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1. 모르는 상품은 손대지 마라
인덱스펀드 ETF는 대부분 초보자에게 생소한 상품이다. 상품구조가 복잡해서라기보다 홍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덱스펀드 ETF는 그다지 자극적이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은 상품이므로 대중매체에서 자주 다루지 않는다. 그러나 ETF는 일시적 유행으로 끝나지 않은, 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상품 틀’이므로 초보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초보자는 코스피200을 따라가는 ETF 하나로 충분하다. 이제부터는 ‘코스피200 인덱스펀드 ETF’를 간단히 ETF라고 부르기로 하자. ETF에 관한 기본 정보는 자산운용사 홈페이지를 이용하거나, 필자의 블로그(keonlee.com)카테고리인 ‘ETF 투자전략’을 참고하길 바란다.
#원칙 2. 비용을 최대한 절약하라
코스피200지수를 따라간다는 것은 한국 주식시장을 따라간다는 의미이므로, ETF는 투자자가 투자 판단을 내릴 일이 거의 없다.
ETF는 보유 종목을 사고파는 일이 거의 없으므로 거래비용도 미미하다. 게다가 보유 주식을 기관투자자에 대여해주고 받는 수수료 수입도 발생하는데, 이 수익이 총보수를 메워주기도 한다. ETF는 투자자에게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상품인 셈이다.
ETF의 첫 번째 장점인 비용 절감 효과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일반 주식형 펀드와 비교해보자. 가정은 다음과 같다.
△한국 주식시장이 (배당금을 포함해) 매년 10% 상승한다.
△일반 주식형 펀드의 운용실적은 연 10%다. ETF도 당연히 연 10%다.
△매년 펀드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일반 주식형 펀드는 총보수 2%와 거래비용 1%로 합계 3%고, ETF는 총보수 0.35%와 거래비용 0%(주식대여 수수료 수입으로 상쇄)로 합계 0.35%다.
위 조건에 따라 30년 동안 1원을 투자한다면 원리금은 다음과 같다(표 참조).
30년 후 원리금이 주식형 펀드는 7.6원이 되고, ETF는 15.9원이 된다. ETF의 원리금이 2배가 넘는다. 이는 순전히 비용 차이 연 2.65%포인트 때문이다. 즉, 주식형 펀드는 비용 3% 때문에 연 7%의 수익이 발생하고, ETF는 비용 0.35%를 제외한 연 9.65%의 수익이 발생한다. 주식형 펀드는 30년 동안 버는 수익의 절반가량을 금융회사와 사이좋게 나눠 먹는 셈이다. 1억 원을 투자할 경우 30년 뒤 ETF는 15억9000만 원이 되지만, 주식형 펀드는 금융회사에 8억3000만 원을 나눠주고 7억6000만 원만 투자자의 몫이 된다.
#원칙 3. 자신의 투자 판단을 믿지 마라
ETF는 투자자가 투자 판단을 내릴 일이 거의 없다. 코스피200지수를 따라간다는 뜻은 한국 주식시장을 따라간다는 의미다. 따라서 한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계속 성장할 것인지만 판단하면 된다. 한국 경제를 낙관한다면 사서 묻어두고 잊어버리면 된다. 그러나 한국 경제를 낙관하지 못한다면 다른 나라를 찾아봐야 할 것이다.
#원칙 4. 전문가에게 의지하지 마라
투자 초보자가 주로 만나는 전문가란 대개 금융회사 상담직원이나 PB(프라이빗뱅커)다. 이들은 ETF를 좀처럼 권하지 않으므로, ETF는 전문가에게 의지하면 오히려 사기 어려운 상품이다.
#원칙 5. 사람이 몰려드는 인기 상품은 쳐다보지도 마라
ETF는 장점이 많은데도 인기는커녕 소외당하는 상품이다. 인간의 야성적 본능에 거스르기 때문이다. 언젠가 사람이 ETF에 몰려드는 때가 온다면, 강원랜드와 경마장이 불황에 시달리다가 문을 닫은 다음일 것이다.
#원칙 6. 종목 선택도 하지 말고, 시점 선택도 하지 마라
종목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ETF의 뛰어난 장점이다. 물론 업종이나 스타일에 따라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ETF가 존재하지만, 초보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코스피200지수를 따르는 것으로 종목 선택 문제는 모두 해결된다.
시점 선택은 단순한 원칙으로 해결할 수 있다. 장기간 투자할 자금이 생겼을 때 사서 묻어둬라. 샐러리맨처럼 정기 소득이 있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사면 된다. 요즘 일부 금융회사에선 (별도 비용 없이) 정기적으로 ETF를 자동매입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초보자의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좋은 제도다. 적금 붓듯이 매달 일정 금액을 ETF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방법을 적극 추천한다.
매달 투자하기가 어렵다면 분기나 반기마다 사도 상관없다. 이것을 ‘정액매입법’이라고 부르는데, 투자 대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권하는 훌륭한 투자기법이다. 주가가 낮을 때는 ETF를 더 많이 사게 되고, 주가가 높을 때는 더 적게 사게 되므로 장기적으로 볼 때 투자실적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 이건은 은행에서 펀드매니저로 국내 주식과 외국 채권 및 파생상품을 거래했고, 증권회사에서 트레이딩 시스템 관련 업무도 했다. 지금은 주로 투자 관련 고전을 번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