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2

2006.04.25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라

  • 김현정 커리어디시젼 대표 hjkim@careerdecision.co.kr

    입력2006-04-19 16: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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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라
    인맥 관리가 성공의 필수조건이라는 말은 이제 진부하기까지 하다. 일을 하면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적, 사적 관계는 직장인들에게 엄청난 자산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에게는 호의를 베풀고 잘 보이려고 애쓴다. 하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에게는 계산적으로 대한다. 실력이나 실적이 사람됨보다 더 평가받는다는 비즈니스도 사실 사람으로 인해 이루어진다.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사는 세상, 계산적인 사람은 언젠가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모 외국계 회사 김 부장은 인맥이 좋기로 소문나 있었다. 회사 실세 부사장의 총애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그의 인맥은 그가 하는 일과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곳에 대부분 닿아 있었다. 각종 협회나 회장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경영대학원 동문회에서도 마당발을 자랑했다.

    하지만 그가 모시던 부사장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면서 그도 회사를 떠나야 했다. 몇 개월 구직기간을 거쳐 그는 또 다른 외국계 회사 상무로 채용되는 듯했다. 사장 면접에 연봉협상까지 유리하게 마쳤다. 하지만 회사에서 최종적으로 실시한 ‘레퍼런스 체크’에서 그의 부하직원이었던 사람들에게 악평을 듣게 되어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못했다.

    계산적인 인맥 관리 주위사람들 다 알아

    레퍼런스 체크(reference check)란 흔히 ‘평판 확인’ 정도로 해석된다. 기존에 자신의 추천인을 이력서 등에 적어놓고 자신의 실력이나 됨됨이 등을 확인하게 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레퍼런스 체크는 회사가 비밀리에 혹은 전문업체에 위탁해 진행한다. 간부나 임원의 경우 리더십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부하직원의 평판이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인맥과는 또 다른 이야기다. 흔히 사람들은 아랫사람보다 윗사람을 나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가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마음가짐이 다른 것이 다른 사람들 눈에 명백히 드러났을 것이다.



    반면 평생을 바쳐 일하던 회사의 오너가 바뀌자 퇴직을 결심한 강 사장은 아직 젊은 나이에 은퇴할 수가 없어서 고민했다. 그는 평소 자신을 많이 도와주던 업계 ‘거물’들을 만나 사정 이야기를 했다. 시간이 흘러 그 회사 사정이 업계에 소문나자, 그에게 가장 먼저 스카우트를 제의한 사람들은 과거 그가 데리고 있던 부하직원들이었다. 회사를 떠나 다른 곳으로 옮긴 옛 부하직원들은 앞 다투어 그를 자신의 회사에 영입하려고 했다. 회사 규모와 업종은 물론 자리도 다양했다.

    옛 부하직원들은 회사 실무를 맡고 있었기에 회사 사정과 임원 채용정보 등을 훤히 꿰고 있었다. 그들은 강 사장의 리더십 스타일에 알맞은 곳을 추천했다. 실무진이 적극 추천한 경우 회사에서는 채용할 때 더 높은 점수를 주게 마련이다. 훨씬 좋은 조건을 챙겨준 옛 부하직원들 덕택에 그는 동종업계 CEO로 이직할 수 있었다. 강 사장은 “사람이 재산이라는 말은 ‘잘나가는 사람들’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로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사람이 재산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 계산적인 인맥 관리보다 중요하다. 함께 일하는 동안 인맥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나를 잘 봐주는 사람들의 인맥도 내 것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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