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0

2006.08.29

‘여성 최초’ 3관왕… 임명동의안 통과할까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

  • 조용우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woogija@donga.com

    입력2006-08-28 13: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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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최초’ 3관왕… 임명동의안 통과할까
    현정부 들어 잇따라 ‘최초’ 기록을 세우고 있는 전효숙(55) 헌법재판소장 지명자. 2003년 2월 여성 법관으로는 처음으로 고등법원 형사부장이 될 때만 해도 그가 헌재재판소장까지 오르리라는 상상은 아무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그해 8월 첫 여성 헌법재판관이 됐고, 다시 3년 만에 헌재재판소장에 내정됐다.

    전 지명자는 말이 많지 않다. 사법연수원에서 만난 남편 이태운(사시 16회) 의정부 지법원장과는 대조적이다. 화통한 성격의 남편은 달변가다. 말이 많지 않은 전 지명자라지만,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야 하는 자리에서는 결코 침묵하지 않는다고 한다.

    전 지명자는 사시 17회로 노무현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다(사시 17회는 합격자 수가 58명이었다). 2003년 당시 최종영 대법원장의 추천으로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입성했으며, 그로 인해 헌재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판사 시절에도 꾸준히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는 판결로 주목을 받았다.

    서울지법 민사 부장판사 재직 시절인 1997년, 검찰의 무리한 구속수사로 남편이 자살하는 등 가정 파탄을 겪은 여성이 낸 소송에서 “가혹행위가 없었더라도 무리한 구속수사로 피해를 입었다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듬해에는 소액주주들이 부실 경영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처음으로 경영진에 배상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전 지명자에 대해 ‘친(親)정부적’ ‘진보적’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꾸준히 그를 대법관이나 헌재 재판관 후보로 추천했다. 재판관이 된 이후 그는 1989년 부산 동의대 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는 헌재의 다수 의견에 동참했고, 2004년 10월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에 대해선 9명의 재판관 중 유일하게 ‘각하’ 의견을 냈다. 이라크 파병 헌법소원 사건에선 “대통령의 정치 행위에 대해 사법적 판단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처럼 일부 사건에서 친(親)정부적 입장을 취했지만, 전체적으론 전형적인 법관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4년 11월 전 지명자는 서울대 강연에서 “무지개도 다양한 색깔을 갖고 있어서 아름다운 것”이라며 “공동체를 위해 가장 옳은 결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법부를 진보와 보수로 나누고 자신을 진보의 틀에 가두려는 세간의 시선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

    전남 승주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법대를 졸업하고 1975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77년 서울가정법원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해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지법 부장판사, 특허법원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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