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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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충청권 윈-윈 가능하다”

경제·행정 수도로 확실한 역할 분담 … 표심 통해 국민지지 확인했지만 기득권 세력 반발 예견

  • 성경륭/ 한림대 교수·사회학 krseong@hallym.ac.kr

    입력2002-12-27 09: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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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과 충청권 윈-윈  가능하다”

    과밀현상을 빚고 있는 서울 시내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제시한 신행정수도 건설 공약은 대선 중반 이후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이번 선거의 최대 정책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 공약에 대해 한나라당은 서울공동화론, 비용과다론, 위치부적절론 등을 펴며 대반격을 시도했고, 주요 언론들도 이 주장에 동조하면서 한나라당의 반론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세를 형성하는 듯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노후보의 승리였고, 특히 신행정수도 건설 논의와 직결되는 수도권 3개 지역과 충청권 3개 지역에서 노후보가 반수 이상의 표를 획득하면서 완승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학계에서는 한때 노후보를 위기에 빠뜨렸던 신행정수도 건설 공약이 오히려 그를 기사회생시키는 효자 공약이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수도권 공동화보다 인구밀집 불편이 더 큰 문제”

    그러면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모두 50% 이상의 유권자들이 압도적 지지를 보낸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한나라당과 주요 언론들이 서울 공동화와 수도권 붕괴를 들먹이며 수도권 주민들에게 엄청난 불안감을 조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 주민들이 노후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유권자들이 극심한 인구과밀 문제를 안고 있는 현재의 서울과 수도권의 상황을 더 늦기 전에 바꾸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지하듯 서울과 수도권에는 2001년 말 현재 전체 인구의47%가 밀집되어 있고, 중앙부처 100%와 주요 대기업의 본사 80%가 밀집해 있으며, 이로 인해 금융거래와 국가 조세수입의 70%가 바로 이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교통혼잡, 주거난, 환경오염, 사건·사고, 범죄 등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러하므로 서울과 수도권 주민들은 수도권의 공동화보다는 수도권의 인구밀집과 그로 인한 문제들이 더 심각하다고 인식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약간의 손해가 올 수도 있는 신행정수도 건설안을 주저 없이 지지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충청권 유권자들은 전통적으로 자민련을 지지하는 등 보수적으로 투표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충청권 발전을 위해 민주당을 적극적으로 지지함으로써 정책 중심으로 투표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정치적 측면에서 볼 때 수도권과 충청권은 이번 선거에서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해 ‘정책연합’을 형성하고, 정책노선을 매개로 합리적인 ‘지역연합’을 결성했다고 볼 수 있다. 정책연합이든 신지역연합이든 그것은 노무현 정부에게는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강력한 지지기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논란이 많았던 정책 쟁점에 대해 해당 지역 모두에서 과반수의 강력한 지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결국 노무현 당선자는 이번 선거를 통해 집권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충청권에 신행정수도를 건설하라는 국민의 명령(mandate)을 수임했다고 볼 수 있다.

    정책 내용의 측면에서 볼 때 신행정수도 건설안은 수도권과 충청권, 그리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 전체가 상생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날 강력한 중앙집권국가가 추진한 산업화 정책은 지방의 인구와 자원을 수도권으로 흡수하여 지방의 공동화를 초래했다. 그 결과 정부는 수도권의 인구증가를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규제 위주의 수도권 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첨단산업 육성이라는 국가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도권의 규제를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을 때, 비수도권 지역들은 이에 대해 극렬하게 저항해온 것이 저간의 사정이다. 그리하여 수도권의 과밀화와 비수도권의 과소화는 한 곳이 흥하면 다른 곳이 쇠하는 제로섬의 관계를 가지게 됐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여 수도권과 충청권,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체를 모두 살릴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충청권을 행정수도로 키울 경우 수도권은 경제수도로 육성하여 뉴욕과 워싱턴, 상하이와 베이징처럼 기능적으로 역할을 분담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과 충청권 윈-윈  가능하다”

    교통난이 심각한 성남 분당의 현인로 일대

    선거 막바지에 서울 공동화론과 수도권 붕괴론을 불식하기 위해 민주당이 제안했던 서울을 동북아의 금융·비즈니스 중심도시로, 경기도를 미래형 첨단산업·국제교역 중심지로, 인천을 동북아 물류·비즈니스 중심도시로 육성하는 ‘황금의 삼각지대’안도 수도권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한반도 전체를 ‘개방형 국토’로 전환해 나간다는 관점에서 영종도 국제공항-인천-김포경제특구-서울에 이르는 회랑을 세계화 벨트로 육성하고, 서울은 뉴욕과 도쿄에 버금가는 세계도시로 발전시켜 나가는 국가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충청권과 수도권 이외의 타 지역은 각각의 특성과 비교우위에 입각하여 산업별 수도를 육성하는 전략을 추진할 수 있이다. 앞으로 많은 연구와 논의를 거쳐야 하겠지만 예컨대 강원도는 관광휴양 수도, 대구는 디자인 수도, 부산은 해양물류 수도, 광주는 문화수도, 대전은 과학기술 수도 등으로 육성하는 지역발전 모델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업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계획협약(plan contract)을 통해 지역특화 발전을 공동으로 추진해나가는 방안이 있다.

    충청권은 행정수도로, 수도권은 경제수도로, 여타 지역은 산업별 수도로 육성하는 계획은 현재의 국토구조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종의 국토개조 계획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이 인구와 자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기형적 국토구조에서 전국이 골고루 잘 사는 균형 있는 국토구조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각 지방이 자립적인 경제기반을 구축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동시에 개성 있는 지역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할 수 있다. 그래서 지방의 특성화와 나라 전체의 역동적 발전을 도모할 좋은 여건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국토개조 계획이 기존의 기득권 구조를 바꾼다는 데 있다. 따라서 신행정수도의 건설로 손해를 보는 사람과 이익을 보는 사람이 생기게 되고, 이로 인해 크고 작은 마찰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신행정수도 건설은 국가 전체의 운명과 발전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국가적 사업이다.

    그러므로 신행정수도 건설 계획은 비록 이번 선거를 통해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신정부 출범 초기부터 광범위한 국민적 토론을 거쳐 추진되어야 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국민투표를 거치는 것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신행정수도 건설을 통해 집권국가·집중형 사회라는 낡은 발전 패러다임을 분권국가·분산형 사회라는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역사적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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