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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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보는 광고 세상

제품 불문 날씬하면 모두 OK

  • 류진한 한컴 제작국장·광고칼럼니스트

    입력2006-10-09 09: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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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집어보는 광고 세상
    지구촌은 지금 ‘슬림(slim) 증후군’을 앓고 있다. TV를 켜면 보이는 휴대전화 광고는 너 나 없이 ‘슬림’을 자랑하고, 한 모금 목을 적시는 차에도 ‘茶슬림’이라는 네임이 붙는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뭇 여성들의 ‘다이어트 열풍’의 꼭짓점에도 슬림이 있다. 그외에 슬림 TV, 슬림 노트북…, 모두가 ‘슬림 증후군’이 아닐 수 없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풍기는 매력이 다를 텐데, 날씬함의 유혹 앞에서는 남녀 불문 정신을 못 차리나 보다.

    오늘 소개하는 광고는 리바이스 ‘슬림 진(Slim Jeans)’의 지면 광고. 세계인의 광고 축제인 칸라이온스 2006에서 황금사자상의 영예를 안은 이 크리에이티브 안에도 여지없이 ‘슬림 바이러스’는 침투해 있다.

    이 앙상하고 ‘슬림’한 광고를 보면서 어느덧 바이러스에 감염된 나는 이런 상상을 한다. 섹시한 웨이브를 날리며 도도하게 다리를 꼬고 앉은 샤론 스톤의 ‘원초적 본능’, 금요일 밤 홍대 앞 클럽에서 흔들어대는 땀에 젖은 부비부비, 그리고 달콤한 사랑, 그 사랑 끝에 오는 지루한 기다림 등등. 이런 것들이 몽롱하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광고 짾을 보자. 그녀는 거미 같은 라인 하나를 꼬고 있을 뿐인데 그녀의 늪,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서 타오르는 담배 연기, 그리고 그녀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뚱뚱한 속물의 땀 냄새까지 나의 오감에 생생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A형 남자의 까칠함 때문일까, 아니면 과감한 생략에서 오는 크리에이티브의 힘 때문일까?

    커플이 등장하는 광고 짿와 광고 쨁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다. 일상이 상상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광고 짿를 보고 K-1의 니킥을 떠올리거나, 광고 쨁을 보고 자신의 노트북 깊숙한 곳에 감추어진 ‘애들은 가라’ 는 파일명의 야한 동영상(야동)을 생각했다면 당신의 일상은 청명한 가을에 걸맞지 않게 우울하거나 엉큼하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럼 마지막 광고는 우리의 어떤 상상을 자극할까? 광고 쨂의 주인공은 한때 당신의 눈과 귀를 멀게 만들었던 당신의 아내다! 당신을 대신하는 쿠션을 끼고 누워 당신과의 재회(?)를 기다리는 그녀! 오늘은 그녀에게서 샤론 스톤의 매력과 부비부비의 열정과 첫사랑의 두근거림을 찾아보자. 마치 오래전에 심해로 가라앉은 해적선에서 보물을 찾아 올리듯 집요하고 조심스럽게…. 천고마비의 상상은 ‘슬림’을 향해 치달아도 마음만은 계절처럼 풍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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