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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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개표 혁명’ 꿈을 이뤘다

  • 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입력2002-12-27 13: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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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개표 혁명’ 꿈을 이뤘다
    박진감 넘치는 이번 대선 개표방송의 일등공신은 단연 전자개표 시스템이다. 12월20일 새벽 개표를 최종 마무리하는 순간, 전자개표 시스템을 총괄해온 SK C&C 김철균 차장(37)의 마음도 후련해졌다. “회사 경영진까지 모두 마음을 졸였습니다. 잘못되는 순간 엄청난 국가적 혼란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회사의 존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김차장에 따르면 일본이 일부 지역에서 전자개표 시스템을 가동한 적은 있으나 전국적으로 가동한 건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이번 대선에서 전자개표가 그 진가를 발휘한 덕에 인도네시아 정부가 2004년 대선에서의 전자개표 시스템 도입을 위해 SK C&C와 협의중이다.

    이번에 이용된 전자개표 시스템은 전자개표 단말기가 분당 250여장의 투표용지를 스캐너로 읽어 후보별 득표 수를 모니터로 보여주고, 투표지 분류기가 투표용지를 후보별로 분리하는 방법이다. 집계된 득표 결과는 통신망을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로 전송되고, 다시 인터넷으로 방송사 및 관련기관에 보내진다.

    김차장이 당초 예상한 개표 종결시간은 투표 당일 밤 10시 반 정도. 그런데 개표가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계속된 것은 중앙전산망에 해커가 침입할 수 있다는, 설득력 없는 일부의 문제제기가 계속돼 득표 결과를 직접 전송하지 않고, 심의를 거쳐 수작업으로 입력·전송하는 방법을 썼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전자개표는 절름발이 형태로 진행된 셈.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개표의 위력은 대단했다. 방송 3사가 모두 투표 당일 밤 10시를 전후해 당선자를 확정 발표했고, 자정 무렵 99% 이상 개표가 완료됐다. 지난 15대 대선과 비교하면 3시간 이상 앞당겨진 셈이다. 검표 인원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김차장은 이번 전자개표의 성공을 중앙선관위 관계자들의 공으로 돌렸다. 중앙선관위 내에서도 반대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관계자들이 단호한 추진력을 보여줬다는 것. “100억원대 규모의 사업을 한푼의 예산도 없이 시작했다는 것은 관계자들의 대단한 의지가 아니고서는 어려운 일이지요.”

    김차장의 출발은 사실 IT(정보기술)와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대학에서는 아프리카어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해 ‘복음과 상황’이라는 기독교 잡지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던 것. 그런데 7년 전, IT업계 인사를 취재하면서 IT 분야와 인연을 맺은 뒤 비정형화된 문서 자동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전자개표 시스템의 해외 진출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것 외에도 위조가 쉬워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국내 여권관리 시스템 개선에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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