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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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20번 외친 尹… 평가는 “알맹이 없는 기자회견”

취임 100일 尹 정부… 대통령실 개편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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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2-08-1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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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8월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가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동아DB]

    윤석열 대통령이 8월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가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동아DB]

    “국정운영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국민의 뜻이고, 둘째도 국민의 뜻이다. 국민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한 치도 벗어나지 않도록 국민의 뜻을 잘 살피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가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나부터 앞으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좀처럼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자성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국민’을 20차례 언급하며 기자회견을 이어나갔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국민이 궁금할 만한 실질적인 내용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넥스트리서치가 SBS 의뢰로 8월 15일부터 이틀간 전국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조사 결과, 긍정 평가는 29.6%로 부정 평가(63.4%)에 크게 뒤처졌다(그래프 참조·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가 뉴스핌 의뢰로 8월 13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남녀 10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관련 조사에서는 긍정 평가가 30.2%를 기록했지만 같은 시기 문재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긍정 평가 여전히 20%대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에게 듣는다’라는 테마로 각본 없는 생중계 방식으로 54분간 기자회견을 가졌다. 외부 행사를 하지 않거나(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임시 배치 등 첨예한 이슈에 대해서만 대국민 메시지를 냈던(문재인 전 대통령) 전임 대통령들과 차별화되는 행보다. 국정수행 지지율이 30%를 밑도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취임 100일 당시 광우병 사태를 겪어 긍정 평가가 17.1%에 그쳤던 이 전 대통령과도 상반된 대응 방식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외부 일정 없이 국무회의에만 참석했는데 “100일이니 악수나 한 번 합시다”라고 운을 뗀 뒤 “오늘 자축해야 하지만 지난 100일을 돌아보면 자성해야 할 점이 많다”고 말해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인적 쇄신의 가능성을 암시했다. 인사 문제에 대한 질문에 “벌써 시작했지만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대통령실부터 짚어보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다만 “정치적인 국면 전환이라든가, 지지율 반등 같은 정치적 목적을 갖고 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은 만큼 쇄신 범위를 두고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기자회견 이틀 전 권성연 교육비서관을 설세훈 전 경기도교육청 제1부교육감으로 교체했다. ‘만 5세 취학’ 정책으로 혼선이 생긴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이었다. 대통령실은 향후 유사한 정책 혼선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정책기획수석비서관 등 정책을 담당하는 수석급 보직을 8월 21일 신설할 예정이다.

    정부 출범 이후 연이어 지적을 받아온 홍보 라인 역시 개편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방한 등 여러 이슈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의전 논란 같은 잡음이 있었다. 폭우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이 침수돼 발달장애인 등 3명이 사망한 현장에 들렀던 사진을 국정 홍보용 카드뉴스로 사용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에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맡았던 국민의힘 김은혜 전 의원이 후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을 맡으며 대통령실 홍보를 정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인선 대변인은 외신 대변인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변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을 지속할 계획임을 밝혔다. “답변 및 태도 논란이 있었던 도어스테핑을 계속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통령 중심제 국가라고 하면 대통령직 수행 과정이 국민에게 투명하게 드러나고 국민으로부터 날 선 비판, 다양한 지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기자회견이 “평이하거나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발언이 국민의 갈증을 해소하는 데 미진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실장은 “윤 대통령은 ‘지난 100일 동안 이것저것 했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국민이 기대한 점은 사탕발림이 아닌 미진한 사안에 대한 대통령의 해답”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20분간의 모두 발언을 국정운영 성과를 설명하는 데만 할애한 것이 적절치 않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민정수석실 폐지, 소상공인 추가경정예산 긴급 편성 등 정책 성과를 설명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정책 폐기 등을 언급하며 전임 정부와 각을 세웠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낮은 지지율 탓에 기자회견 내용이 제약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신 교수는 “가치중립적인 평이한 기자회견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지율이 낮은 상황인 만큼 괜히 알맹이 있는 내용을 꺼냈다 새로운 논란을 초래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준석 관련 물음엔 “챙길 기회 없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오른쪽)가 8월 1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후 법원을 빠져나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동아DB]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오른쪽)가 8월 1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후 법원을 빠져나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동아DB]

    기자회견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시각도 있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윤 대통령이 ‘국민’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여의도 정치권과 거리를 둘 수 있다는 점을 내포한 언설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관, 대통령실 등에 몇몇 상징적 인사가 필요한 시기인데, 인적 쇄신에 대해 일정 부분 선을 그은 측면도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인사권은 오롯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윤 대통령의 철학이 다시금 강조된 기자회견이었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웠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윤 대통령은 갈등을 빚고 있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전 대표와의 갈등에 대한 생각을 묻자 “대통령으로서 민생 안정과 국민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이 어떤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며 답을 피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의 텔레그램 대화에서 이 전 대표를 “내부 총질하는 당대표”로 일컬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겪었다. 이는 여당 및 대통령 지지율 급락을 가속화하면서 국민의힘이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개편되는 계기가 됐다.

    이 전 대표는 법원에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접수하며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가진 날 관련 문제로 법원에 출석한 이 전 대표는 기자들로부터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을 받자 “당내 민주주의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 대통령이 어떤 말을 했는지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며 윤 대통령의 말을 뒤집어 비꼬았다.



    최진렬 기자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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