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앞서 출간된 열림원의 ‘해저 2만리’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쥘 베른의 서거 100주년이 되는 2005년 5월까지 15작품(전 20권)을 발간한다는 계획과 김석희씨가 번역활동 20년을 결산하며 베른 선집 번역작업에 전념한다는 소식이 출판계 화제였다. 30, 40대 독자들에게 ‘15소년 표류기’로 더 많이 알려진 ‘2년 동안의 휴가’를 완역본으로 다시 읽게 된다는 기대감도 대단하다.
열림원측은 쥘 베른 컬렉션 첫 권을 ‘지구 속 여행’으로 시작했으나, 뒤이어 문학과지성사가 ‘해저 2만리’를 펴내는 바람에 2종류의 ‘해저 2만리’에 눈길이 쏠렸다. 쥘 베른이 쓴 ‘경이의 여행’ 시리즈 가운데서도 해양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해저 2만리’는 1869년 ‘교육과 오락’ 잡지에 연재된 뒤 에첼출판사(에첼은 베른의 문학적 후견인이었다)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1866년 시점에서 씌어진 이 작품은 인간사회를 등진 네모선장이 잠수함 노틸러스호를 타고 바다를 유랑하는 내용을 담은 여행기다. 이 잠수함에 탑승하게 된 아로낙스 박사가 주요 화자로 등장한다. 열림원 판과 문학과지성사 판은 모두 대중소설답게 쉽게 읽힌다. 그러나 세밀히 관찰하면 번역에서 몇 가지 차이점이 드러난다. 열림원 판은 책 말미에 꼼꼼하게 역자의 미주를 달아놓았다. 친절한 주석으로 퀴비에도, 라세페드도, 뒤메릴도, 카트르파주가 당대의 실존 생물학자였다는 사실, ‘해리’와 같은 단위에 대한 해설, 알류샨 열도에 대한 지리적 설명까지 접할 수 있다.

이제부터 독자들은 ‘해저 2만리’를 놓고 즐거운 고민에 빠질 것이다. 두꺼운 한 권짜리인가, 가벼운 두 권짜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