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2

2006.11.28

생태적 삶과 현대 건축

  • 유희정 도서출판 늘품미디어 상임연구원

    입력2006-11-27 10:2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생태적 삶과 현대 건축

    자연과 꿈을 빚은 건축가 가우디의 ‘성가족 대성당’.

    1. 기계론적 세계관 : 무한한 개발과 확장에 대한 꿈

    인간은 안락한 보금자리로서 집을 꿈꾼다. 편안하게 쉬고 사색하는 공간, 사랑하는 가족과 생활하는 공간인 집에서 인간은 보호받고 성장하고 미래를 계획한다. 그러나 지금 집이란 영악한 재테크의 수단이며 투기의 대상이다. 평당 얼마인지를 따지는 현실에서 좋은 집이란 무조건 커야 한다. 비좁은 서울에서 우리들은 역설적이게도 무한한 개발과 확장을 꿈꾼다.

    그러나 이것은 근대 이후의 현대인에게 전혀 낯설지 않은 사고방식이다. 신대륙 아메리카에 처음 도착한 개척민은 드넓은 땅을 방치하고 있는 인디언들을 보고 개탄했다. 그들에게 자연은 인간의 노동과 합쳐져 생산성을 가져야만 비로소 가치 있는 대상이 된다.

    “노동으로 땅을 경작하는 사람은 인간 공통의 부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늘리는 것이다. 경작되는 1에이커의 땅에서 나오는 생산물은 똑같은 지력을 지닌, 그러나 자연 상태로 버려진 1에이커의 땅에서 나오는 산출물보다 10배 정도 많고, 따라서 인간의 삶을 더욱 잘 지탱해줄 수 있다.”

    계몽주의자 존 로크(John Locke)는 자연에 대해 이렇게 가치매김했다. 이러한 근대인의 가치관은 더 넓은 평수의 집을 가지려는 현대인의 욕망과 부합한다. 우리는 여기서 공통적으로 기계론적 가치관을 찾아볼 수 있다. 즉, 자연을 철저한 인간의 관점에서 대상화하고 생산력을 위한 수단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에게 자연은 종속적인 대상이다. 인간은 이성과 근면으로 자연을 개발하고 지배해야 한다. 그러나 이와 다른 가치관과 삶의 방식도 있다.



    2. 유기체적 세계관 : 절제와 자연과의 조화에 대한 꿈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하) 7단원 ‘건축과 동양정신’에서 건축가 김수근은 앞의 세계관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집’에 대해 말한다. 필자는 인간이 필요로 하는 생활공간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건축이 어떻게 하면 자연환경의 균형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킬지를 고민한다. 그리고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더 크고 화려한 건축물을 추구하는 현대의 적극적인 건축행위를 비판한다. 사실 우리가 개발하고자 하는 공간은 이미 다른 생명체들에 의해 사용되고 있는 공간이다. 건축이 그 땅에 살고 있는 나무며 풀, 수많은 곤충과 미생물의 생활공간을 침범하는 행위임을 명심하자고 필자는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건축에서 네거티비즘을 대안으로 내세울 수 있다. 이것은 과학기술을 거부하는 동굴시대로의 회귀는 아니다. 무한히 진보하고 발전할 것이라는 인간의 욕망이 불가능함을 자각하는 것, 인간이 지구상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자연 자원과 생활공간은 제한돼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건축에도 이러한 한계의 인식은 필요하다.

    이제 무조건적인 공간 확장이 아니라 필요 이상의 공간을 차지해서는 안 된다는 뜻에서 ‘적정 공간(滴正空間)’이라는 개념이 중요하게 될 것이다. 인간이 차지하는 전체 생활공간도 생태학적으로 적정 공간이 돼야 할 뿐 아니라, 개개인이 차지하는 공간도 적정 공간의 한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이러한 네거티비즘적인 생각을 한다면 건축은 자연 공간을 적정 한계 내에서 이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국어 (하) 7단원은 건축을 통해 우리에게 기계론적 세계관과는 다른 유기체적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 이 세계관은 자연이 인간을 위한 종속적인 대상과 수단임을 거부한다. 인간이 바로 자연의 일부라는 세계관은 기계론적 세계관의 기본 철학과 다르다. 인간은 이 지구에서 같이 생존하는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왜냐하면 자연은 분리되는 대상이 아니라 연결되는 유기체와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절대적인 전제이기도 하다.

    3. 논술로 고민하기

    ① 기계론적 세계관과 유기체적 세계관으로 바라보는 건축은 어떻게 다를까? 우리 주변의 생활공간을 예로 들어 말해보자.

    ② 환경문제는 새 천년에 인류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다. 글 (가)와 (나)를 관련지어 환경문제가 대두된 원인을 분석하고, 글 (다)에서 시사점을 찾아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논술하시오.(2000년 한양대 정시 기출문제)

    ③ 다음 지문들은 현대문명이 당면한 주요 문제와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제시된 글들을 바탕으로 이 주제에 관해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2003년 경희대 정시 기출문제)

    ④ 구명선 윤리, 천인합일(天人合一)적 세계관, 우주선 윤리를 파악하여 전체론적 환경윤리가 나아가야 할 적절한 방향을 논술하시오. (2004년 동국대 수시 기출문제)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