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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책동네 이야기

나만의 삶이란 고독 즐겨야 소리 없이 온다

  •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나만의 삶이란 고독 즐겨야 소리 없이 온다

나만의 삶이란 고독 즐겨야 소리 없이 온다
일본의 대표적 인문출판사 치쿠마쇼보는 한때 부도 위기를 겪었다. 치쿠마쇼보가 부도 위기를 넘기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준 책이 아카세가와 산페이의 ‘노인력’이다. 사람이 나이 들어가면 기억력이 감퇴하고 행동도 느려지는 등 노화 증상이 하나 둘 나타나는데, 이런 증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것이 바로 ‘노인력’이다.

젊은 나이에는 자기 실력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시도해 실패가 잦지만 노인이 돼 자기 실력을 정확히 알게 되면 쓸데없는 일에 힘을 쓰지 않는다. ‘노인력’은 별것 아닌 일도 깊이 있게 꿰뚫어볼 수 있는 이런 능력이야말로 진정한 노인의 힘이라고 말한다. 사실 노인이라고 하면 독거노인, 고독사, 간호 등 어두운 화제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책은 나이 듦을 긍정적 시각으로 접근해 유머러스하게 포장함으로써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노인층 비율이 늘어나는 고령사회에서는 모든 사회적 부담이 젊은이에게 전가된다. 노인층은 연금으로 그런대로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 있지만 젊은 세대는 그 부담을 모두 떠안아야만 한다. 일본 ‘단카이(團塊) 세대’(1947~49년생)의 손자 세대는 할아버지 세대에 비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 젊은 세대는 풍요를 누릴 틈이 없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여유롭고 풍요로운 계층이 현역에서 고령자 층으로 옮겨가니 말이다. 이런 흐름을 정확하게 읽어 1989년에 창간한 실버잡지가 ‘사라이(宿)’다.

보통 책에는 ‘채찍(위협)’형 정보와 ‘당근(권유)’형 정보가 동시에 담기게 마련이다. “당신 그렇게 살면 죽는다”고 하면 위협형이 되지만 “이렇게 하면 장수할 수 있다”고 말하면 권유형이 된다. 의미는 같지만 접근 방식은 전혀 다르다. ‘사라이’는 바로 후자를 택해 성공한 사례다. 여유 있고 안정된 사람일수록 위협형 정보보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권유형 정보를 쉽게 흡수한다. 우리 삶에서 절대 피할 수 없는 세 가지는 ‘죽음’과 ‘세금’, 그리고 ‘외로움’이다.

처세의 계절인 가을에 이 ‘외로움’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두 권의 처세서가 베스트셀러에 올라 화제를 끌고 있다.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위즈덤하우스)의 저자 한상복은 “‘혼자’라고 하면 거의 불안, 위축, 고립, 무기력, 우울, 공포, 고통, 절망 등 부정적인 낱말을 떠올리지만 외로움은 ‘혼자 있는 고통’을 뜻하는 ‘론리니스(loneliness)’와 ‘혼자 있는 즐거움’을 뜻하는 ‘솔리튜드(solitude)’의 두 갈래로 나뉜다”고 말한다. 관계로부터 격리된 부정적 혼자 됨인 론리니스가 아닌, 스스로 선택해 나다움을 찾는 긍정적 혼자 됨을 즐길 줄 안다면 인생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혼자 사는 즐거움’(사라 밴 브레스낙 지음, 토네이도)은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오래된 묘지부터 가보라고 권한다. 그곳을 산책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일을 알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정작 자신을 알기 위해 할애한 시간은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처럼 소중한 추억을 수집하고, 불평하면서 잊어버리고, 거울 앞에서 명상하는 등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없는 나만의 행복 찾기’ 비법을 소개한다.

나만의 삶이란 고독 즐겨야 소리 없이 온다
지금 서점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스티브 잡스가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행한 “남의 인생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고 한 말이 재조명받으면서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앞에 언급한 두 책과 잡스의 말은 우리가 누군가를 위해 살기보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만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진정한 고독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한편, 우리 사회도 확실하게 고령사회로 접어들었음을 확인시켜준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



주간동아 2011.10.31 810호 (p76~76)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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