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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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어려워서” “답답해서”… 코로나 이후 담배 판매량 늘었다

소비심리 위축에도 상반기 3000만 갑↑… 코로나로 ‘위험행동’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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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2-08-2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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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한 편의점 담배 진열대에서 직원이 담배를 꺼내고 있다. [동아DB]

    서울 한 편의점 담배 진열대에서 직원이 담배를 꺼내고 있다. [동아DB]

    “지난해에 코로나19로 식당 문을 닫으면서 다시 (담배에) 손을 댔어요. 폐업하는 데 비용이 꽤 들어요. 금전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서울 동작구 최 모 씨·47)

    “2년 전 코로나19로 무급 휴직을 하게 됐어요. 취미 삼아 게임을 시작했는데, PC방에 들락거리다 보니 자연스레 (담배를) 피우게 되더라고요.”(경기 고양시 김 모 씨·30)

    감소 추세이던 국내 담배 판매량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담배 가격 인상, 2016년 담뱃갑 경고 그림 삽입 등 정부의 각종 금연정책으로 2019년까지 감소세를 보이던 담배 판매량이 코로나19 사태로 반전을 맞은 것이다. 코로나19발(發) 경기침체와 그에 따른 소비 위축에도 담배 판매는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판매량 견인

    국내 담배 판매량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급증했다. 기획재정부(기재부)가 7월 발표한 ‘2022년 상반기 담배 시장 동향’에 따르면 2019년 담배 판매량(연간 누적)은 34억4760만 갑이었다(그래프 참조). 그러다 2020년 들어서는 전년 대비 1억4280만 갑 증가한 35억9040만 갑이 팔렸다. 2020년은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것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시작한 해였다. 2021년 연간 담배 판매량은 35억9010만 갑으로, 판매량이 급증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담배 판매 증가세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상반기(1~6월) 담배 판매량은 17억8070만 갑으로 2021년 상반기 (17억4830만 갑), 2020년 상반기(17억3600만 갑)보다 3000만~4000만 갑가량 많다. 현 추세라면 올해 연간 누적 담배 판매량은 2020년과 2021년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2014~2019년 담배 판매량이 감소세를 보이던 것과 대비된다. 정부는 2015년 초 담배 가격을 2000원 인상하고, 2016년 말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삽입했다. 이 정책의 영향으로 2014년 43억5970만 갑에 달하던 연간 담배 판매량은 2015년 33억2670만 갑, 2016년 36억6350만 갑, 2017년 35억2330만 갑, 2018년 34억7110만 갑, 2019년 34억4760만 갑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 유행과 맞물려 담배 판매량이 늘어난 원인은 무엇일까. 지난해 5월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성인 흡연자 패널 추적조사 실시 및 심층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조사 대상자 중 ‘금연을 전혀 시도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년(39.4%)보다 늘어난 44.3%를 기록했다. 흡연 이유로는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라는 응답이 74.8%로 가장 많았다. 경제상황 악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스트레스를 담배로 해소하려 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판매 증가세는 국내 담배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는 KT&G 업황에서도 드러난다. KT&G에 따르면 2분기 매출은 9663억 원으로 전년 동기(9509억 원) 대비 1.6% 늘었다. 2019년(8126억 원), 2020년(9081억 원) 2분기에 이은 증가세다.

    불안감·우울감 등 부정적 감정 해소 수단

    자료 | 기획재정부

    자료 | 기획재정부

    담배 판매량 증가를 이끄는 건 ‘궐련형 전자담배’다. 기재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반 궐련 담배 판매량은 15억2000만 갑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억4000만 갑)보다 1% 감소했다.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2억6000만 갑으로, 전년 동기(2억1000만 갑) 대비 5000만 갑 더 팔려 1년 사이 22.5% 급증했다. 올해 2분기 궐련형 전자담배가 전체 전자담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같은 때보다 2.4% 증가한 16.7%를 기록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이 유독 늘어난 이유로는 ‘편리성’이 꼽힌다. 질병청 자료에서 응답자의 65.9%는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아서’ 전자담배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실내에서도 피울 수 있어서’(14.3%), ‘담배보다 덜 해로울 것 같아서’(12.1%)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이 밖에 2019년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우고 중증폐질환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발견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 상당수가 한국 정부의 사용 중단 권고에 따라 궐련형 쪽으로 이동했다.

    담배 판매고가 늘어난 것과 달리 전체 소비심리는 얼어붙고 있다. 통계청이 7월 29일 발표한 ‘6월 산업동향’에 따르면 국내의 전반적인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0.9% 줄었다. 3월(-0.7%), 4월(-0.3%), 5월(-0.2%)에 이은 넉 달 연속 감소세인데,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7년 10월~1998년 1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위험행동’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스스로를 향한 위험행동의 대표 사례가 흡연으로,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알지만 당장 경제적·사회적 스트레스를 잊고자 담배를 피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자영업자 등 코로나19로 생활에 직격탄을 맞은 이들이 담배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 이전에 흡연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재흡연을 하기 쉽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늘어난 담배 판매량이 한동안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안감, 우울감 등 부정적 감정을 손쉽게 해소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가 담배”라면서 “담배는 중독성이 있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 등 외부적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 이상 판매량이 당장 감소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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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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