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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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李, 오후 盧’ 세대 대결

투표일 시간대별 표 쏠림 현상 분석 … 젊은층 투표 참여 집중 오후 3시 ‘역전 드라마’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입력2002-12-26 13: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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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시대’가 개막됐다. 세계화, 정보화 등으로 무장한 시민사회의 선택은 변화와 개혁이었고 그 중심에 노무현이 서 있었다. 50대 대통령의 등장은 필연적으로 3김 시대의 퇴장을 동반한다. 권위주의와 집단주의는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었다. 대신 자유주의와 개인주의로 무장한 20, 30대가 신파워그룹으로 등장했다. 그들은 정치개혁과 사회변혁을 강력히 주문한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로서는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노무현 시대, 과연 어떤 비전을 제시할 것인가.
    ‘오전 李, 오후 盧’ 세대 대결

    방송 3사의 출구조사는 모두 노무현 후보의 당선은 물론 득표율까지 0.5% 안팎의 차이로 정확하게 예측해냈다.

    12월19일 개표를 지켜보고 있던 노무현 당선자에게 운명의 시각은 이회창 후보를 앞지르기 시작한 오후 8시40분이었다. 그렇다면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출구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노당선자에게 운명의 시각은 언제였을까. 바로 19일 오후 3시였다. 대통령 선거 당일 3개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는 이날 오후 3시까지만 해도 이회창 후보가 노무현 후보를 2∼3% 차로 앞서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2.3% 차로 앞설 것으로 정확히 예측해낸 미디어리서치의 예측 결과에서는 오후 1시까지만 해도 이후보가 48.7%를 얻어 47.7%를 얻은 노후보를 1% 앞서나가고 있었다. 19일 하루 동안 모두 7차례에 걸쳐 집계된 미디어리서치 출구조사 결과 중 네 번째 집계치에 와서야 비로소 노후보가 역전 드라마를 연출한 것이다(도표 참조).

    SBS와 함께 출구조사를 벌인 TN소프레스의 조사결과 역시 오후 2시까지만 해도 이회창 후보가 앞서나가면서 이회창-노무현 후보 간에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박빙의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러나 오후 2∼3시 사이에 들어온 출구조사 결과에서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10% 이상 크게 앞서나가면서 분위기는 빠르게 바뀌기 시작했다.

    MBC 의뢰로 출구조사를 맡은 코리아리서치센터(KRC)의 경우도 오후 2시, 오후 3시30분 등으로 시간대별로 끊어 지지율을 집계했는데 오후 2시까지만 해도 이회창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KRC 관계자의 설명. 그러나 3개 조사기관 모두 결국 노후보를 지지하는 젊은층의 투표 참여가 오후 2시 이후에 집중되면서 초반 판세를 극적으로 뒤집어버린 것이다.

    “출구조사 결과 이렇게 극적인 차이는 처음”



    시간대별로 투표층이나 투표율이 차이를 보이는 것은 선거에서는 일반적 현상이다. 재·보선 같은 경우 이른 아침에 투표하는 계층은 대부분 직장인이고 오후에 투표하는 층이 주부나 자영업자 등인 것과 같은 이치. 그러나 이번 대선의 경우 세대 대결의 양상을 보이면서 젊은층과 중·장년층의 투표 시간이 오전과 오후로 극명하게 갈리면서 투표율 격차가 뚜렷한 대비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 여론조사기관들의 평가다. 코리아리서치센터 출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20, 30대의 59%가 노무현 후보를 지지한 반면,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35%에 머물렀다. 반면 50대에서는 이후보의 지지율이58%로 노후보 지지율 40%를 크게 앞서고 있고, 60대 이상은 이후보 지지율이 64%로 노후보 지지율 35%를 두 배 가까이 앞서고 있다.

    ‘오전 李, 오후 盧’ 세대 대결
    TN소프레스 김헌태 이사는 “세대 대결의 양상은 2000년 총선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출구조사 결과 오전과 오후 투표의 지지율이 이렇게 극적으로 차이가 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젊은층의 경우 투표일이 휴일일 경우 전날 과음해 투표일 아침에 늦게 일어난다는 점까지 감안해서 시간대별 후보 지지율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추정을 확인해주듯 미디어리서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50, 60대의 경우 오후 1시 이전에 각각 67.1%와 77.4%가 투표를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노무현 후보 지지 성향이 강한 30대와 20대 유권자 중 오후 1시 이전에 투표를 마친 유권자의 비율은 각각 49.5%와 47.4%에 불과했다. 세대간 대결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오전-이회창, 오후-노무현’으로 투표 경향이 나뉘는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오전 李, 오후 盧’ 세대 대결

    대선 전날인 12월18일 치러진 전화여론조사 결과는 이날 밤 정몽준 대표의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 선언으로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신세가 됐다.

    한편 각 여론조사기관들은 이번 대선 예측조사에서 출구조사와 전화여론조사를 병행해 적중도를 높이는 전략을 썼다. MBC의 의뢰로 예측조사를 하면서 타 여론조사기관보다 2배 이상 많은 7만명의 표본을 동원할 정도로 출구조사에 사활을 걸었던 코리아리서치 역시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전화여론조사를 병행해왔다는 것.

    반면 출구조사보다는 당일 전화조사에 큰 비중을 둔 SBS-TN소프레스는 18일 정몽준 대표의 노후보 지지 철회의 ‘유탄(流彈)’을 직접 맞은 경우. TN소프레스는 투표일 전날인 18일, 6000명을 선발해 하루 종일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는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4% 정도 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8일 밤 정몽준 후보의 노후보 지지 철회라는 돌발변수가 생기면서 이 조사결과는 순식간에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신세가 됐다. TN소프레스측은 투표 당일인 19일 아침부터 부랴부랴 70여명의 조사원들을 재소집해서 다시 전화조사를 실시하는 한바탕 소동을 벌이지 않을 수 없었다.

    MBC와 SBS가 동일한 조사기관에 출구조사와 전화조사를 함께 맡겨 성공한 경우라면 KBS는 출구조사와 전화조사를 따로 맡기는 바람에 톡톡히 망신을 당한 경우. KBS의 전화조사를 맡은 한국갤럽측이 이회창 후보 우세를 예측함에 따라 KBS 조사결과는 출구조사에서 노후보의 2.3% 우세를 정확히 맞히고도 빛이 바랬다(상자기사 참조).

    그러나 아무래도 전화조사에서는 실제 투표하지 않으면서도 지지 후보를 밝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응답자들을 최종 예측 결과에서 어떻게 배제하느냐는 문제가 남을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기관들이 출구조사와 여론조사를 병행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 여론조사기관 입장에서는 응답자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하나라도 더 차단하는 것이 과제인 것이다. 여론조사를 과학으로 볼 것이냐의 여부는 이 ‘구멍’을 얼마나 남김없이 메워나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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