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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즐거운 공간 만들면 매출이 올라가죠”

‘스페이스 마케팅’ 저자 홍성용 대표 “초기 비용 높아도 장기적으로 훨씬 이익”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즐거운 공간 만들면 매출이 올라가죠”

“즐거운 공간 만들면 매출이 올라가죠”
서울 도심 한복판에 땅 100평을 갖고 있다는 즐거운 상상을 해보자. 당신은 이 땅으로 무엇을 하겠는가?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가장 넓고 높은 빌딩을 세워 막대한 임대수익을 꾀하겠는가, 아니면 좀 작아지더라도 예술적 가치가 높은 빌딩을 짓겠는가?

모이 도시건축디자인 홍성용(41) 대표는 후자의 편이다. 최근 현역 건축가로는 드물게 경영마케팅 저서 ‘스페이스 마케팅’(삼성경제연구소)을 펴낸 그는 “사용자(고객) 중심으로 지어지지 않은 건축은 상업적 가치가 떨어지게 마련”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여유와 해방감 있는 곳 사람 꼬여

그의 저서는 스페이스 마케팅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스페이스 마케팅이란 상업행위가 이뤄지는 공간을 마케팅 요소로 적극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낮은 가격, 높은 품질, 친절한 서비스만으로 승리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상업행위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에 주목할 때다. 가격, 품질, 서비스뿐 아니라 ‘공간 만족감’도 제공해야 하는 것. 눈으로 봐서 놀랍고 새로우며, 머무르는 동안 즐겁고 편안할 때 고객은 다시 찾아오게 마련이다. 사람이 모이지 않는 곳은 죽은 공간이다. 부가가치 또한 생산할 수 없다.

“대학로, 압구정동, 명동 등에 새로 지은 초고층 상가빌딩들을 보십시오. 1층과 최고층을 빼놓고는 분양조차 되지 않은 사례가 꽤 됩니다. 이런 빌딩들은 빽빽하게 밀집된 평면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처럼 답답한 공간은 다시 가고 싶은 곳이 될 수 없습니다.”



홍 대표가 스페이스 마케팅에 주목한 것은 1993년 홍콩의 복합상업시설 ‘퍼시픽 플레이스’를 접하면서부터다. 좁은 땅에서 상업이 발달한 홍콩 사업가들은 단 1평이라도 넓은 건물을 지으려 한다. 그러나 퍼시픽 플레이스는 이러한 ‘홍콩의 룰’을 정면으로 거슬렀다. 1km가 넘는 긴 쇼핑몰을 형성하면서 5개 층에 이르는 중앙부를 6m가 넘는 개방공간으로 확보했다. 통로도 과감하게 넓혔고, 쇼핑몰 양 끝에는 광장을 만들었다. 자본의 논리로 보면 저효율적인 공간 배치인 셈. 그러나 퍼시픽 플레이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많은 홍콩인들이 숨 막힐 듯 답답한 도시환경을 피해 퍼시픽 플레이스에서 여유와 해방감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유동인구의 증가가 더 많은 부가가치를 낳았음은 물론이다.

“스페이스 마케팅은 결국 돈을 벌기 위한 전략입니다. 기업들은 반복적인 광고를 통해 브랜드의 존재를 알려야 합니다. 하지만 마케팅을 고려한 공간 만들기는 초기 비용이 높더라도 거의 영구적입니다. 즉, 장기적인 브랜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거죠.”

그의 저서에 사례로 실린 코카콜라 이미지 매장,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후쿠오카 캐널시티, 스위스 비트라 공장 등은 기업이 스페이스 마케팅을 도입했을 때 얼마나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맥주 거품 모양의 아사히맥주 레스토랑(일본 도쿄), 유럽 시골마을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마른 라 발레 아웃렛 매장(프랑스) 등 멋진 공간과 건축물을 책 속 사진으로만 접할 뿐인데도 무척 흥미롭고 즐겁다.

홍 대표는 기업뿐 아니라 국가나 지방정부도 스페이스 마케팅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아름다운 나라, 아름다운 도시를 만든다면 그 혜택은 고스란히 시민과 주민에게 돌아간다. 시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국가 경쟁력, 도시 경쟁력도 높아진다.

“즐거운 공간 만들면 매출이 올라가죠”

도쿄에 자리한 아사히맥주 회사 건물. 맥주 거품 모양의 오브제가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왼쪽). 스페인의 공업도시 빌바오는 경제침체를 겪다가 구겐하임미술관 유럽 분관을 유치,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에게 디자인을 맡겼다. 건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조각 같은 예술성에 힘입어 연간 3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서울은 지역 연결성이 약한 게 단점

일본 구마모토의 아트폴리스 프로젝트를 보자.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아라타 이소자키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후세에게 물려줄 문화유산’이라 생각하면서 건물을 짓는 것이 핵심이다. 초등학교 체육관, 공공화장실, 시영아파트 단지, 심지어 경찰서까지 건축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됐다. 현재 일본인들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까지 구마모토를 찾아온다. 낙후한 농촌지역에서 유명 관광지로 변신한 것이다.

‘스페이스 마케팅’을 통해 세계건축기행을 하다 보니 “그렇다면 서울은?”이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청계천 복원 등 서울은 나날이 ‘예뻐지고’ 있지만, 여전히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홍 대표는 각기 특색을 달리하는 지역(Zone)이 발달해 있는 게 서울의 장점이지만, 지역끼리의 연결성이 약하다는 점을 단점으로 평가했다. 파리의 에펠탑,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같은 서울의 랜드마크가 없다는 점도 아쉽다. 홍 대표는 상상한다.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진입할 때 만나는 한강 인근에 서울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건축물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물론 랜드마크가 꼭 건축 오브제일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의 잠재력이 크다고 봅니다. 쓰레기매립장을 생태공간으로 변신시킨 사례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기 때문입니다.”

경기침체에 거대자본이 투입된 상업공간, 온라인 쇼핑몰의 급증으로 한숨이 깊어지는 자영업자들을 위한 스페이스 마케팅 처방은 무엇일까. 홍 대표는 “자신의 가게가 속한 지역의 거리를 오고 싶은 거리로 만들라”고 조언한다.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매장에 대해 갖는 비교우위는 공간 안에서의 체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 체험을 즐거운 일로 만들려면 매장만 예뻐서는 안 된다. 오고 싶은 거리를 조성해야 한다. 삼청동이 각광받는 이유도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경험하기 어려운 ‘골목길을 걷는 즐거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간단합니다. 사람이 중심입니다. 정서적, 문화적으로 접근해 고객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는 것, 그게 바로 스페이스 마케팅의 핵심입니다.”



주간동아 588호 (p44~45)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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