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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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 넘쳐난다 ‘입법’ 배고프다”!

초선 249건, 전체 법률안 발의 65.5% …“의회 제 모습 찾기 바람직한 현상”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4-12-02 1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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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욕 넘쳐난다 ‘입법’ 배고프다”!
    초선의원을 중심으로 활발해진 입법 활동은 17대 국회와 이전 국회를 가름하는 특징 중 하나다. 특히 법률안 발의 수의 비약적인 증가가 눈에 띈다. 의정 활동 초년병들의 의욕이 입법 러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6대 국회에서 입법 발의 1, 2위를 차지한 조웅규 김홍신 전 의원이 4년 동안 발의한 법률안 수는 각각 48, 42건. 이들 의원은 16대에선 우등생이었지만 17대 초선의원들에겐 명함을 내밀기조차 힘들다.

    정성호 의원(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은 개원 후 6개월 동안(11월30일 현재) 26건을 발의했다(이하 대표 발의 기준). 김석준(한나라당) 단병호 의원(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도 각각 12, 11건을 대표 발의, 입법에 욕심을 내고 있다. 장복심(9건·우리당) 안명옥(8건·한나라당) 노회찬 의원(8건·민노당)도 법률안 제출에 열심이다. 한 재선의원은 “국회에 새로 들어온 초선의원들이 입법에 대한 의욕이 강할 뿐만 아니라 원내 정당화가 이뤄지고 있는 점도 법률안 발의가 늘고 있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17대 국회 개원 후 선수(選數)별 법률안 발의 수는 초선 249건(65.5%), 재선 이상 131건(34.5%)으로 초선의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정치가 주식이었고, 입법은 양념에 지나지 않았던 국회의 모습을 초선의원들이 조금씩 바꿔가고 있는 것이다. 이한길 국회 법제실장은 “17대 의원들은 입법부로서의 국회의 권능 회복과 의회의 제 모습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법률안을 법제실에 의뢰한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16대 통틀어 1위가 48건 … 6개월간 26건 정성호 의원 1위





    입법 발의 1위인 정성호 의원은 변호사 출신. 그는 국회에 들어가 입법 실태를 살펴보면서 자괴감이 들었다고 한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법률안조차 방치된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 정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정치 활동도 중요하지만 입법기관 고유의 구실을 지나치게 소홀히 한다는 느낌을 선배 의원들에게서 받았다”고 말했다. 또 “사회는 나날이 변화하는데 소프트웨어인 법률은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시대에 뒤떨어진 법률을 그대로 두는 것은 의원의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정 의원을 바짝 뒤쫓고 있는 김석준 의원은 6명의 보좌진 중 5명을 정책 보좌 인력으로 뽑았다. 김 의원은 국회 보좌진뿐 아니라 국회 밖의 조언그룹한테서도 법률안 제안을 받고 있다. 과학기술과 관련한 법률안을 주로 제출한 그는 “과학기술 발전을 법률이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면 국가 경쟁력을 잃는 것”이라며 “법률 개정과 제정은 국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사안이므로 전문성을 높이고 국민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법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법률안 준비나 홍보를 위한 공청회, 토론회가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흔해진 현상도 국회의 새 풍속도. 장복심 의원은 고령사회기본법 발의에 앞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공청회를 열었다. 법률안을 검토하고 의원들과 일반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행사였다. 장 의원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여한 공청회를 거쳐 제출한 이 법률안의 통과를 낙관하고 있다. 그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홍보하기 위해 국회 의원회관에서 ‘희망동이 사진전’을 열고 조산아들의 사진을 전시하기도 했다.

    “의욕 넘쳐난다 ‘입법’ 배고프다”!

    모자보건법 개정안 홍보를 위해 준비된 ‘희망동이 사진전’(9월15일)

    의원들의 법률안 발의가 가장 활발한 곳은 민노당이다. 개원 전부터 준비해온 노동 관계법 개정안 4건을 포함해 11건의 법률안을 발의한 단병호 의원을 비롯해 노회찬(8건) 천영세(5건) 이영순(5건) 최순영(4건) 현애자(4건) 의원 등 대부분의 의원이 법률안 발의 수 상위권에 자리했다. 의원들이 의욕적으로 법률안을 내고 있지만 고민은 제출한 법률안의 본회의 통과 여부. 민노당 한 관계자는 “교섭단체 중심으로 국회가 움직여 제출한 법률안이 상임위에 언제 상정되는지, 상정이 되기는 하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지역구 챙기기·개정안 도용 등 ‘한건주의식’ 지적도



    물론 초선의원들의 입법 러시가 시민단체에서 하는 의원 평가를 의식해 한건주의식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양은 늘었으되, 질은 따져봐야 한다는 것. 법률안을 통해 지역구 챙기기에 나서고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개정안을 도용하거나 동료 의원의 법률안을 베낀 사례도 있다. 16대 국회에서 의원 입법은 1800건 제안에 402건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 입법안이 595건 제안에 547건 처리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17대 초선의원들이 발의한 법률안도 처리 결과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까닭이다.

    “의욕 넘쳐난다 ‘입법’ 배고프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마련을 위해 열린 공동토론회(7월14일)

    법률안은 의원 개인의 소신이 반영된 경우가 많다. 당론보다는 소신에 따라 법률안을 만들거나, 찬반 토론을 하는 모습은 초선의원들에게 더 이상 사건이 아니다.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고자 국회에 들어온 단병호 의원이 비정규직 관련 법률안을 제출하고, 언론계 출신인 김재홍 의원(우리당)이 언론 관련 법률안을, 의사 출신 안명옥 의원이 보건의료 관련 법률안을, 장애인 장향숙 의원(우리당)이 장애인 관련 법률 개정안을 제출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장복심 의원은 제정안이나 전면 개정안의 경우 법률안이 통과되면 법률명에 ‘홍길동법’식으로 대표 발의한 의원의 이름을 병기하도록 하는 관련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법률안은 김원기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의 반응이 대체로 좋아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법률안 실명제’는 입법에 ‘이름을 걸게’ 함으로써 의원들을 더욱 신중하고 치밀한 입법 활동으로 이끌 전망이다. 17대 국회 말 어느 의원의 이름을 단 법률이 국민들의 주목을 받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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