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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창|호주의 풍요 속 빈곤

스타 많지만 영화는 별로

  • 이명재 자유기고가

스타 많지만 영화는 별로

스타 많지만 영화는 별로

‘매드 맥스’

지금 세계 미디어 시장을 주무르고 있는 사람은 잘 알려진 대로 루퍼트 머독이다. 그가 최근 호주의 어느 신문으로부터 ‘호주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호주인’에 뽑혔다고 한다. 머독 외에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리는 호주 출신 유명인사 가운데는 영화배우가 특히 많다. 멜 깁슨을 비롯해 니콜 키드먼, 제프리 러시, 러셀 크로 등이 모두 호주 출신이다.

이들의 ‘스타탄생 코스’는 호주 국내에서 인기와 검증을 거친 뒤 할리우드로 진출하는 식이다. 호주가 ‘할리우드 스타 양성소’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감독으로도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의 브루스 베레스포드, ‘죽은 시인의 사회’의 피터 웨어 등이 있다.

최근 반유대인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멜 깁슨의 할리우드 입성기가 바로 호주 출신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 경로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멜 깁슨 주연으로 3편까지 제작된 ‘매드 맥스’ 시리즈의 1, 2편은 호주 ‘국산’ 영화였다. 그런데 이 영화가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자 미국 자본이 발빠르게 접근했고, 그래서 3편은 할리우드 자본에 의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할리우드에 진입하면서 톱스타가 된 멜 깁슨은 니콜 키드먼을 낳고 휴 잭맨을 낳았다. 멜 깁슨의 성공에 고무된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호주 출신 배우들에게 주목하면서 니콜 키드먼을 발굴했고, 이후 호주 영화계로부터 할리우드로 통하는 길이 닦여진 것이다. 휴 잭맨은 최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X맨’의 주인공. 이렇게 해서 호주는 할리우드에서 영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비(非)미국 국적의 배우를 배출한 나라가 됐다.

호주 출신들의 이 같은 활발한 할리우드 진출은 그러나 어떻게 보면 이상한 일이라기보다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같은 영어권 국가라는 배경, 문화나 신체적으로도 유사하니 호주 출신이라고 해서 할리우드가 마다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세계 영화시장의 주요 자원들을 끊임없이 빨아들이는 할리우드 자본의 블랙홀 같은 식탐이 새롭게 풍부한 먹잇감을 찾았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둘 필요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오히려 아이러니한 것은 호주가 스타들을 많이 배출했다고 해서 호주 영화 자체가 번창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현실은 그 반대다. 호주 영화의 자국 시장점유율은 10% 미만에 불과하다고 한다. 한 해 제작되는 장편 국내 영화도 20여 편에 지나지 않는다. 할리우드에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언어·문화적 동질성은 전출도 쉽지만 전입도 자유롭다는 말이다.

자국 출신 배우 및 감독들의 눈부신 활약에 비해 호주에서 제작된 영화로는 정신병에 걸린 천재 피아니스트 얘기를 다룬 ‘샤인’ 정도가 알려져 있을 뿐이다. 호주에게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호주 영화산업이 다소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것. 이는 성공한 스타들이 대거 귀국해 호주에서 영화를 찍는 일이 많아진 덕분이라고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자생력을 얘기하기는 힘든 상황인 듯하다. 멜 깁슨 등 스타들의 명성 뒤에 가려진 초라함, 즉 ‘풍요 속의 빈곤’인 까닭이다.



주간동아 552호 (p77~77)

이명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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