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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ㅣ간통과 사랑

바람 피우는 아내 떠나보낼까요, 붙잡을까요

국내 유명 채팅사이트에서 본 간통에 관한 갑론을박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바람 피우는 아내 떠나보낼까요, 붙잡을까요

바람 피우는 아내 떠나보낼까요, 붙잡을까요
그 남자 :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그 여자 :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그 남자 : “….”

우리는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한 뒤 결혼한다. 하지만 결혼은 연애와 다르다. 연애시절 느꼈던 그 설렘과 애틋함을 결혼생활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 심리학자 로버트 스턴버그(Robert Sternberg)는 사랑을 “열정, 친밀감, 약속과 책임감으로 이뤄진 삼각형”이라고 설명한다. 처음 사랑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열정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가장 빠르게 사라진다. 그 빈틈을 메워서 나타나는 것이 타인과의 새로운 만남이다.

간통은 양 당사자 중 최소 한 명이 결혼한 상태를 전제로 한다. 결혼생활의 한창때인 30, 40대에게 간통은 금기시되지만 치명적 유혹을 내뿜으며 다가오는 에덴동산의 사과와 같다. 2008년 대한민국의 30, 40대 ‘갑남을녀’는 간통을 어떻게 바라볼까. 이들도 시대의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여 “간통도 사랑이야.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라고 당당히 말할까. 내심은 그럴지라도 겉으로는 속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할지 모른다. 아직도 유교적 윤리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마당에 간통도 사랑이라고 한다면 ‘넌 가족도 없냐’ ‘불륜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들도 인터넷 공간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드러낸다. 물론 익명성이라는 벽에 기대서지만.

국내 유명 채팅사이트에서 ‘간통을 사랑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 시작은 ID ‘보라보’ 씨가 “아내가 회사 동료와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 같아 괴롭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털어놓은 것에서 비롯됐다. 기자도 채팅에 참여하면서 간통을 바라보는 30, 40대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다음은 이들의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바람 피우는 아내 떠나보낼까요, 붙잡을까요

채팅 공간에서 30, 40대 갑남을녀들은 간통에 대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놨다.

‘채팅 참가자’

보라보 : 40세, 남성, 서울에 사는 자영업자

가을단풍처럼 : 44세, 여성, 서울에 사는 주부

청풍 : 46세, 남성, 경기 성남시에 사는 사업가

별님 : 32세, 여성, 서울에 사는 대학원생

연희 : 30세, 여성, 서울에 사는 미용사

소라맨 : 31세, 남성, 서울에 사는 회사원

가을풍선 : 34세, 남성, 서울에 사는 프리랜서 작가

특급열차 : 기자 본인

☆ 가을단풍처럼 님께서 들어오셨습니다.

(중략)

보라보 ▶ 전 지금 모처럼 혼자 있답니다.

가을단풍처럼 ▶ 마누라가 자리 비우셨구나. 친정 갔나 보네요.

가을단풍처럼 ▶ 기회는 요때다 싶으셨구나.

보라보 ▶ 요즘 좀 고민되는 것이 있어서.

가을단풍처럼 ▶ 무슨 고민 하시는데요?

보라보 ▶ 사실은 아내가 불륜관계인 것 같아서….

가을단풍처럼 ▶ 느낌이 오나요?

보라보 ▶ 가을단풍 님은 불륜이 사랑이라 생각하세요?

가을단풍처럼 ▶ 사랑은 아니죠.

보라보 ▶ 전 그걸 이해해야 하는 건지 고민하고 있어요.

가을단풍처럼 ▶ 잠시 스쳐가는 바람일 뿐.

보라보 ▶ 스쳐가는 바람이라….

바람 피우는 아내 떠나보낼까요, 붙잡을까요

사랑과 가족 사이에서 흔들릴 때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한 장면.

가을단풍처럼 ▶ 네.

가을단풍처럼 ▶ 정말 사랑한다면

가을단풍처럼 ▶ 모른 체해주세요.

보라보 ▶ 그럼 돌아올까요?

가을단풍처럼 ▶ 알게 돼서 서로 상처받게 되고

가을단풍처럼 ▶ 결국 이혼이잖아요.

보라보 ▶ 아름답게 가정을 지키는 것이 그렇게 힘든 걸까요?

가을단풍처럼 ▶ 애를 생각해서라도 참으세요.

가을단풍처럼 ▶ 이혼해서 재혼한다 해도

가을단풍처럼 ▶ 본마누라 같지는 않을 듯해요.

보라보 ▶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도 알지만.

가을단풍처럼 ▶ 여전히 조금이라도 사랑하신다면

가을단풍처럼 ▶ 참으세요.

☆ 청풍 님께서 들어오셨습니다.

가을단풍처럼 ▶ 청풍 님께 함 여쭤보세요. 남자분이시니.

청풍 ▶ 뭔 이야기인데요?

가을단풍처럼 ▶ 간통을 사랑이라 보고 용서를 해야 하는지.

청풍 ▶ 고민 많이 하시면 울화병 생겨요.

보라보 ▶ 청풍 님은 불륜을 사랑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청풍 ▶ 애고, 그 전에 믿고 챙겨야죠.

가을단풍처럼 ▶ 참는 게 좋겠어요.

청풍 ▶ 전 잠시 불장난이라고 생각해요.

보라보 ▶ 우리 나이대 사람들한테는 참 힘든 부분인 거 같아요.

청풍 ▶ 불혹의 나이에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더 많이 흔들리네요.

청풍 ▶ 우리 마음을 잘 알아주는 누군가가 참 그리운 시기죠.

보라보 ▶ 공감이 갑니다. 하지만 제 아내가 그랬다는 것이….

청풍 ▶ 여자 41~45세면 꽃이 시들어갑니다.

보라보 ▶ 주변에 가슴앓이하는 분들도 많나요?

가을단풍처럼 ▶ 많겠죠. 말씀을 안 하셔서 그렇지.

보라보 ▶ 왜 사람들은 옆에 소중한 사람이 있는 걸 모를까요?

청풍 ▶ ㅎㅎㅎ, 누구나 한 번쯤 지나가는 나이라는 거죠.

가을단풍처럼 ▶ 인간이다 보니 맘이 흔들리죠.

보라보 ▶ 자식도 중요하지 않은 걸까요?

가을단풍처럼 ▶ 그럴 때는 아무것도 안 보이네요, 보라보 님.

가을단풍처럼 ▶ 보라보 님이 흔들리시면 가정은 깨져요.

보라보 ▶ 결국 나중에는 다 후회하게 될 일인데….

☆ 별님 님께서 들어오셨습니다.

☆ 가을풍선 님께서 들어오셨습니다.

(중략)

별님 ▶ 사실 자기 부인을 무시하잖아요. 일 안 하는 밥벌레라고.

별님 ▶ 하지만 밖에서 알게 된 그 남자는 나를 정말 따뜻하게 대해주거든요. 흔들리죠.

별님 ▶ 멀어지긴 쉬워도 가까워지긴 정말 힘듭니다.

별님 ▶ 남자 가슴이 여자보단 넓어요. 남자가 안아주고 위로해주세요.

별님 ▶ 부인하고 허심탄회한 시간을 가져보는 게….

보라보 ▶ 네.

특급열차 ▶ 마누라가 바람 피우면 힘들겠죠?

별님 ▶ 아님 편지로라도요.

특급열차 ▶ 근데 남자도 바람 많이 피우잖아요.

별님 ▶ 그렇죠.

특급열차 ▶ 보세요.

별님 ▶ 보라보 님도 바람 피우시죠? ㅎㅎ.

특급열차 ▶ 사정이 있었을 거니깐.

가을단풍처럼 ▶ 보라보 님 바람 피우신 적 있나요? 한 번이라도.

보라보 ▶ 저도 예전에 거래처 관계상 술집 가고 한 적은 있지만.

별님 ▶ 많았을 거예요, ㅎㅎㅎ.

청풍 ▶ ㅎㅎㅎㅎㅎㅎㅎㅎㅎ.

가을단풍처럼 ▶ ㅎㅎㅎㅎㅎ 보라보 님도 피우셨구먼. 그럼 용서하세요.

별님 ▶ 그쵸? 가을단풍 님?

보라보 ▶ 꼭 성경에 나오는 말처럼 누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느냐?

가을풍선 ▶ 그게 사람의 감정, 가장 솔직한 심정 아닐까요?

가을풍선 ▶ 남자는 좀더 동물적인 근성이 강하답니다.

특급열차 ▶ 남자나 여자나 그런 욕망 다 있는 건 사실이지요.

보라보 ▶ 가을풍선 님은 처음 간직한 사랑 그대로 지금까지 가져오셨나요?

특급열차 ▶ 근데 숨길 뿐이죠.

가을풍선 ▶ 간통이라고 해서 사랑의 감정을 숨길 수는 없죠.

가을풍선 ▶ 더 후회하기 전에 뜨거운 사랑이 필요하죠.

가을풍선 ▶ 과연 한 사람만 사랑한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가을풍선 ▶ 전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 연희 님께서 들어오셨습니다.

☆ 소라맨 님께서 들어오셨습니다.

(중략)

가을단풍처럼▶ 시간이 약이래요.

연희 ▶ 내 말이….

가을단풍처럼▶ 그런데 저 같으면 붙잡고 싶으면 이유 불문하고 붙잡겠어요.

소라맨 ▶ 전… 헤어지는 게 좋다고 생각하네요.

연희 ▶ 붙잡아도 오래 못 가요.

소라맨 ▶ 그렇게… 사회에서 욕먹을… 사랑을 선택했다면

소라맨 ▶ 이미 보라보 님한테서 맘이 떠난 것 같은데요?

가을단풍처럼 ▶ 육체적인 간통보다 정신적인 불륜이 더 문제라고 생각해요.

가을단풍처럼 ▶ 정신적으로 떠나면 돌아오지 않으니깐요.

연희 ▶ 한번 간 사람은 나중에 더 쉽게 떠난다고 하더라고요.

가을풍선 ▶ 쉽지 않을걸요. 이미 다른 사랑을 만나 흔들리게 되었는데….

보라보 ▶ 중간에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어떡하실 거예요?

소라맨 ▶ 그래서 처음에 불같은 사랑은 일부러 피합니다.

소라맨 ▶ 오래 두고 가까이서 살펴본 뒤 사귀는 편이라서….

연희 ▶ 누구나 바람 피우면 다 그래요.

가을풍선 ▶ 사실 이런 일 겪으면 다음 사람 만날 때 조심하게 되죠.

연희 ▶ 부인이 뭐라 그러면 전화해요.

청풍 ▶ ㅋㅋㅋ.

가을단풍처럼 ▶ 사회생활 하면서 고객한테 하는 것의 10분의 1만 해도

가을단풍처럼 ▶ 부인이 바람을 안 피웠을 거란 생각도 들고요.

연희 ▶ 이번 일이 부인에게 더 잘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거라고 봐요.

(중략)

사랑이 식은 자리에서는 어김없이 새로운 사랑이 싹튼다. 간통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사랑에 ‘해피엔딩’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해피엔드’인 경우가 많다. 변한 사랑에 슬퍼하지 말고 떠날 것인가, 아니면 가족을 생각하며 용서를 구할 것인가. 아직 우리의 30, 40대 ‘갑남을녀’에겐 후자가 더 많은 듯하다.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여주인공 프란체스카가 로버트 킨케이드를 만나 나흘간 열정적인 사랑을 나눴음에도 떠나자는 킨케이드의 제안을 뿌리치고, 결국 가정을 선택하는 장면이 오버랩된다. 사랑이란 녀석은 참 지독하다.



주간동아 2008.11.18 661호 (p46~48)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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