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0

2008.06.17

세상에서 맛있는 섹스는 몇 개?

  • 한지엽비뇨기과 원장

    입력2008-06-09 1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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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맛있는 섹스는 몇 개?

    일러스트레이션 · 박진영

    허영만 원작 만화를 영화화한 ‘식객’은 조선시대 최고 요리사인 대령숙수의 후손 두 명이 상징적 의미를 지닌 대령숙수의 칼을 놓고 맛의 승부를 벌이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 기억해둘 만한 명대사가 나온다. 영화의 시작 화면에 등장하는 ‘마음을 움직이는 맛, 맛을 느끼는 것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이다’라는 글귀와 “세상의 모든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라는 말이다.

    식욕과 성욕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본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인간의 본능적 욕망을 지배하는 시상하부가 이 두 가지 모두를 담당하기 때문에 매우 밀접하다고 할 수 있다. 애처가로 소문난 영화배우 폴 뉴먼은 “당신은 외도 유혹을 느껴본 적이 없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집에 최고급 스테이크가 있는데, 밖에 나가서 영양가도 맛도 없는 정크푸드를 먹을 필요가 있나요”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식욕과 성욕을 연결한 그럴듯한 대답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결혼을 한다. 결혼 이유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과 한순간도 떨어져 있을 수 없어서”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극단적으로 “나이가 차니까 주변 성화에 못 이겨서” “남들도 하니까 나도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결혼한 사람 중 많은 이가 ‘바람’이라고 불리는 외도에 대한 유혹을 느낀다.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가정의 안정이 지독한 권태로 느껴질 때가 있다. 저녁식사는 매일 비슷하고 잠자리 체위도 순서가 정해져 있다.

    문득 영화라도 한 편 보게 되면 ‘나도 영화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이 싱숭생숭해질 때가 있다. 영화에선 아무런 고비 없이 아름답기만 한 사랑이야기는 평범하다 못해 지루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화려한 음식은 당장은 손이 가지만 금세 질리게 마련이다. 그리고 다시 찾게 되는 것은 매일 밥상에서 대하는 쌀밥과 투박한 질그릇에 담긴 된장찌개나 육개장이다. 이렇듯 외도를 하더라도 설렘은 잠시뿐, 다시 그리워지는 것은 조강지처의 편안함이다.



    영화 속 대사를 바꿔 생각해본다. “마음을 움직이는 섹스,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다” “세상의 모든 맛있는 섹스는 이 세상 모든 남편 또는 조강지처의 숫자와 동일하다”는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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