이제 새로운 경쟁의 막이 올랐다. 다음 선거, 특히 차기 대권을 겨냥한 경쟁이다. 더불어 이명박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지게 생겼다. 문자 그대로 ‘고빗사위’다.
4대강 사업 반대여론 투표 통해 분출
선거는 가장 정확한 민심의 표출이다. 권력을 창출하는 것도, 퇴진시키는 것도 선거다. 이게 선거 민주주의다. 이런 점에서 누구도 선거가 던지는 메시지를 무시할 수 없다. 승자든 패자든 마찬가지다. 선거로 드러난 민심을 외면하는 세력이나 인물에게 주어지는 건 더 큰 패배뿐이다. 한마디로 선거 결과에 철저히 복종하고, 그 메시지에 귀 기울여야 한다. 대의제 민주정치의 절대원칙이다. 지난 대선에서 아무리 대승했다 하더라도 이 대통령 역시 이 원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민심이 이 대통령에게 던진 것은 꾸지람이다. 견제하겠다는 선언이고, 경고의 질타다.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나온 지지율을 보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 그런데도 유권자들은 매를 들었다. 선거변수 조사에서 가장 일관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4대강 사업이다. 반대여론이 훨씬 높은 정책 이슈다. 비록 천안함 사건으로 가려지긴 했지만 중요성이 한 번도 약화되지 않았다. 이런 여론이 내재하다가 선거에서 조용히 분출된 것이다.
여권은 수도권에서 낙승 또는 완승을 예상했다.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서울과 경기에서 이겼지만 여론의 질책은 무서웠다. 단기적으로는 큰 실정이 눈에 띄지 않고 비난받을 만한 대형사고도 없었다. 오히려 천안함 사건처럼 전형적인 대통령 어젠다이자, 보수의 전매특허인 안보 이슈가 전면에 등장했다. 그런데도 여론의 추궁은 무서웠다.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우선은 대통령 리더십 스타일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국정기조를 바꿨다고 하나 여야관계는 달라진 게 없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게 사실이다. 미디어법도 그랬고, 4대강 사업도 그랬다. 특히 4대강 사업은 종교계까지 나서서 반대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일방독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안정론보다 견제론이 높게 나온 까닭도 이것이다.
패배의 원인은 정책에서 발견된다. 세종시를 수정하려는 본뜻이 뭐든 정치적으로는 수도권을 겨냥한 것이다. 수도권은 수중에 있던 것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니 세종시가 썩 마땅치는 않다.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수도권 유권자들은 세종시 수정안의 ‘정치적 의도’에 전혀 호응하지 않았다. 투표 잣대로 삼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대통령의 약속 파기나 독선 문제로 받아들였다. 수도권과 충청의 선거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다. 이 사업의 수혜 지역에서조차 야당 후보 지지가 유례없이 많이 나왔다.
요컨대 국민여론을 수렴해가면서 정책을 펼치라는 게 국민의 외침이다. 자칫 무시하고 가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당장 레임덕에 빠질 수도 있다. 여론조사 지지율의 높낮이보다 내용, 즉 체격보다는 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즉시 국민여론의 반대가 높은 정책들의 재검토에 착수하는 것이다. 여론수렴을 통해 정책의 방향, 속도, 내용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 내 계파갈등, 경쟁구도는 더 복합해질 듯하다. 선거가 한창일 때 친이계의 콧대는 하늘을 찔렀다. 박근혜 전 대표 없이도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며 기고만장했다. 일각에선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시장을 박 전 대표 대항마로 내세우는 그림까지 제시했다. 그럴싸해 보였다.
하지만 이 그림이 현실화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눈앞에 다가온 전당대회나 원 구성에서부터 수세에 몰리게 생겼다. 오세훈 후보는 이겼지만 겨우 2만 표 조금 넘었다. 이 정도의 성적표로는 대권주자, 특히 박 전 대표 대항마로는 약하다. 오 시장의 말대로 ‘민심의 무서움’을 깨달은 만큼 이 대통령 지원에 의한 후보, 즉 친이계 후보로 나서기는 더욱 힘들다. 굳이 도전하려면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게 합리적 선택일 것이다.
여당 계파갈등·경쟁구도 더 복잡한 양상
이명박 대통령이나 친이계가 개헌 카드를 뽑을지도 관심사다. 개헌 포석은 끝난 상태다. 개헌 수요도 충분하다. 대항마가 마땅치 않은 친이계로선 아무래도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나름 매력도 있다. 이 대통령 퇴임 후나 친이계의 존속을 위해서라면 이만한 게 없다. 국회의장 자문 헌법연구회가 제시한 이원집정부제까진 아니더라도, 대통령의 권력을 축소하는 것만 이뤄내도 이 대통령이나 친이계에겐 상당한 실익이다.
그러나 개헌 문제에서 가장 큰 난제는 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개헌은 과반수 논리로 풀 수 없는 문제다. 직권상정도 불가능하다. 차기 주자인 박 전 대표의 협조를 얻어야 하고, 야당의 동의도 필요하다. 특히 민생 이슈에 집중해야 한다는 여론의 요구와도 맞지 않는다. 이슈 자체의 위험성도 부담이다. 강하게 밀어붙여 개헌정국을 조성하더라도 개헌 블랙홀에 휩쓸려 국정이 마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내건 정책은 ‘중도실용’이다. 이것은 좌·우 또는 진보·보수 사이에서 중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서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면 어떻게 추진하든 상관없다는 관점도 아니다. 중도는 타협과 토론으로 현안을 풀어가는 것을 말한다. 실용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국민 편익의 관점에서 정책을 판단하는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아서일까. 현 정부는 중도실용을 사실상 폐기한 것처럼 보였다. 이명박 정부는 제대로 된 중도실용의 길을 갈 것인지, 촛불정국 이후 그랬듯이 다시 강경 보수세력에 의탁할 것인지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민주정치가 계속되는 한, 선거는 계속될 것이다. 한 선거의 끝은 다음 선거의 시작이다. 이제 이들이 지방선거의 민심을 어떻게 수용하고,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꼼꼼히’ 지켜볼 때다. 유심히 살펴보고,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것이 유권자의 몫이다.
4대강 사업 반대여론 투표 통해 분출
선거는 가장 정확한 민심의 표출이다. 권력을 창출하는 것도, 퇴진시키는 것도 선거다. 이게 선거 민주주의다. 이런 점에서 누구도 선거가 던지는 메시지를 무시할 수 없다. 승자든 패자든 마찬가지다. 선거로 드러난 민심을 외면하는 세력이나 인물에게 주어지는 건 더 큰 패배뿐이다. 한마디로 선거 결과에 철저히 복종하고, 그 메시지에 귀 기울여야 한다. 대의제 민주정치의 절대원칙이다. 지난 대선에서 아무리 대승했다 하더라도 이 대통령 역시 이 원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민심이 이 대통령에게 던진 것은 꾸지람이다. 견제하겠다는 선언이고, 경고의 질타다.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나온 지지율을 보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 그런데도 유권자들은 매를 들었다. 선거변수 조사에서 가장 일관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4대강 사업이다. 반대여론이 훨씬 높은 정책 이슈다. 비록 천안함 사건으로 가려지긴 했지만 중요성이 한 번도 약화되지 않았다. 이런 여론이 내재하다가 선거에서 조용히 분출된 것이다.
여권은 수도권에서 낙승 또는 완승을 예상했다.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서울과 경기에서 이겼지만 여론의 질책은 무서웠다. 단기적으로는 큰 실정이 눈에 띄지 않고 비난받을 만한 대형사고도 없었다. 오히려 천안함 사건처럼 전형적인 대통령 어젠다이자, 보수의 전매특허인 안보 이슈가 전면에 등장했다. 그런데도 여론의 추궁은 무서웠다.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우선은 대통령 리더십 스타일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국정기조를 바꿨다고 하나 여야관계는 달라진 게 없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게 사실이다. 미디어법도 그랬고, 4대강 사업도 그랬다. 특히 4대강 사업은 종교계까지 나서서 반대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일방독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안정론보다 견제론이 높게 나온 까닭도 이것이다.
패배의 원인은 정책에서 발견된다. 세종시를 수정하려는 본뜻이 뭐든 정치적으로는 수도권을 겨냥한 것이다. 수도권은 수중에 있던 것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니 세종시가 썩 마땅치는 않다.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수도권 유권자들은 세종시 수정안의 ‘정치적 의도’에 전혀 호응하지 않았다. 투표 잣대로 삼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대통령의 약속 파기나 독선 문제로 받아들였다. 수도권과 충청의 선거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다. 이 사업의 수혜 지역에서조차 야당 후보 지지가 유례없이 많이 나왔다.
요컨대 국민여론을 수렴해가면서 정책을 펼치라는 게 국민의 외침이다. 자칫 무시하고 가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당장 레임덕에 빠질 수도 있다. 여론조사 지지율의 높낮이보다 내용, 즉 체격보다는 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즉시 국민여론의 반대가 높은 정책들의 재검토에 착수하는 것이다. 여론수렴을 통해 정책의 방향, 속도, 내용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 내 계파갈등, 경쟁구도는 더 복합해질 듯하다. 선거가 한창일 때 친이계의 콧대는 하늘을 찔렀다. 박근혜 전 대표 없이도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며 기고만장했다. 일각에선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시장을 박 전 대표 대항마로 내세우는 그림까지 제시했다. 그럴싸해 보였다.
하지만 이 그림이 현실화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눈앞에 다가온 전당대회나 원 구성에서부터 수세에 몰리게 생겼다. 오세훈 후보는 이겼지만 겨우 2만 표 조금 넘었다. 이 정도의 성적표로는 대권주자, 특히 박 전 대표 대항마로는 약하다. 오 시장의 말대로 ‘민심의 무서움’을 깨달은 만큼 이 대통령 지원에 의한 후보, 즉 친이계 후보로 나서기는 더욱 힘들다. 굳이 도전하려면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게 합리적 선택일 것이다.
여당 계파갈등·경쟁구도 더 복잡한 양상
이명박 대통령이나 친이계가 개헌 카드를 뽑을지도 관심사다. 개헌 포석은 끝난 상태다. 개헌 수요도 충분하다. 대항마가 마땅치 않은 친이계로선 아무래도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나름 매력도 있다. 이 대통령 퇴임 후나 친이계의 존속을 위해서라면 이만한 게 없다. 국회의장 자문 헌법연구회가 제시한 이원집정부제까진 아니더라도, 대통령의 권력을 축소하는 것만 이뤄내도 이 대통령이나 친이계에겐 상당한 실익이다.
그러나 개헌 문제에서 가장 큰 난제는 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개헌은 과반수 논리로 풀 수 없는 문제다. 직권상정도 불가능하다. 차기 주자인 박 전 대표의 협조를 얻어야 하고, 야당의 동의도 필요하다. 특히 민생 이슈에 집중해야 한다는 여론의 요구와도 맞지 않는다. 이슈 자체의 위험성도 부담이다. 강하게 밀어붙여 개헌정국을 조성하더라도 개헌 블랙홀에 휩쓸려 국정이 마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내건 정책은 ‘중도실용’이다. 이것은 좌·우 또는 진보·보수 사이에서 중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서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면 어떻게 추진하든 상관없다는 관점도 아니다. 중도는 타협과 토론으로 현안을 풀어가는 것을 말한다. 실용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국민 편익의 관점에서 정책을 판단하는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아서일까. 현 정부는 중도실용을 사실상 폐기한 것처럼 보였다. 이명박 정부는 제대로 된 중도실용의 길을 갈 것인지, 촛불정국 이후 그랬듯이 다시 강경 보수세력에 의탁할 것인지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민주정치가 계속되는 한, 선거는 계속될 것이다. 한 선거의 끝은 다음 선거의 시작이다. 이제 이들이 지방선거의 민심을 어떻게 수용하고,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꼼꼼히’ 지켜볼 때다. 유심히 살펴보고,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것이 유권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