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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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은 이슬람 최후의 전쟁용”

“악의 축 미국 겨냥 반드시 사용” 관심 끄는 해석 … 수니·시아파 오랜 대립도 핵개발에 한몫

  • 예루살렘=남성준 통신원 darom21@hanmail.net

    입력2006-11-22 15: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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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중순 이스라엘에서 이란 핵개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는 안보관계 내각회의가 열렸다. 이날 다뤄진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는 북한의 핵실험이었다. 이스라엘은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전 세계의 비판 여론을 이란의 핵개발을 지연시키는 압박의 계기로 삼아야 하며, 이를 위해 북한-이란 간 긴밀한 군사협조체제를 서방에 적극 홍보하라는 지침이 거론됐다.

    서방의 많은 분석가들은 북한의 이번 핵실험이 이란으로 하여금 핵개발에 대해 더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 제재에 실패할 경우 이 같은 전망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사우디도 이란 핵개발 저지

    이란은 왜 전 세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핵개발을 시도하려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답은 없다. 다만 다양한 분석과 해석만이 있을 뿐이다. 이 중 이슬람 사상과 이 문제를 연계시켜 설명하는 해석이 나와 관심을 끈다.

    이슬람은 크게 수니 이슬람과 시아 이슬람으로 나뉜다. 수니와 시아의 사상 간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어 역사적으로 끊임없는 갈등과 분쟁이 있어왔다. 수니 무슬림 인구가 전체 무슬림 인구의 약 85%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이란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되기 전까지 시아 무슬림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며 정권을 잡은 유일한 국가였다.



    시아라는 이름은 ‘알리의 추종자들’이라는 뜻에서 나왔다. 여기서 알리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사촌이자 사위이며 이슬람의 제4대 칼리프를 말한다. 칼리프는 무함마드 사후 그를 계승해 이슬람 세계를 수호하는 지도자를 일컫는다. 시아 이슬람에서는 알리보다 앞선 3명의 칼리프를 단지 역사적 인물로 인정할 뿐, 실질적인 무함마드의 승계자는 알리로부터 시작하며 그를 제1대 이맘으로 추앙한다. 이맘은 무함마드의 혈통에서 나온 진정한 이슬람의 지도자를 의미한다.

    따라서 수니와 시아는 같은 알라를 신봉하고, 코란을 경전으로 받들며, 무함마드를 예언자로 추앙하지만 무함마드 이후 이슬람의 승계자에 대한 시각이 엇갈린다. 이는 수니와 시아의 차이점의 일부에 불과하며 이 같은 차이점은 서방세계 못지않게 이집트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수니 무슬림 국가들이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고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아 이슬람은 알리를 초대 이맘으로 하여 총 12명의 이맘을 인정한다. 이 중 마지막 이맘인 12대 이맘, 무함마드 이븐 하산을 예언자 무함마드의 현현인 ‘숨은 이맘’으로 본다. 숨은 이맘이란 세상의 종말 때 나타나 이슬람으로 세상을 통일하고 선인과 악인을 심판하는 메시아를 말한다. 이븐 하산은 868년에 태어나 11대 이맘인 그의 아버지가 죽던 해인 874년 6세의 나이로 갑자기 사라졌다. 그런 그가 알라의 뜻에 따라 세상의 종말 때까지 숨어 있다가 이슬람 세계를 구원할 메시아로 다시 나타난다는 것이 시아 이슬람의 ‘마흐디 사상’이다.

    “이성과 합리적 논리로 해결 불가”

    마흐디란 이슬람의 메시아로 시아 이슬람에서는 이븐 하산을 마흐디로 믿는다. 반면 수니 이슬람에서는 마흐디 사상을 공유하나, 마흐디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나 최근에 태어나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고 믿는다.

    12대 이맘, 즉 마흐디가 세상에 다시 나타나려면 인류 최후의 전쟁이 선행돼야 한다. 이 전쟁은 선과 악의 전쟁으로 선은 이슬람 세계를, 악은 반이슬람 세계를 의미한다. 궁극적인 승리는 이슬람 세계가 차지하며, 숨어 있던 12대 이맘이 나타나 반이슬람 세계를 심판함으로써 이슬람으로의 통일과 평화가 도래한다는 것이 시아 이슬람의 종말사상이다.

    그렇다면 시아 이슬람의 종말사상과 이란의 핵개발은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정통 시아 이슬람에서는 마흐디의 도래를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믿는다. 그러나 시아 이슬람의 일부 종파에서는 세상의 혼란을 야기하면 마흐디의 도래를 앞당길 수 있다고 믿는다. 세상의 혼란이란 인류 최후의 전쟁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란 대통령 아흐마디네자드가 이 사상에 심취한 인물이라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이 나오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작년 9월 유엔총회 연설 대부분을 12대 이맘의 재림을 촉구하는 알라에 대한 기도와 시아 이슬람 사상을 설파하는 것으로 채워 각국 대표들을 어안이 벙벙하게 했다. 11월에 있었던 국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우리 혁명의 주 목표는 12번째 이맘, 마흐디의 재림을 위한 길을 예비하는 것이다”라고 발언했다.

    이 밖에도 아흐마디네자드는 테헤란 남부 도시에 있는 잠카란 모스크를 2000만 달러(약 187억원)를 들여 개·보수했다. 잠카란 모스크에는 성스러운 우물이 있는데 이 우물이 바로 숨은 이맘과 인간세상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라고 한다. 이 우물을 찾는 시아 무슬림 순례객들은 소망이나 숨은 이맘의 뜻을 묻는 편지를 던진다. 아흐마디네자드 내각은 부인하고 있지만 대통령과 장관들이 이 우물을 함께 방문해 숨은 이맘에 대한 서약서를 던졌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이 같은 주장을 펼치는 이들은 일부 이슬람 중동학계 학자들이다. 대표적 인물이 프린스턴대학의 버나드 루이스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인류 최후의 전쟁을 준비하는데 선을 대표하는 세력은 이란이며, 악을 대표하는 세력은 미국이다. 따라서 이란의 핵개발에는 반드시 핵무장이 뒤따르고, 핵무장 후에는 반드시 이의 사용이 뒤따른다고 단언한다.

    이란 핵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슬람 사상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와 함께 버나드 루이스를 비롯해 이 같은 주장을 펼치는 이들 대부분이 유대인 출신 학자이거나,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으로부터 추방된 지식인들이라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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