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8

2006.01.10

뮤지컬로 풀어낸 사랑 방정식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입력2006-01-09 09: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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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로 풀어낸 사랑 방정식
    진가신의 ‘퍼햅스 러브’(사진)는 뮤지컬이다. 그러나 영화 예고편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1930년대 중국 상하이를 무대로 한 순진무구한 러브스토리는 아니다. 차라리 그랬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진가신은 바즈 루어만이 만든 영화 ‘물랑 루즈’에서 그랬던 것처럼 노골적인 재미를 추구할 생각은 없었나 보다.

    영화의 무대는 30년대가 아닌 21세기 초, 현대의 상하이다. 잘나가는 영화감독 니웬은 30년대 상하이를 무대로 한 뮤지컬을 찍을 예정이다. 여자 주인공은 그와 몇 년째 작업을 함께 해왔고 실생활에서도 여자 친구인 손나이다. 남자 주인공은 홍콩에서 온 지엔. 니웬이 모르고 있었던 건 손나와 지엔이 10년 전에 연인이었다는 사실. 손나는 영화배우가 되기 위해 당시 가난한 미술감독이었던 지엔을 떠났다.

    통속적이고 뻔하다고? 물론 그렇다. 아마 진가신이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도입한 것도 그 뻔함을 정당화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뮤지컬에서는 뻔한 스토리가 용서된다. 아니 단순할수록 좋다. 이야기가 너무 복잡해지면 춤과 노래의 자리가 줄어드니까. 중요한 건 이야기의 창의성이 아니라 그 단순한 이야기를 어떻게 노래하고 춤추느냐다.

    하지만 ‘퍼햅스 러브’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구조의 복잡성은 그의 전작들을 능가한다. 영화는 복잡한 감정으로 얽힌 세 사람의 현재 이야기를 그리면서 중간 중간에 손나와 지엔의 과거를 회상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뮤지컬을 찍는데, 기억을 잃은 서커스 단원의 삼각관계를 다룬 그 이야기는 그들의 과거를 설명해주기도 하고 그들의 현재 감정을 표출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며 나름대로 갈등을 해소해주는 출구가 되어주기도 한다.

    이 복잡함은 꼭 영화의 장점과 연결되는 건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뮤지컬 영화는 단순할수록 좋다. 현재와 과거 사이에 끼인 ‘퍼햅스 러브’의 뮤지컬 장면은 그 때문에 감정을 표출하는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주인공이 이어지는 감정을 폭발하기 위해, 감독의 지시를 따르고 세트가 세워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면 문제가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럼에도 ‘퍼햅스 러브’는 꽤 괜찮은 영화다. 기억에 남는 노래는 많지 않지만 그래도 음악은 자기 몫을 잘 해내는 편이고 볼리우드의 안무가와 댄서들을 도입한 뮤지컬 장면은 생기발랄하고 화려하다. 장학우, 주신, 금성무, 지진희의 연기도 안정된 편. ‘퍼햅스 러브’는 완성도 그 자체 때문에 찍힐 이유는 없는 영화다. 하지만 감독이 조금만 더 작정하고 통속적이 되었다면, 영화가 얼마나 더 재미있었을까 하는 생각은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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