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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사회학

삶의 질 개선 ‘해피메이커’ 시장이 뜬다

  •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장

삶의 질 개선 ‘해피메이커’ 시장이 뜬다

삶의 질 개선 ‘해피메이커’ 시장이 뜬다
‘고개 숙인 남자’들을 위한 발기부전 치료제 생산업체들 간의 전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다국적 제약회사인 한국화이자의 비아그라가 시장점유율 49%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2006년 2·4분기). 하지만 또 다른 다국적 제약회사인 한국릴리의 시알리스(점유율 30%)와 바이엘헬스케어의 레비트라(점유율 7%)가 경쟁 중이고, 국내 제약사인 동아제약의 자이데나(점유율 12%)가 약진하고 있다. 여기에 SK케미칼이 신약 신청한 발기부전 치료물질(SK-3530)이 내년 5월쯤 출시될 예정이다.

일찍이 독일의 트렌드 전문가 마티아스 호르크스는 인류의 영원한 트렌드는 ‘섹스와 건강’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실제로 발기부전 치료제는 탄생 직후부터 호기심을 등에 업고 숱한 관심을 끌어왔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2005년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규모는 690억원 정도다. 작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다국적 제약회사에 국내 토종 기업들까지 치열하게 경쟁할 정도는 아닌 듯하다. 하지만 미래 시장을 생각하면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 즉 아직까지도 창피함 때문에 쉬쉬하거나 발기부전을 질병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노화 징후로 여기는 수많은 잠재적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30~50세인 한국의 최대 인구층이 이 시장의 주요 소비자로 이동해가는 중이다.

발기부전 치료제 등 행복 주는 의약품 시장 급성장

발기부전은 성기능 장애의 하나다. 과거에는 이런 정도의 장애는 ‘질병’으로까지 인식하지 않았다.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거동을 못하거나 살아가는 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정력에 좋다는 음식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행복한 삶에 걸림돌이 되는 약간의 장애라도 모두 심각한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발기부전을 비롯해 비만, 탈모, 우울증과 같이 40대 이후 급격하게 신체 노화를 경험하면서 생겨나는 갱년기 증상들이 대거 질병의 영역으로 진입했다.

이런 ‘질병 아닌 질병’들은 일반적인 생활을 영위하지 못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령화의 진전으로 우리 사회에서 40, 50대는 점점 ‘젊은 중년’이 되어가고 있는데, 신체 노화로 인한 이런 장애들은 청춘의 행복을 방해한다. 거꾸로 말하면 이런 장애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개선되고, 행복지수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세계적으로도 이렇게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는 의료제품을 행복의약품, 즉 ‘해피메이커(happymaker)’라고 부른다. 이 시장은 해마다 세계적으로 20% 이상의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삶의 질을 개선하는 해피메이커 상품들은 앞으로도 다양하게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노화와 더불어 쇠퇴하는 기억력에 대해 생각해보자. 전화기인 줄 알고 귀에 댔더니 뜨겁게 달궈진 다리미였다는 식의 위험천만한 경험담에서부터, 아무리 찾아도 없던 휴대전화가 냉장고 속에 있더라는 식의 에피소드는 우리 주변의 중년 여성들이 한 번쯤은 겪었음직한 기억력 쇠퇴의 사례들이다. 그러니 기억력 증진 시장이 얼마나 클지 상상해보라. 또 50대 여성의 50%가 요실금 증세에 시달린다고 하는데, 이를 치료할 국내 여성 비뇨기과 전문의는 단지 8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어떤가? 이 밖에도 노화와 함께 진행되는 시력 저하,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주름살도 모두 해피메이커 시장을 키울 주력 분야들이다.

행복은 성적순도 아니지만 나이순도 아니다. 하지만 나이와 함께 찾아오는 약간(?)의 장애들은 행복으로 가는 문을 자꾸만 좁게 만든다. 예전의 한국인들은 그것을 자연의 섭리라고 하여 묵묵히 순응하는 쪽을 택했다. 웬만한 질병조차도 ‘내 병은 내가 잘 안다’는 억지 주장으로 병원행을 거부했던 것이 우리 윗세대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누구도 늙어간다는 이유만으로 행복을 포기할 수는 없다. 햇수로 세는 나이야 어찌 됐건 행복을 추구하는 데 연령제한은 없다. 아니, 늙을수록 행복의 소중함에 대한 체감도는 커져만 간다. 따라서 발기부전 치료제를 비롯한 행복을 주는 의약품, 즉 해피메이커 시장은 일반적인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고성장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주간동아 2006.11.28 562호 (p89~89)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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