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사랑은 아무도 못 말려’의 주인공 태경(왼쪽)과 은민.
최근 웨딩마치를 울린 몇몇 연예인 스타들이 ‘남들보다 일찍 아기 아빠 혹은 엄마가 된다’며 ‘속도위반’ 사실을 잇달아 고백했는가 하면, 요즘 안방극장의 인기 드라마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혼전임신을 스토리 전개의 주요 장치로 애용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SBS TV 주말극 ‘하늘이시여’(임성한 극본·이영희 연출)와 MBC TV 일일극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정현정 극본·이태곤 연출)다. ‘하늘이시여’에서는 인기배우 청하(조연우)와 분장사 문옥(이민아)이 혼전임신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다.
혼전임신 코드는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사용된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은민(이영아)이 대학생인 과외교사 태경(홍경민)과 결혼하기 위해 어머니(박원숙)에게 임신했다고 거짓말해 결혼 승낙을 받아낸 것. 더구나 은민의 언니 은주(최정윤)도 원하지 않은 혼전임신으로 후배처럼 지내던 영민(최규환)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이로 인한 갈등과 화해가 향후 극 전개의 주요 소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60∼80년대가 주 배경이긴 하지만 SBS TV 주말극 ‘사랑과 야망’(김수현 극본·곽영범 연출)도 혼전임신으로 안방 팬의 눈과 귀를 공략하고 있다. 3월19일 방송한 14회에서 정자(추상미)가 태수(이훈)의 아이를 낳았다며 상경해 태수의 집으로 들어가는 내용이 전개됐다. 4월 초 첫 방송을 하는 KBS 2TV 새 주말극 ‘소문난 칠공주’(문영남 극본·배경수 연출)에서도 혼전임신으로 결혼한 뒤 눈물겨운 시집살이를 하는 넷째 나종칠(신지수)의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그런데 드라마 속 ‘혼전임신’ 상황이 현실에서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결혼식을 올린 일부 스타들의 혼전임신이 뒤늦게 밝혀지거나 당당하게 팬들에게 ‘속도위반’을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미모의 프로골퍼 김현주 씨와 백년가약을 맺은 영화배우 임창정을 비롯해 김승우-김남주 커플, 심은하, 홍리나, 최유정, 이윤성, 강성범 등이 주인공이다.
김승우-김남주 부부, 임창정-김현주 부부
일본에서도 연예인 스타의 ‘혼전임신과 결혼’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난해 6월 그룹 ‘스피드’의 보컬 이마이 에리코가 20살의 나이에 ‘속도위반 결혼’을 해 일본 연예가를 떠들썩하게 한 것. 인기 여배우 다케우치 유코는 임신 3개월의 몸으로 가부키 배우 나카무라 시도와 결혼을 발표하기도 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결혼관과 성 풍속도가 급속히 변하고 있다. 임신에 대한 인식도 사뭇 달라졌다.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팬터지를 심어주기도 하지만 현실의 반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