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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Interview

방한한 페라가모 미켈레 노르사 회장

“클래식하지만 고루하지 않게 럭셔리 시장 파고들 터”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방한한 페라가모 미켈레 노르사 회장

방한한 페라가모 미켈레 노르사 회장

이탈리아 럭셔리 패션브랜드 페라가모의 미켈레 노르사 회장. 가족경영 체제로 이어진 브랜드 역사상 최초의 전문경영인으로 단단한 눈빛과 거침없는 언변이 추진력 있는 경영 스타일을 짐작게 했다.

몇 해 전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페라가모 본사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천장이 높고 인테리어가 고풍스러운 본사 내부는 마치 유럽의 왕궁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했다. 안내를 맡았던 제임스 페라가모(여성용 가죽제품담당 디렉터)는 창업주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손자로, 우리 식으로 하면 ‘재벌 3세’쯤 되는 인물이었다. 본사 투어를 함께 한 일행 중 일부 여성은 그의 훤칠한 ‘미모’가 ‘왕궁’에 잘 어울리지 않느냐고 속삭였다.

그러나 창업주의 별세 이후 그의 아내와 자녀, 손자손녀가 이끌어온 81년 전통의 럭셔리 왕국 페라가모는 2006년 10월, 가족경영 체제라는 전통을 깨고 전문경영인 미켈레 노르사(57) 회장을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다. 발렌티노와 베네통 사장 출신인 그는 페라가모가 덩치를 키워, 그 왕국의 범위를 전 세계로 확장하도록 진두지휘하는 ‘기사’ 임무를 맡았다.

가족경영 체제 깨고 처음 영입된 전문경영인

11월2일, ‘24시간 체류’의 빠듯한 일정으로 방한한 노르사 회장을 만났다. 그는 주요 아시아 시장을 점검하기 위한 첫 행선지로 한국을 찾았다. 한국은 미국 일본에 이어 페라가모 그룹에서 세 번째로 매출 규모가 큰 시장이다. 페라가모코리아는 경기침체에도 지난해 대비 2008년 성장률이 25%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국을 찾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아요. 페라가모가 진출한 55개국 가운데 한국의 주소비자층이 가장 젊기 때문이죠. 한 매장에 방문했더니 젊은 커플이 서로 작은 액세서리를 골라주고 있더군요. 이런 모습에서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엿보게 되죠.”



한국에서와 달리 유럽에서 페라가모는 ‘어머니, 할머니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적지 않다. 이런 사실이 신선한 이미지를 유지해야 하는 패션 회사에게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는지 물었다.

“제 어머니도 옛날부터 페라가모 슈즈를 즐겨 신으셨지요. 이는 이미 오랜, 두꺼운 고객층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브랜드 이미지를 젊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갑자기 재기발랄한 콘셉트로 바꾸는 것도 페라가모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페라가모의 메인 타깃은 35세입니다.”

그는 최근 슈퍼모델 클라우디아 쉬퍼(38)를 광고 모델로 재기용했다. 쉬퍼의 이미지가 ‘클래식하지만 고루하지 않은’ 브랜드 이미지와 일치한다는 판단에서다.

“흑백이던 이전 광고와 달리 올해는 원색의 화려한 이미지를 사용할 예정입니다. 경제가 어려울 때 사람들의 침울해진 마음을 달래준다는 의도도 담겨 있지요.”

알록달록한 색상들은 내년 봄여름을 겨냥해 디자인한 패션 아이템에도 많이 반영됐다. 그는 “한국 전통의상에도 원색을 많이 쓰지 않느냐”며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방한한 페라가모 미켈레 노르사 회장

창업주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단골 고객인 배우 오드리 헵번과 구두 제작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

그는 한국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이 백화점 중심에서 가두매장(플래그십 스토어)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쇼핑 문화의 초기 정착 단계에는 보통 백화점이 발달하지요. 소비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알지 못해 다양한 제품이 모여 있는 백화점을 선호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쇼핑 문화가 자리잡을수록 소비자 스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 특정 제품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 브랜드의 모든 제품을 다루는 플래그십 스토어로 몰리게 됩니다.”

현재 의류, 신발, 액세서리 등 패션 아이템에서부터 호텔, 향수 부문에까지 손대고 있는 페라가모는 올해 9월 고급시계 부문으로 영역을 넓혔다. 또 인테리어 디자인과 소품으로도 사업 분야를 확장할 예정. 페라가모는 2012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완공될 120층짜리 최고급 주거시설 ‘펜토미니엄’ 펜트하우스의 인테리어 디자인도 맡았다.

노르사 회장이 취임 초기부터 추진해온 미션은 페라가모의 밀라노 주식시장 상장이었다. 그러나 세계 경제침체로 투자가 위축되자 상장 계획 역시 계속 늦춰지고 있다.

“지금 같은 전 세계적 경기침체는 처음 겪는 일입니다. 크리스마스 등 연말 대목을 겪으면서 소비자 심리도 조금씩 살아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당초 올해 안에 마무리하려고 했던 기업공개(IPO)도 시장 상황에 맞춰 시기를 조절할 생각입니다.”

또 다른 이탈리아 럭셔리 패션업체인 발렌티노에 근무할 당시 성공적인 상장을 주도했던 노르사 회장은 “가족 중심 체제에 익숙한 경영진이 안주하지 않고 더 큰 도전을 감행하면서 한층 세계적이고 체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상장 효과를 예측했다.

방한한 페라가모 미켈레 노르사 회장

명품의 핵심 가치는 장인정신. ‘메이드 인 이탈리아’를 자부심으로 삼는 페라가모 구두 장인의 제작 시연회 모습.

럭셔리 마케팅 공식 1호는 ‘꿈을 파는 것’

럭셔리 마케팅의 기본 공식 1호는 ‘꿈을 파는 것(selling dream)’이다. 각 브랜드들은 모두 브랜드 역사, 스타 디자이너 등을 이용해 꿈을 파는 기술을 고안해낸다. 페라가모의 마케팅 포인트는 뭘까.

“창업주가 미국 할리우드 스타들을 위한 구두를 제작해 명성을 높였고 그레타 가르보, 비비언 리, 소피아 로렌 등 은막의 스타들에게 사랑받은 바 있지요. 그래서 할리우드가 꿈을 만들어내는 가장 큰 소재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페라가모는 각국을 대표하는 스타들과도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한국배우 김윤진 씨를 좋아합니다.”

열세 살 때부터 구두업계에 발을 들인 뒤 1920년대에 할리우드로 진출한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마릴린 먼로가 사랑한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그가 영화 ‘7년 만의 외출’에서 지하철 통풍구 바람에 들려 올라가는 스커트 아래 신었던 하이힐이 페라가모 것이다.

노르사 회장의 가족은 모두 패션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아내는 보그 등 패션잡지를 거느린 콘데나스트 그룹에서 일하고 첫째 딸은 모델로, 둘째 딸은 패션지 기자로 있다.

“소파에서, 식탁에서 가족들이 읊어주는 패션 트렌드만 참조해도 큰 도움이 됩니다. 요즘 가장 ‘핫’한 디자이너, 사진작가, 모델 등을 줄줄이 꿰게 된 비결입니다.”



주간동아 2008.11.18 661호 (p20~21)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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