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0

..

세종대왕도 당뇨 환자 옛날부터 무서운 질병

  • 한국외국어대 과학사 교수/ parkstar@unitel.co.kr

    입력2005-04-08 11:0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당뇨병학회에 따르면 한국 인구 약 4800만명 가운데 5% 정도가 당뇨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대략 240만명이니, 다섯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당뇨 환자라는 뜻이다. 최근 한 인터넷 신문을 보니, 미국의 의학자들이 남성의 허리둘레가 당뇨병 위험도를 나타내주는 지표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금까지도 비만도를 당뇨병의 지표로 여기긴 했지만, 이번엔 허리둘레를 기준으로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것이다.

    미국 남성 3만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지만, 키와 몸무게는 무시한 채 허리둘레만 5단계로 나눠 조사해보았더니 허리둘레가 74~86cm 이상인 사람들은 2배 이상, 100cm 이상인 사람들은 약 12배나 당뇨병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비만도를 측정하는 대표적 방법은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로, BMI=몸무게(kg)/키(m)2로 계산한다. 이 존스 홉킨스 대학의 연구가 정확한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우리 모두 허리둘레가 늘지 않게 조심해야 할 듯하다.

    현대인은 영양과잉 탓에 당뇨에 잘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당뇨는 옛날에도 있던 질병이다. 역사에서는 대표적 환자로 세종(世宗, 1397~1450)을 꼽는다. 당시엔 이 병을 소갈(消渴)이라고 했는데, 옛날에도 비교적 흔한 질병이었다. ‘소(消)’는 태운다는 ‘소(燒)’와 같은 뜻으로 음식을 잘 태워 오줌으로 내보낸다는 의미고, ‘갈(渴)’은 갈증을 뜻한다. 이 병에 걸리면 갈증을 느껴 계속 물을 마신다는 의미다.

    세종은 1431년(세종 13) 35세 때 처음 소갈로 고생한 기록이 있다. 하지만 다른 기록을 보면 대략 1426년에 이미 이 병에 걸렸음을 알 수 있다. 1431년 기록엔 허리띠가 헐렁해졌다는 말도 적혀 있다. 살이 빠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뿐 허리둘레가 줄었다고 좋아할 문제가 아니다. 세종은 여러 질병으로 고생했다. 안질도 심했고, 다리도 불편했으며, 임질에도 걸렸다. 요즘 의사들이 세종을 진찰했다면 아마 당뇨병에 여러 합병증이 발병한 것이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당뇨병이란 핏속의 포도당(혈당)이 흡수되지 못한 채 넘쳐나온 데서 생긴 서양식 이름이다. 영어로는 ‘포도당(glucose)’‘오줌(urine)’이 합쳐져 ‘당뇨’(glycosuria, glucosuria)가 된다. 음식물 가운데 탄수화물은 위장에서 소화효소의 작용으로 포도당으로 바뀌어 혈액에 흡수된다. 흡수된 포도당이 우리 세포에서 이용되기 위해서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필요하다. 인슐린은 췌장에서 분비되어 식사 후 올라간 혈당을 낮춰준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인슐린이 모자라거나 기능이 떨어지면 핏속의 포도당은 몸에 흡수되지 못하고 소변으로 흘러나간다. ‘포도당(糖)의 오줌(尿)’, 즉 당뇨가 되는 것이다.



    의사들은 현대인이 과식,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으로 당뇨병에 걸린다고 한다. 또 다음(多飮), 다식(多食), 다뇨(多尿)를 당뇨의 3대 증상이라고 꼽는다. ‘동의보감’에 있는 허준(許浚, 1546~1615)의 당뇨 시(詩)는 당시의 당뇨에 관한 지식을 잘 보여준다.

    ‘…물만 쉴 새 없이 찾고 오줌 또한 멎지 않네/ 그 원인 찾아보니 한두 가지 아니로세/ 술을 즐겨 마시고 고기 굽고 볶았으며/ 술 취한 뒤 방사하고 노력 또한 지나쳤네/ 물 마시고 밥 먹는 것 날을 따라 늘어나나/ 살은 점점 빠져가고 정액과 골수 마른다네/ 꿀과 같은 단 오줌은 기름같이 미끄럽고….’

    당뇨병은 옛날에도 있었고, 그 증세나 원인도 꽤 알려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