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상속은 ‘사유재산제도’를 떠받치는 근간이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신행정수도 논란으로 혼란스럽던 10월28일,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결정을 내렸다. 상속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피상속인의 적극재산뿐 아니라 소극재산(채무)까지 상속하도록 규정한 민법 제1005조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헌재 선고 2003헌가13결정)는 것.
이 같은 헌재의 결정은 일견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이는 1996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민법에서 가장 큰 논란이 돼온 ‘상속제도’에 대한 최종 결론에 해당하는 것으로, 적극재산뿐 아니라 빚도 상속하도록 하는 상속제도 자체의 정당성에 대한 헌재의 역사적인 판결로 기록됐다.
58년 2월22일 제정된 우리나라 민법은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적극재산은 물론 소극재산도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단순승인’을 원칙으로 하되, 상속되는 적극재산보다 소극재산이 더 많은 경우 상속인이 상속 개시로부터 3개월 이내에 상속 채무를 공제하고 남은 재산만을 상속하는 ‘한정승인’을 신청하거나, 모든 상속을 포기할 수 있게 함으로써 상속인을 보호해왔다(민법 제1019조 제1항). 그런데 상속인들이 정해진 기간 안에 상속 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신청하지 않는 경우에는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을 모두 상속하는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에(민법 제1026조 제1항), 뜻하지 않게 빚을 떠안게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심지어 어머니 뱃속에 있는 아이가 얼굴도 보지 못한 아버지의 빚을 떠안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96년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은 “정해진 기간 안에 상속 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신청하지 않으면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하는 민법 제1026조의 규정이 살아남은 상속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 제청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이에 대해 헌재는 98년 8월27일 “민법 제1026조 제2호가 기본권 제한의 입법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재산권을 보장한 헌법 제23조 제1항, 사적자치권을 보장한 헌법 제10조 제1항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국회가 99년 12월31일까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위 규정은 2000년부터는 효력을 상실한다”고 판결했다.
문제는 국회가 기한 안에 위 민법 규정을 개정하지 못했고, 그 결과 상속에 관한 중요한 근거 법률이 효력을 잃는 상황이 발생했던 것이다. 당연히 이와 관련된 재판이 더는 진행되지 못했고, 때때로 헌재의 결정에 반하는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무려 2년간 상속에 관한 법 규정의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국회는, 2002년 1월14일에야 비로소 헌재의 결정에 따라 “상속인은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제1항의 기간(3개월) 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을 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 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면서(민법 제1019조 제3항), 법의 개정이 지연된 데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위와 같은 신설 조항을 98년 5월27일부터 개정 법률 시행 전까지 상속 개시된 경우도 적용토록 하는 경과규정(부칙 제3조)을 함께 뒀다.
그런데 법률이 개정된 지 1년도 채 안 돼 2002년 10월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개정된 법률을 98년 5월27일 이후 상속 개시된 사건에 한해서만 적용토록 제한한 것은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또다시 위헌 제청을 했고, 이에 대해 헌재는 2004년 1월29일 “상속에서 중요한 것은 상속 개시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가 아니라 상속채무 초과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다”는 이유로 개정된 민법 부칙 제3항조차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문제가 제기된 지 무려 8년 만에 헌재는 전원 일치로 피상속인의 적극재산뿐 아니라 소극재산도 상속하도록 한 민법의 상속제도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떠안을 빚이 많다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라면 한정승인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여, 상속인이 뜻하지 않게 빚을 상속해 재산권이 침해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한정승인 제도나 상속 포기에 관한 규정을 개정함으로써 뜻하지 않은 빚의 상속을 막을 수 있게 됐더라도, 실제적으로 가난이 대물림되는 현실은 과연 헌법에 합치하는지는 따로 생각해야 할 문제다. 물론 이는 우리 모두의 책임과 지혜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헌재의 결정은 일견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이는 1996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민법에서 가장 큰 논란이 돼온 ‘상속제도’에 대한 최종 결론에 해당하는 것으로, 적극재산뿐 아니라 빚도 상속하도록 하는 상속제도 자체의 정당성에 대한 헌재의 역사적인 판결로 기록됐다.
58년 2월22일 제정된 우리나라 민법은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적극재산은 물론 소극재산도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단순승인’을 원칙으로 하되, 상속되는 적극재산보다 소극재산이 더 많은 경우 상속인이 상속 개시로부터 3개월 이내에 상속 채무를 공제하고 남은 재산만을 상속하는 ‘한정승인’을 신청하거나, 모든 상속을 포기할 수 있게 함으로써 상속인을 보호해왔다(민법 제1019조 제1항). 그런데 상속인들이 정해진 기간 안에 상속 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신청하지 않는 경우에는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을 모두 상속하는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에(민법 제1026조 제1항), 뜻하지 않게 빚을 떠안게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심지어 어머니 뱃속에 있는 아이가 얼굴도 보지 못한 아버지의 빚을 떠안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96년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은 “정해진 기간 안에 상속 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신청하지 않으면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하는 민법 제1026조의 규정이 살아남은 상속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 제청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이에 대해 헌재는 98년 8월27일 “민법 제1026조 제2호가 기본권 제한의 입법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재산권을 보장한 헌법 제23조 제1항, 사적자치권을 보장한 헌법 제10조 제1항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국회가 99년 12월31일까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위 규정은 2000년부터는 효력을 상실한다”고 판결했다.
문제는 국회가 기한 안에 위 민법 규정을 개정하지 못했고, 그 결과 상속에 관한 중요한 근거 법률이 효력을 잃는 상황이 발생했던 것이다. 당연히 이와 관련된 재판이 더는 진행되지 못했고, 때때로 헌재의 결정에 반하는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무려 2년간 상속에 관한 법 규정의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국회는, 2002년 1월14일에야 비로소 헌재의 결정에 따라 “상속인은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제1항의 기간(3개월) 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을 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 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면서(민법 제1019조 제3항), 법의 개정이 지연된 데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위와 같은 신설 조항을 98년 5월27일부터 개정 법률 시행 전까지 상속 개시된 경우도 적용토록 하는 경과규정(부칙 제3조)을 함께 뒀다.
그런데 법률이 개정된 지 1년도 채 안 돼 2002년 10월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개정된 법률을 98년 5월27일 이후 상속 개시된 사건에 한해서만 적용토록 제한한 것은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또다시 위헌 제청을 했고, 이에 대해 헌재는 2004년 1월29일 “상속에서 중요한 것은 상속 개시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가 아니라 상속채무 초과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다”는 이유로 개정된 민법 부칙 제3항조차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문제가 제기된 지 무려 8년 만에 헌재는 전원 일치로 피상속인의 적극재산뿐 아니라 소극재산도 상속하도록 한 민법의 상속제도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떠안을 빚이 많다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라면 한정승인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여, 상속인이 뜻하지 않게 빚을 상속해 재산권이 침해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한정승인 제도나 상속 포기에 관한 규정을 개정함으로써 뜻하지 않은 빚의 상속을 막을 수 있게 됐더라도, 실제적으로 가난이 대물림되는 현실은 과연 헌법에 합치하는지는 따로 생각해야 할 문제다. 물론 이는 우리 모두의 책임과 지혜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박영주 / 변호사·법무법인 지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