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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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비용이 발목잡을라

민주당 제시액 ‘6조원’과 이견 많아 … 입지선정 둘러싼 후보지 마찰도 우려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2-12-27 09: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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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비용이 발목잡을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전경. 행정수도 이전은 수도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제16대 대통령선거에서 서울과 충청 민심은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투표 결과 노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득표율은 서울지역 51.3% 대 45%, 충청지역 52.5% 대 41.3%로 노후보가 크게 앞섰다. 대통령선거 중반에 노후보가 내세운 행정수도 이전 공약은 한나라당의 맹공에도 불구하고 결국 노후보에게 약이 된 셈이다.

    선거 기간에 한나라당은 노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은 충청권의 표를 얻기 위해 졸속으로 만든 정책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렇다면 실제로 노후보는 언제 이 공약을 만들었을까.

    민주당 관계자들은 2002년 4월 민주당 경선이 끝난 뒤 노당선자의 자문교수들이 제안했고, 노당선자가 이를 당 정책위에 검토를 의뢰하면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정책자문단 단장이었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 행정자문을 맡은 윤성식 고려대 교수, 분권자문을 맡은 성경륭 한림대 교수 등이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정책위에서 실무검토를 거쳐 8월 말 공약으로 결정된 것이다.

    그러나 노당선자가 지방 분권의 중요성을 절감한 것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병준 교수는 “당시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이사장이던 노당선자를 만나 처음 나눈 대화가 분권과 분산, 지방화에 관한 이야기였다”며 “노당선자의 공약이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니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또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집값 폭락 등의 공세도 예견했고, 감표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수도권 문제 해결에 대한 노당선자의 의지가 워낙 강해 그대로 밀어붙인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당선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변수였던 만큼 대선 이후 결코 흐지부지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현재 대선 때 내세웠던 공약 수준 이상의 청사진을 갖고 있지 못하다. 다만 전 국민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국민투표에 부치고, 국회 동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염두에 두고 있을 뿐이다.



    실제 행정수도 이전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선거 기간에는 표를 의식한 과장된 주장들이 난무했다. 선거도 끝난 차제에 과연 행정수도 이전이 우리 사회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와 사회적 비용, 합당한 입지, 실현 가능성 등을 차분히 짚어봐야 한다는 게 도시계획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제 실시, 수도권 성장억제 정책, 지역균형발전 정책 등 여러 가지 지역분산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은 갈수록 심화돼왔다. 2002년 9월30일 현재 수도권 인구는 전국의 46.8%에 이르고, 인구밀도는 세계 10대 상위도시 평균의 3배에 달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이 되면 수도권 인구는 전국 인구의 절반을 넘어서게 된다. 서울의 연간 교통혼잡 비용은 5조원대에 달하고 주택보급률은 79%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새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극약처방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 방안 등 구체적인 내용을 준비해온 민주당 국가비전21위원회에 따르면 우선 대통령 직속으로 민관 합동의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위원회’를 설치해 10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적극 추진토록 할 계획이다. 10개년 계획은 △계획 수립 및 후보지 선정(1년) △토지매입과 보상(2년) △부지 조성 및 인프라 구축(3년) △청사 건축 및 이전(4년)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추진위원장은 장관급으로 하고, 위원에는 반드시 충청권 지역 대표를 포함시키며 산하에 ‘신행정수도 입지선정 분과위원회’를 설치해 2003년 말까지 입지선정 보고서를 제출토록 할 예정이다. 또한 2003년 내에 ‘신행정수도 건설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청와대와 정부에 전담기구를 설치해 새 정부의 임기 내에 부지 조성 등 가시적인 조치를 끝낼 계획이다.

    행정수도 이전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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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12월8일 대전에서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실제 행정수도가 이전되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한나라당의 주장처럼 정부기관이 다 빠져나가 수도권이 공동화되고, 집값 폭락과 경기침체를 야기해 서민들이 애를 먹게 될 것인가. 아니면 민주당의 주장처럼 50만명 정도가 빠져나가 수도권이 쾌적한 환경을 되찾게 될까.

    전문가들은 양당의 주장은 모두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어서 다시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호 아주대 교수(도시사회학)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와 관련 가장 먼저 짚어봐야 할 문제는 실제 어떤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수도권 과밀과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 반드시 행정수도 이전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미국처럼 주요 권한이 지방정부에 상당수 이전돼 있거나 지방 분권이 이뤄져 있을 경우에는 서울을 경제 기능을 갖춘 도시로, 새 수도를 행정 기능을 갖춘 도시로 키워가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중앙부처가 인허가 업무 등 행정 권한을 다 쥐고 이전할 경우 기업 등 유관기관들이 대거 본사를 이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교수는 “그동안 지방분권, 지방대학 육성 등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제대로 된 적이 없다”며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엄청난 사업을 벌이기 전에 이런 과제들을 제대로 실행하는 게 더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행정수도 이전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또 다른 논리는 이렇다. 행정수도 이전으로 서울과 수도권 인구가 빠져나간다 해도 서울과 수도권이 다른 지역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곳이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다른 지역 사람들이 금세 서울로 다시 몰려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정된 사회 재원을 새 수도 건설에 투입할 게 아니라 여타 지방의 발전을 위해 써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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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이 제시한 수도 이전 비용은 6조원. 대전 둔산 지구 개발비에 물가상승률 30%를 감안한 결과 인구 50만명의 도시 건설에 6조원, 100만명의 경우 10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소요 비용은 공공청사의 매각 대금과 개발토지의 매각 이익 등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40조원, 국토연구원은 최소 30조~40조원, 서울시는 53조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나라당 관계자는 “행정수도 건설은 단순히 청 단위의 정부기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므로 국가 재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공적자금 이자만 연간 수조원이 투입돼고, 전체 예산 가운데 70% 정도가 경직성 세출에 쓰일 만큼 재정 상태가 심각한 상황에서 행정수도 건설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대부분은 입지도 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용 얘기가 나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한양대 최막중 교수(도시계획학)는 “행정수도 이전에 들어가는 돈은 고무줄처럼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다”며 “택지개발과 사회간접자본 시설 등에 들어가는 비용 규모가 가장 큰 문제지만 입지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비용은 예상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무엇보다 수도 이전과 관련된 간접 비용. 행정기관이 이전되면서 유관기관이나 기업 등이 연쇄적으로 이동하는 데 드는 비용, 기업이 기존 네트워크를 포기하는 대가로 치러야 할 비용 등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지역 균형발전으로 인한 편익이 더 클 경우 이런 비용은 감수해야 하겠지만 그 정도의 비용을 비수도권에 직접 투자한다면 더 큰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는 것.

    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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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은 해마다 심화돼왔다. 2002년 9월30일 현재 수도권 인구밀도는 세계 10대 상위도시 평균의 3배에 달한다.

    민주당은 1년 안에 입지를 선정할 계획이며 잠정적으로 충청지역 4곳(아산 신도시, 청원군 오송·오창 지구, 공주시 장기지구, 대전)을 후보지로 보고 있다. 그러나 선거 이튿날인 12월20일 이원종 충북지사와 염홍철 대전시장 등이 경쟁적으로 행정수도 유치를 선언하는 등 이들 후보지는 벌써부터 들썩거리고 있다.

    민주당이 충청권을 후보지로 내세운 논리는 청주공항과 고속철도가 가깝고, 청원군 오송·오창 지구 등 이미 조성된 부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더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행정수도의 입지조건은 무엇보다 나라의 중심이라는 상징성과 편의적 기능 등이다. 최막중 교수는 “수도 이전작업이 예상보다 늦어져 20~ 30년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통일 이후 상황까지 고려해 입지를 서울과 평양의 중간 지점으로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역시 “남북분단을 전제로 한 행정수도의 남하 이전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물론 행정수도가 반드시 국토의 중앙 지점일 필요는 없지만,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사항은 역시 국토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가장 적합한 곳이어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충청권의 행정수도 건설로 호남권 영남권 강원권 등 다른 지역이 상대적으로 침체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은 “충청권이 다른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의 접점에 있고 인적 교류가 쉬워 다른 지역에서도 반가워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은 결코 하루아침에 해결될 것들이 아니다. 입지 선정 문제도 민주당은 1년 이내로 못박고 있지만 전문가들에 따라 2~3년을 잡는 이도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노당선자가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직접 끌어안고 가기보다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범국민위원회 등을 만들어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렇지 않고 공약 사항이라고 무조건 밀어붙인다면 엄청난 사회적 혼란이나 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

    최막중 교수는 “이번 대선에서 노당선자가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수도권 과밀과 지역 불균형의 심각성을 알린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국토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무엇을 우선 순위에 둘 것인가를 잘 판단하는 현명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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