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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합성마약 유통주의보

세상에 못 구하는 약이 어딨니?

동네 슈퍼·시장·온라인 통해 약물 오·남용 … 의사 처방·약사 복약 지도 없어 ‘위험천만’

  • 홍대업 데일리팜 기자 hdu7@naver.com

세상에 못 구하는 약이 어딨니?

세상에 못 구하는 약이 어딨니?

2월14일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가 압수해 공개한 밀수 및 가짜 의약품.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슈퍼마켓. 손님이 소화제를 찾자 슈퍼 주인이 진열대에 비치된 박스에서 가스명수 한 병을 꺼내 자연스레 건넨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의 또 다른 슈퍼마켓도 마찬가지. 손님이 속이 더부룩하다고 하자 거리낌없이 훼스탈 두 알과 까스활명수를 내놓는다.

이런 풍경은 2000년 의약분업 이전부터 지금까지도 주변에서 흔히 목도할 수 있는 일상이다. 전문의약품(의사에게 처방을 받아야 구입할 수 있는 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불문하고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약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며 처벌도 무겁다.

유통기간 지난 감기약도 버젓이 거래

그런데도 오·남용 시 심각한 간독성이 우려되는 펜잘과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가 ‘낱알’로 판매되는가 하면, PPA(안전성이 의심되고 있다)가 함유된 유통기한이 지난 감기약이 시중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

‘자가용 마약’의 원료가 되는 ○○○○ 성분이 함유된 감기약, 다이어트약도 온·오프라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역시 마약의 원료가 되는 일부 동물마취제와 발정제도 시중에서 구할 수 있기는 마찬가지다.



재래시장에서의 행태는 더욱 기가 막힌다. 일명 도깨비시장이라고 불리는 서울 남대문시장의 수입상가 ○동과 ○동에선 센트룸과 관절치료제 등이 버젓이 진열된 채 팔리고 있다.

남대문시장의 한 가게. 20대 중반의 청년이 비타민제와 글루코사민을 찾는 손님에게 센트룸과 글루코사민 성분이 포함됐다는 플렉사민 등을 권한다. 약국 판매가격보다 30~50% 저렴한 이들 약품을 업자는 미국 여행객이 직접 들여온 정품이라고 소개했다.

센트룸 등을 진열해놓은 또 다른 수입상점. 이곳에서는 전문의약품인 비아그라도 유통되고 있었다. 70대로 보이는 노인이 진열대 오른쪽 하단에 붙은 조그만 서랍에 병포장인 비아그라를 보관하면서 판매하는 현장이 취재진에게 포착된 것. 다른 상점에서도 비아그라가 거래되고 있었는데, 이 상점에서는 6정이 담긴 비아그라 1상자를 8만원에 팔고 있었다.

부산 국제시장(깡통시장)에서도 양상은 비슷했다. 수입상가가 입점해 있는 재래시장이라면 전국 어느 곳에서나 발기부전 치료제의 음성 거래가 횡행하고 있다고 봐도 큰 무리는 없다. 국제시장의 경우 4정짜리 비아그라 1상자가 4만원 선에 유통되고 있었다.

재래시장뿐 아니라 곳곳에서 마음만 먹으면 비아그라를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적이다. 서울과 경기 일대 유흥가 밀집 지역의 일부 술집에서도 비아그라가 유통되고 있기 때문.

비아그라 정품(한국화이자)은 ‘2정 알루미늄 포장’이 최소 단위이며, 2정짜리 포장이 4개 담긴 것이 1상자다. 따라서 이들 재래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약국 판매가(1만6000원 안팎)보다 저렴한 비아그라는 가짜일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에서의 의약품 불법판매 행위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한마디로 구할 수 없는 게 없을 정도다. 일반의약품인 센트룸은 물론이고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도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다.

엑스터시 제조 S정 처방전 없이 구입도

발기부전 치료제는 스팸메일이나 블로그 및 인터넷카페, 지식검색의 댓글 등에 기재된 광고문의 전화번호를 통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불법 판매업자들은 구매자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 ‘정품’, ‘약국판매용’, ‘홀로그램 부착’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일부 업체는 의약품을 먼저 받아보고 후불로 결제하는 방식으로 물건을 팔고 있기도 하다.

해피드러그 이외에도 발모촉진제인 미크로겐과 전립샘 치료제인 프로스카 등도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이들 역시 전문의약품으로 의사 처방 없이는 원칙적으로 구입이 불가능하다. 온라인으로 유통되고 있는 프로스카는 정량의 2분의 1씩 복용하는 방식으로 발모촉진제로 전용된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포함된 펜잘, 판피린 등은 음주 후 두통약으로 복용할 경우 간독성을 유발할 수 있고 쇼크, 호흡곤란이나 전신홍조를 수반한 아나필락시양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또 과다 복용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불법 유통되는 발기부전 치료제의 경우 주성분(실데나필)의 함량이 들쭉날쭉해 의약품으로서의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 4시간 이상 발기를 지속할 수는 있지만, 자칫 지속발기증이 곧바로 치료되지 않으면 음경의 조직손상 및 발기력의 영구상실을 야기할 수 있다.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은 물론 약국 구입이 가능한 일반의약품도 약사의 복약지도를 거치지 않고 복용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불법의약품의 오·남용은 약(藥)이 아니라 되레 독(毒)이 되는 것이다.

구멍가게식 마약 제조 시 원료가 되는 ○○○○ 성분이 함유된 감기약, 다이어트약을 온·오프라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로 만들어진 다이어트약은 외국에 서버를 둔 ‘인터넷 약국’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 단일제는 지난해 11월 전문의약품으로 지정됐으나, 가정에서 이뤄지는 엑스터시 쿠킹(Cooking)에 가장 많이 쓰이는 S정을 대형 약국이 몰려 있는 서울의 한 약국거리에서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었다. 약사는 손님의 편의를 봐주는 것이라면서 시중 가격보다 다소 비싸게 이 약을 팔았다.

의약분업 예외지역에서도 ○○○○ 단일제인 D정, S정, P정 등을 의사의 처방 없이 최대 5일치까지 구입할 수 있다. 취재 결과 일부 약국에선 5일치 이상의 ○○○○ 단일제도 구입이 가능했다. 의약분업 예외지역의 약국 몇 군데만 돌더라도 상당량의 마약 제조 원료를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일부 포함된 복합제는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누구나 구입할 수 있다. 복합제에서 ○○○○을 분리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일부 복합제는 단일제보다도 더 많은 ○○○○을 함유하고 있다”면서 “이들 복합제는 전문의약품으로의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의약품으로 지정된 약품들과 손쉽게 마약으로 전용될 수 있는 일부 의약품들이 온·오프라인에서 더 이상 마구잡이로 팔려서는 안 된다.



주간동아 2006.11.28 562호 (p24~25)

홍대업 데일리팜 기자 hdu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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