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피격 사망한 오무전기 직원의 노제 장면.
그 후 이 사건은 김선일씨 피살 사건, 자이툰 부대 파병 등으로 인해 ‘망각의 저편’으로 건너가버렸지만 사고를 당한 사람들은 ‘11·30’이라는 고통의 바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건 1주년을 맞은 ‘그날’ 오무전기 측은 경실련 사무실에서 공사 발주 원청업체인 미국 워싱턴그룹 인터내셔널사의 불법 행위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무전기는 미국 육군 공병단이 워싱턴그룹 인터내셔널사에 발주한 공사를 하청받아 수행하다 사고를 당했다. 그런데 미국에는 국가가 발주하는 공사에 참여하는 업체(하청업체 포함)는 공사이행보증(Performance Bond)에 가입해야 한다는 ‘밀러 법(Miller Act)’이 있다. 또 미국 정부가 발주한 공사에 참여한 고용인이 공사와 관련한 일을 하다 사고를 당하면 정당한 보상을 받도록 한 산재보상 판례법(Defense Base Act)도 있다.
그러나 오무전기와 피해자 유가족은 11·30 사건과 관련해 미국 정부는 물론이고 원청사인 위싱턴그룹 인터내셔널 사로부터 단 한 푼의 보상도 받지 못했다. 오무전기 측은 이러한 현실을 폭로하고 동시에 워싱턴그룹 인터내셔널사를 미국 법원에 관련 법 위반 혐의로 제소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한국은 이라크에 세 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병한 미국의 동맹국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미국 측에 한 마디도 못하고 있다. 그런데 오무전기 사건과 관련해서 미국 측이 ‘그것은 너희 사정’이라고 한다면, 정서적으로 미국을 거부하는 한국인의 비율은 높아질 것이다. 왜 우리 정부는 오무전기 사건과 관련해서는 입도 벙긋하지 못하는 것일까. 미국 정부와 법원이 오무전기의 미국 원청사 제소 사건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