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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국악 공연장 “SOS”

‘세븐 스타스’ 공사비와 임대료 못 내 ‘폐관 위기’ … 단돈 1만 달러면 돌파구, 각계에 도움 호소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브로드웨이 국악 공연장 “SOS”

브로드웨이 국악 공연장 “SOS”

국악전용 공연장 ‘세븐 스타스’가 있는 뉴욕 브로드웨이 타임 스퀘어.

“이 공연장이 내 개인 소유라고 생각했다면 진작 그만뒀을 겁니다. 대한민국의 것이고 한국인 모두를 위한 공간이기에 포기할 수가 없는 거죠.”

미국 뉴욕에 자리한 해외 최초의 국악전용 공연장 ‘세븐 스타스(Seven Stars)’. 폐관 위기에 놓인 이 공연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전통문화교육센터 권칠성(40)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그는 “후원금은 적은데 추가 공사비가 늘어나 임대료도 내지 못하고 있다. 월세가 밀리자 집주인이 고소를 해 문을 닫게 생겼다”며 후원을 요청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법원 심판 기다리는 처지

18세 나이에 사물놀이패 ‘뜬쇠’의 창단 멤버로 국악에 입문해, 올해로 22년째 장구 하나만으로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있는 권씨가 세븐 스타스를 개장한 것은 지난 9월16일. 세계문화의 중심인 뉴욕 브로드웨이에 국악공연장을 개장하겠다는 것은 그의 오랜 꿈이었다. 이 공연장은 뉴욕 한복판에 아시아인이 문을 연, 아시아 문화를 알리는 첫 무대였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올해 2월부터 시작된 공연장 내부공사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건물 자체의 결함이 발견됐다. 공사는 석 달 이상 중단됐고, 공연장은 늘어가는 공사비와 임대료 등으로 개장도 하기 전에 재정적인 어려움에 직면했다. 결국 공연장의 운명은 법원의 심판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혼자 힘으로 뉴욕 한복판에 꽹과리와 징을 울리겠다고 나섰던 권 대표의 건강마저 악화됐다.



‘세븐 스타스’가 폐관 위기를 벗어나는 데 필요한 돈은 단돈 1만 달러(약 900만원). 권 대표는 “합의금 1만 달러만 있어도 폐관을 피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지 법원이 우리의 딱한 사정을 알고 중재해준 결과다. 많지 않은 돈이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아주 절실하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건물주와 갈등이 시작된 직후부터 권 대표는 공연장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뉴욕에 있는 한국문화원에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고, 자구책의 하나로 공연을 겸한 일일 카페도 열었다. 국내 굴지 기업의 미국 사무소도 찾아갔다. 그러나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한국문화원은 “적절한 지원 규정이 없다”며 외면했고, 권 대표의 계속된 지원 요청에 “어디 가서 말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500달러를 건넸다고 한다. 기업은 아예 후원 요청을 무시했다. 공연장을 찾은 한 대기업 임원은 “공연장이 성공하면 홍보 차원에서 돕겠다”고 말해 권 대표를 실망시켰다. 권 대표는 “기업 이윤에 당장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면 후원할 수 없다고 한다. 공연장 바로 앞 건물에 우리나라 대기업의 옥외간판이 있는데, 한 달 사용료만 수십만 달러라고 한다. 그걸 볼 때마다 가슴이…”라며 답답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도움이 안 되기는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권 대표는 지난 9월 말 노무현 대통령과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공연장의 어려움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 “문화관광부나 뉴욕문화원의 지원은 프로그램이나 홍보활동에 국한되며, 문화단체의 인건비나 시설비(임대료) 등 경상비 지원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원칙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브로드웨이 국악 공연장 “SOS”

‘세븐 스타스’ 사물놀이 공연 모습.

반면 그의 공연을 접했던 교포와 유학생들의 관심은 권 대표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갖가지 사연을 담은 후원금이 이어졌고 자원봉사자도 줄을 잇고 있다. 미국은 물론 독일, 아르헨티나 등지에서도 20~30달러씩 후원금이 전해졌고, 미국에 있는 한 한인 학생은 “돈이 적어 죄송하다”며 서툰 한글 편지와 함께 10달러를 보내오기도 했다.

그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우리 정부와 기업이 ‘세븐 스타스’를 외면하는 사이 일본과 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의 정부관계자, 기업인들이 오히려 공연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한 기업은 권 대표에게 “이렇게 좋은 일을 하는데 왜 당신 나라에서는 도와주지 않는지 모르겠다. 내가 인수해 일본 문화를 알리는 공연장으로 쓰고 싶다”며 인수를 제안하기도 했다고. 그 일본 기업이 권 대표에게 제시한 금액은 권 대표가 지금껏 공연장에 쏟아부은 자금의 2~3배에 달하는 큰돈이었다. 그러나 권 대표는 일본 기업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우리 손으로 만든 우리 공연장을 일본에 넘겨줄 수는 없었기 때문.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 ‘눈독’

“한 달에 몇 십억원씩 하는 옥외광고 자릿세만으로 거액의 수입을 올리는 브로드웨이의 건물주에게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의 문화단체는 그저 세입자일 뿐입니다. 한국인의 문화와 자긍심을 알리기 위해 시작했지만 너무 힘에 부치네요.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는 않을 겁니다.”

폐관 위기에 몰렸지만 권 대표는 지금도 ‘세븐 스타스’에서 매주 토요일 4시와 7시

2회에 걸쳐 무료공연을 펼치며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워지고 있다. 처음 공연을 시작할 당시 10~20명에 불과했던 관객은 최근 공연 때마다 150개의 객석을 모두 채울 정도로 늘었다.

이 공연장의 객석에는 의자가 없다. 대신 방석이 놓여 있다. 우리 식을 고집하는 권 대표의 의지다. 처음 이곳을 찾은 외국 관객들은 낯선 공연장 풍경에 어리둥절해한다. 그러나 공연 횟수가 지날수록 공연장을 찾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방석 위에 앉아 공연을 즐기고 있다고. 권 대표는 “우리 문화를 알리기 위해 마련한 공연장이니 우리 식이어야 한다. 의자에 앉아 공연을 보는 문화는 우리 것이 아니다. 바닥에 앉거나 서서 공연단과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는 것이 진정한 우리 문화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06.11.28 562호 (p48~48)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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