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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한-일 외교 ‘미소’에 녹을까

日 퍼스트레이디 아키에 열성 한류 팬 … 한국말도 할 줄 알아 모종의 역할 시선 집중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얼어붙은 한-일 외교 ‘미소’에 녹을까

얼어붙은 한-일 외교 ‘미소’에 녹을까

2004년 9월 박용하(맨 왼쪽)와 아베 장관(가운데)이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나 덕담을 주고받았다(좌). 아베 장관의 부인 아키에(우).

“박용하를 만날 수 있게 주선해달라.”

2004년 8월 말, 서울을 방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관방장관 일행은 다소 엉뚱한 요청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국내 각 정당 대표와의 회담 일정을 끝낸 후 한류 스타인 탤런트 겸 가수 박용하를 세 번째 회동 파트너로 지목한 것.

매우 이례적인 일이지만, 아베 장관과 그의 부인 아키에(昭惠)가 한류, 특히 박용하의 팬임을 알고 있던 정부 관계자는 아베 부부와 한류 스타의 만남을 주선하기로 결정했다.

급히 박용하를 찾아나선 정부 관계자는 그가 일본에 체류 중임을 확인했다. 곧바로 박용하의 매니지먼트사와 접촉해 아베 장관 부부의 초대 의사를 전달했다.

9월1일 저녁 서울의 한 호텔. 아베 장관과 후유시마 데스조 공명당 간사장 등 일본 연립 여당 간사장 일행과 박용하가 마주 앉았다.



이날 아키에는 별도로 박용하를 만났다. 아키에는 박용하와의 만남을 누구보다 손꼽아 기다린 사람이었다. 이날 회동도 “박용하의 열혈 팬인 아키에가 남편 아베를 졸라 만남이 성사됐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아키에는 박용하의 일본 공연에 관심을 표명했다.

“언제 일본에 다시 올 계획인가? 공연 일정이 잡히면 꼭 알려달라. 기회가 되면 골프도 함께 치고 싶다.”

박용하는 자신의 일본 일정을 설명하면서 “시간 날 때 함께 골프를 치자”고 약속했다. 박용하는 1년 뒤 이 약속을 지켰다. 2005년 9월 경기도 인근의 모 골프장에서 아베 부부와 재회한 것.

지난해 탤런트 박용하와 라운딩

아키에는 서울에서 박용하를 만난 뒤 몇 차례 박용하의 일본 공연을 관람했다. 아키에는 요즘도 남편 아베 장관에게 수시로 박용하와 한류에 대해 말한다고 한다.

한류 팬인 아키에는 이제 일본의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모리 요시로(森喜郞) 전 총리의 부인 지에코(智惠子) 이후 5년 만에 맡는 역할이다. 전통적으로 일본의 총리 부인은 역할이 미미하다. 남성 중심으로 정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했던 미키 총리나 호소카와 총리의 부인처럼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아키에도 적극적인 스타일인 만큼 그의 정치적 역할이 기대된다.

이 때문일까. 한-일 외교가엔 ‘아키에 기대론’이 솔솔 퍼져나온다. 한국말을 할 줄 알고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친한파(親韓派) 아키에가 모종의 역할을 하리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계에서는 “아키에가 아베 총리의 한국관(觀)에 많은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아키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현실 외교에 등장한 적이 있다. 2006년 8월9일 도쿄를 찾은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북한 핵 문제 등과 관련, 아베 장관과 딱딱한 회담을 풀어나가야 했다. 고민하던 반 장관은 아키에를 앞세웠다.

“한류 팬인 부인의 요즘 관심사는 무엇입니까?”

아베 장관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아내가 한국을 자주 방문합니다. 어머니도 관광차 한국을 방문해 즐거워했습니다.”

그런 다음 반 장관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한 노무현 대통령의 메지시를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사적 관계를 통해 외교적으로 접근을 시도하는 경우는 많다. 2005년 9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딸 카테리나와 그의 한국인 남자친구 Y 씨가 양국 정상의 외교활동에 활용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정부는 Y 씨와 카테리나의 특별한 우정을 양국 대통령 부부의 ‘대담자료’에 포함시켜 대화를 부드럽게 풀어나가는 데 활용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아베의 일본은 ‘강한 일본’을 추구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럴 경우 주변국과의 마찰은 불가피하다. 그런 점에서 한류에 푹 빠진 아키에가 한-일 간 갈등을 해소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555호 (p34~34)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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