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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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다시 만난 해양문학의 백미

  • 입력2002-12-27 13: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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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에 다시 만난 해양문학의 백미
    아동용 축약본으로 읽었던 쥘 베른의 ‘해저 2만리’를 초판 당시 삽화가 담긴 완역본으로 다시 읽는다. 공교롭게도 일주일 간격으로 김석희 번역(열림원 펴냄), 이인철 번역(문학과지성사 펴냄)으로 나란히 출간돼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일단 앞서 출간된 열림원의 ‘해저 2만리’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쥘 베른의 서거 100주년이 되는 2005년 5월까지 15작품(전 20권)을 발간한다는 계획과 김석희씨가 번역활동 20년을 결산하며 베른 선집 번역작업에 전념한다는 소식이 출판계 화제였다. 30, 40대 독자들에게 ‘15소년 표류기’로 더 많이 알려진 ‘2년 동안의 휴가’를 완역본으로 다시 읽게 된다는 기대감도 대단하다.

    열림원측은 쥘 베른 컬렉션 첫 권을 ‘지구 속 여행’으로 시작했으나, 뒤이어 문학과지성사가 ‘해저 2만리’를 펴내는 바람에 2종류의 ‘해저 2만리’에 눈길이 쏠렸다. 쥘 베른이 쓴 ‘경이의 여행’ 시리즈 가운데서도 해양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해저 2만리’는 1869년 ‘교육과 오락’ 잡지에 연재된 뒤 에첼출판사(에첼은 베른의 문학적 후견인이었다)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1866년 시점에서 씌어진 이 작품은 인간사회를 등진 네모선장이 잠수함 노틸러스호를 타고 바다를 유랑하는 내용을 담은 여행기다. 이 잠수함에 탑승하게 된 아로낙스 박사가 주요 화자로 등장한다. 열림원 판과 문학과지성사 판은 모두 대중소설답게 쉽게 읽힌다. 그러나 세밀히 관찰하면 번역에서 몇 가지 차이점이 드러난다. 열림원 판은 책 말미에 꼼꼼하게 역자의 미주를 달아놓았다. 친절한 주석으로 퀴비에도, 라세페드도, 뒤메릴도, 카트르파주가 당대의 실존 생물학자였다는 사실, ‘해리’와 같은 단위에 대한 해설, 알류샨 열도에 대한 지리적 설명까지 접할 수 있다.

    21세기에 다시 만난 해양문학의 백미
    한편 문학과지성사 판은 추가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각주나 미주 형식을 빌리지 않고 곧바로 괄호 안에 넣어 처리한 것이 특징이다. 읽는 동안 흐름이 끊기지 않게 하려는 배려다. 또 저자인 쥘 베른이 저지른 원작의 오류도 그대로 살리면서 “오역이 아니라 원문의 잘못임을 밝혀둔다”고 적어놓았다. 사실 ‘해저 2만리’ 2부 ‘빙산’(열림원 판에서는 제2권 떠다니는 빙산)에서 베른은 “빙산의 잠긴 부분과 물 위로 드러난 부분의 비율은 4대 1”이라고 적어놓고 곧바로 “빙산이 바닷물 위로 1m 나와 있으면 물속에는 3m가 잠겨 있다”며 앞뒤가 안 맞게 써놓았다. 열림원 판은 앞의 문장을 3대 1로 수정했으나 문학과지성사 판은 원작의 오류를 그대로 싣고 주석에서 오류임을 밝히는 방식을 택했다. 문학과지성사 판 ‘해저 2만리’를 번역한 이인철씨는 국내 잠수장비 보급 전문회사 이사로 해양문화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인류의 해저 대모험’ 같은 책을 번역한 바 있다.



    이제부터 독자들은 ‘해저 2만리’를 놓고 즐거운 고민에 빠질 것이다. 두꺼운 한 권짜리인가, 가벼운 두 권짜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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