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6

..

징크스에 목맨 골퍼 … “숫자 7이 싫어”

  • 이선근/ 골프다이제스트 편집장 sklee@golfdigest.co.kr

    입력2002-12-27 13:1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나이 지긋한 골퍼들이 참여하는 미국 시니어투어에서도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기이한 행동을 하는 선수들을 볼 수 있다. 아직도 승리의 여신이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에서인지 징크스에 관한 기상천외한 행동들이 속출한다. ‘붉은색 옷을 입어야 게임이 잘 된다’ ‘공에 7자를 새겨넣으면 타수를 줄일 수 있다’는 등의 평범한 것들은 징크스 축에 끼지도 못한다.

    로커 톰슨이라는 선수는 평소엔 태평스럽기 그지없는 성격이지만 라운딩에 나서면 유달리 징크스에 집착해 시니어투어에서 끊임없이 화제를 몰고 다닌다. 그는 금이 가 있는 카트로에선 절대로 카트를 세우지 않는다. 캐디는 물론이고 라운딩을 같이 하는 사람들, 프로암의 파트너를 막론하고 그 누구라도 그의 공이 공중에서 떨어져 멈추거나 퍼팅한 공이 정지할 때까지 입도 뻥끗 못한다.

    예를 들어 아주 멋지게 날아가는 드라이버 샷을 보면서 “나이스 샷”이라고 외치면 그가 쏟아내는 폭언을 견뎌낼 각오를 해야 한다. 그는 ‘공의 요정’이 있다고 믿는다. 누가 공에 대고 “나이스 퍼팅”이라고 말하면 요정은 퍼팅의 성패를 결정하는 게 자신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공이 홀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고. 그는 “아주 짧은 퍼팅이 컵을 훑고 나온다거나 360도 돌아서 나오는 경우가 다 공의 요정의 심술”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특히 숫자 7을 아주 싫어하는데, 경기 중 7이란 숫자가 나오면 정신을 못 차린다. 7의 배수조차도 안 된다. 34번도 싫어하는데 그 이유는 3하고 4를 더하면 7이 되기 때문. 49는 7의 제곱이니 당연히 ‘아니올시다’다. 밤에 잘 때도 시계가 12시4분을 표시하면 12시5분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불을 끄고 잠을 청한다고 한다. 모두 더하면 7이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는 7번 아이언을 치지 않는다. 톰슨 자신도 왜 자신이 7이란 숫자를 싫어하게 됐는지 모른다고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누구나 미신을 믿으며 미신을 믿음으로써 정신적으로 준비를 갖췄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톰슨 정도의 증상이라면 거의 병적이다. 징크스에 목을 맨 골퍼라면 미신에 대한 집착을 훌훌 벗고 연습에 집중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