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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기 목사, 은퇴 후에도 권력은 여전”

교회 모든 재산 좌우하는 재단 이사장직은 유지 … 가족·친인척 각종 법인 요직도 그대로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조용기 목사, 은퇴 후에도 권력은 여전”

“조용기 목사, 은퇴 후에도 권력은 여전”

김성혜 한세대 총장.

등록 신도만 75만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교회 ‘여의도 순복음교회’. 그곳의 최고 권력자인 조용기(70) 목사가 과연 모든 것을 버리고 아름다운 은퇴를 할 수 있을까.

11월12일 여의도 순복음교회 장로들은 임시 당회를 열어 이영훈(52) 미국 나성순복음교회 목사를 제2대 담임목사 최종 후보로 선출했다. 예정대로라면 이 목사는 20세 이상 일반 교인들로 구성된 ‘공동의회’에서 과반수의 동의를 얻고, 2009년 2월까지 ‘서리’로 수습 2년을 거치면 정식 담임목사 자리에 오르게 된다.

조 목사는 그 직후에 은퇴해 원로목사로 물러나 정기적으로 설교를 하는 등 후임 담임목사를 도와주는 구실을 하게 된다. 조 목사는 재단법인 순복음선교회 이사장, 국민일보 이사장, 세계선교기구인 ‘DCEM’ 총재 등을 맡아 국내외 선교를 담당할 예정이다.

순복음교회 담임목사직에서 물러나는 만큼 외형상 조 목사의 은퇴는 기정사실화된 셈이다. 하지만 조 목사가 모든 ‘권력’을 후임자에게 순순히 넘겨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한 장로는 익명을 전제로, 최근 치러진 담임목사 선정 과정을 지켜본 소감과 견해를 밝혔다.

은퇴 여러 차례 공언하고도 번복



“이번 담임목사 후보 선출 과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조용기 목사는 전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습니다. 겉으로 보면 지금까지 어떤 교회도 시도하지 못한 일을 했다고 평가할 만합니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조용기 목사는 이미 교회의 모든 재산을 재단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았습니다. 재단 이사장직을 끝까지 유지하겠다는 의미는 조 목사가 자신의 권력을 결코 이양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장로는 지난 8월 구성된 ‘순복음교회 제도개선위원회’의 23명 위원 가운데 한 사람이다. 1500여 명에 달하는 순복음교회 장로 가운데 23명에 포함된 만큼 내부 사정에 정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장로는 최근 2~3년간 조 목사의 발언과 순복음교회의 변화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 목사는 2~3년 전부터 “만 70세가 될 때 물러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그의 약속대로라면 올해 2월에 이미 은퇴했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지난해 11월 조 목사의 측근 장로들이 주축을 이루어 조 목사의 임기를 2011년 만 75세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임시공동의회를 통해 가결했기 때문이다. 투표 결과 임기연장 결의안 찬성률은 99.8%로 압도적이었다. ‘담임목사의 경우 신도들이 원하면 만 75세까지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는 교단 규정이 근거가 됐다.

그러자 순복음교회 안팎에서 이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특히 조 목사의 은퇴약속 엄수와 순복음교회의 개혁을 주장해오던 ‘교회개혁실천연대’(공동대표 오세택 박득훈 백종국 목사·이하 개혁연대)는 조 목사가 임시공동의회의 결의안을 받아들일 경우, 그동안 자체적으로 조사를 벌인 재정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개혁연대가 이처럼 발끈하고 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개혁연대는 지난해 2월경 순복음교회를 둘러싼 친인척 비리와 각종 재정비리 의혹을 검찰에 수사 의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순복음교회 측에서 조 목사의 70세 은퇴, 민주적이고 공평한 후임자 선정, 내부개혁 등을 약속해 이를 유보했다. 지난해 2월1일자로 순복음교회 측이 이종근 장로회 회장 명의로 개혁연대에 보낸 내용 중 일부다.

“교회와 관련된 기관에 매우 소수이긴 하지만 당회장의 친인척이 활동하는 부분은 더욱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사잣대에 의해 친인척이 특혜를 받지 못하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의혹을 살 수 있는 자리는 여론의 질타를 받지 않도록 적절한 조처를 취할 것임을 밝힙니다. 나아가 당회장 조용기 목사께서는 이미 지난해 중앙의 한 일간지를 통해 70세에 은퇴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후임자 선임도 민주적이고 교회법에 따라 공평하게 처리될 것입니다.”

순복음교회 측이 조 목사의 임기를 연장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이 같은 약속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개혁연대 측은 조 목사가 임기연장 결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지만, 그 예상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조 목사는 지난해 12월31일 송구영인 예배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시무 연장을 가결해준 것은 43년 목회 인생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다. 교인들의 뜻을 받아들여 75세까지 목회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개혁연대는 다시금 순복음교회의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할 방침을 정하고, 올해 1월10일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그러자 이번엔 조 목사가 개혁연대 측에 직접 연락해 3년 내에 은퇴할 것을 약속했으며, 개혁연대는 이를 받아들였다.

개혁연대 측, 각종 비리 의혹 집중 거론

개혁연대 구교형 사무국장은 “순복음교회는 조 목사 한 사람의 카리스마에 의해 굉장히 많은 지성전과 교회가 통제되는 시스템으로 움직여왔다. 그런 교회의 지도체계가 하루아침에 이양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고, 그래서 조 목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번 순복음교회 후임 담임목사 선출은 이 같은 우여곡절의 산물인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2년 후 조 목사가 은퇴하더라도 순복음교회를 둘러싼 각종 비리의혹이 해소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개혁연대와 순복음교회 내의 일부 장로들은 최근 2~3년간 교회 명의의 재산이 재단으로 이전된 점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순복음교회는 각종 비리의혹 해소를 명분으로 교회정관을 수정해 교회 명의의 재산을 조 목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법인 ‘순복음선교회’로 이전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지금은 여의도 순복음교회를 포함해 서울 및 수도권 일대에 있는 21개 지성전의 재산을 모두 재단이 관리하도록 돼 있다.

재단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대표권 제한규정’을 두어 조 목사 외에는 대표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제한해놓았고, 조 목사의 둘째 아들 조민제(36) 씨가 이사로 등재돼 있다. 대부분의 이사가 60, 70대의 원로장로나 순복음교회 간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순복음교회의 한 장로는 “재단은 이제 순복음교회의 모든 재산을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가 됐다. 조 목사 측에서 보면 담임목사 자리를 내준 것 외에 달라진 게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

조 목사의 가족과 친인척이 지금도 여전히 순복음교회 자금으로 설립된 각종 법인의 주요 직책을 차지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비영리재단법인인 ‘국민문화재단’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국민일보의 경우 조 목사의 사돈 노승숙 씨가 사장, 동생 용우 씨가 명예회장, 둘째 아들 민제 씨가 부사장을 맡고 있다. 또 한세대학교는 조 목사의 부인 김성혜 씨가 총장, 셋째 아들 승제(34) 씨가 이사로 있다.

순복음교회 김규원 홍보실장은 이에 대해 “재단으로 귀속시킨 이유는 교회의 모든 재산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다. 재단의 재산은 개인이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교회에는 수백여 개의 자리가 있는데, 친인척 몇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서 전부 다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조 목사가 은퇴해 원로목사와 재단 이사장직을 맡을 경우 힘이 재단으로 쏠리는 것은 부정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교회 후임 담임목사도 상당한 권한을 갖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주간동아 2006.11.28 562호 (p32~33)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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