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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봉이 만난 영화, 영화인|‘야연’의 장쯔이

공주, 게이샤로 내공 쌓고 ‘비련의 황후’로 매력 폭발

공주, 게이샤로 내공 쌓고 ‘비련의 황후’로 매력 폭발

공주, 게이샤로 내공 쌓고 ‘비련의 황후’로 매력 폭발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시아 출신 배우로는 성룡과 이연걸, 그리고 공리와 장쯔이를 꼽는다. ‘게이샤의 추억’에서 장쯔이와 함께 게이샤로 출연한 공리가 마이클 만 감독의 ‘마이애미 바이스’에서 콜린 파렐과 공연하는 동안, 장쯔이는 중국 6세대 감독 펑 샤오강의 ‘야연’에 출연했다. ‘야연’은 중국 개봉 첫날 역대 최고의 개봉일 흥행 기록을 세웠다.

장쯔이는 작고 가냘프지만 화면에서 무서운 매력을 발산한다. 그녀의 데뷔영화인 장이모 감독의 ‘집으로 가는 길’(1999년)에서만 해도 장쯔이는 시골 소녀 같았다.

“‘집으로 가는 길’에서 나는 연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면 되었다. 실제의 나와 가장 유사한 캐릭터다.”

이미 공리를 발굴해 세계적 배우로 성장시킨 장이모 감독은 그 뒤를 잇는 여배우로 장쯔이를 세계무대에 선보였고, 그녀는 기대대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그녀는 피부가 무척이나 투명하고 맑으며, 작은 얼굴에는 요염함과 순수함이 공존한다.

장쯔이가 한국 관객과 특히 가까워진 것은 김성수 감독의 ‘무사’를 통해서다. 중국으로 간 고려의 사신들이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중국 공주를 납치해서 대장정을 펼치는 영화 ‘무사’에서 장쯔이는 고려 사신들에게 납치된 중국 공주로 등장했다. 정우성과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는 사랑을 보여주는 이 영화를 찍으면서 그녀는 한국의 많은 영화인과 가까워졌다.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은 장쯔이를 세계적으로 알린 영화였다. 사실 이 작품에서 장쯔이가 맡은 배역의 비중은 선배 여배우인 양자경의 배역에 비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장쯔이는 신비한 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일본 문화의 아이콘인 게이샤를 소재로 한 영화 ‘게이샤의 추억’에 공리와 함께 출연했다. 공리는 무시무시한 내공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어 할리우드에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반면, 출연 분량이 더 많은 장쯔이는 상대적으로 공리에게 가려진 느낌이었다.

물론 공리와 장쯔이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공리와 장쯔이는 외형적 이미지는 비슷하지만, 분명 다르다. 공리는 강인한 여성상으로 삶의 깊은 맛을 표현하는 데 뛰어나고, 장쯔이는 연약한 듯하면서 관능적인 매력을 뿜어댄다.

요염함과 순수함 공존하는 천의 얼굴

“촬영에 쫓기면 주말에도 휴일에도 일해야 하는데, 장비와 근무조건이 열악한 중국에 비해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는 할리우드의 시스템은 배우들을 편하게 해준다. 그러나 할리우드에서 아시아계 배우가 선택할 수 있는 영화의 폭은 매우 좁다. 피부색 때문에 다양한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 나는 할리우드나 중국을 가리지 않고 좋은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

펑 샤오강 감독의 대작 ‘야연’을 보면 중국 문화의 대륙적이고 웅장한 힘이 그대로 느껴진다.

공주, 게이샤로 내공 쌓고 ‘비련의 황후’로 매력 폭발
장쯔이는 ‘야연’에서 죽은 황제의 부인인 황후이자, 형이 낮잠 자는 틈에 귀에 독약을 넣어 살해한 뒤 권력을 잡아 황제(갈우)가 된 시숙의 구애를 받고 다시 황후 자리에 오른 완 역을 맡았다. 이 영화가 ‘햄릿’과 다른 점은 완과 황태자(대니얼 우)의 관계다. 그들은 과거의 연인 사이로 설정되어 있다. 즉, 황태자는 자신의 연인을 아버지에게 빼앗긴 것이다. 그래서 그는 숲 속에 은둔하며 시와 연극을 즐긴다. 새로운 황제는 권력의 암초가 될 자신의 조카를 살해하기 위해 자객을 보낸다. 이것이 영화의 첫 장면이다.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야연’은 장쯔이를 위한 영화다. 이미 장이모의 무협 대작 영화인 ‘영웅’ ‘연인’을 통해서 중국 시대극과 조우한 이 뛰어난 배우는 자신의 장기인 연약함 속에 깃들어 있는 관능미를 극대화해서 표현한다. 특히 발레하듯이 우아하게 춤을 추는 액션 장면은 어느 여배우도 따라하기 힘든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이는 그녀가 일찍부터 무용과 연기를 전공했기에 가능했다.

‘야연’의 목욕 장면에서는 장쯔이의 뒷모습이 올 누드로 등장하는데, 가냘프지만 호소력 있는 그녀의 누드는 관객의 뇌리 속에 오래 남을 만하다.

“‘야연’에 등장하는 누드 신은 내가 아니다. 대역을 썼다. 피부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지금까지 몸매 관리나 피부 관리를 특별히 한 적은 없다. 눈에 보이는 것이 있으면 그냥 먹는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갖고 있으며 특별히 운동을 하거나 미용을 해본 적이 없다.”

‘햄릿’의 뼈대는 유지한 채 그것을 새롭게 해석해서 변주한 이 영화는, 서양 관객에게 익숙한 셰익스피어를 빌려와 중국의 고대 문화를 웅장하게 재현한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흥행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이를 동양에 대한 신비함을 극대화한 오리엔탈리즘이라고만 폄하할 수 없는 것이, 그 속에 등장하는 중국 문화의 뛰어난 아름다움과 웅장함 때문이다. ‘햄릿’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심 축이 햄릿에게 있었다면, ‘야연’에서는 황후이자 황태자의 연인이던 완 역의 장쯔이에게 있다. 또 새로운 황제 역의 갈우는 한 여인을 사랑하며 모든 권력을 버리는 황제의 비장함을 뛰어나게 형상화해서 보여준다.

황제와 황태자의 연인 역으로 고뇌와 결단 잘 드러내

장쯔이는 홍콩 언론으로부터 영어 실력이 형편없고 패션 감각도 뒤떨어지며 행동거지도 나쁘다는 비판을 자주 듣는다. 베니스 국제영화제 때 입고 나온 드레스가 홍콩의 수 장레이가 두 달 전에 입은 드레스와 똑같아서 한 차례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그녀는 이미 수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국내에서 개봉된 여러 영화의 홍보 차 방한한 적이 있고, 광고를 찍기 위해 온 적도 있다. 장쯔이가 한국에 자주 오면서 생긴 버릇 중 하나는 남대문시장 쇼핑.

“좁은 골목 양쪽에 수없이 많은 작은 가게들이 들어서 있는 남대문시장이 좋다. 여러 가지 물건도 보고 쇼핑도 하며 시장 구경을 한다. 매운 것을 좋아해서 김치도 잘 먹는다.”

장쯔이는 큰 모자를 쓰고 남대문시장에 가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본 적은 거의 없다고 했다. 한국에는 여러 차례 왔지만 직접 한국 관객들과 만나는 행사에는 참여한 적이 없는데, 앞으로는 직접 만날 기회를 만들어보겠다고도 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보았다. 솔직히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다운받아서 보게 됐다. 그 작은 모니터로 2시간 동안 영화를 보면서 나는 몰입됐다. 앞으로 꼭 박찬욱 감독과 영화를 해보고 싶다.”

‘무사’에서처럼 중국 공주 역을 맡으면 중국어로 대사를 해도 되고, 현대극에 출연하면 대사 없는 역을 하면 될 것 아니냐며 그녀는 웃었다. 언어장애자 역으로라도 꼭 박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장쯔이의 러브콜을 박 감독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야연’으로 한국 관객과 다시 만나는 장쯔이.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한 올 추석 영화 전쟁에서 ‘야연’이 살아남는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장쯔이의 힘이다.



주간동아 555호 (p168~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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