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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사일 개발 능력 대포동1호 수준”

南北 미사일 개발 30년 경쟁 … 北 액체연료 미사일, 정확도 떨어져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한국 미사일 개발 능력 대포동1호 수준”

“한국 미사일 개발 능력 대포동1호 수준”

1998년 발사된 대포동1호.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작전권) 환수 문제가 국론을 둘로 갈라놓았다. 찬성과 반대는 대체로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세력을 북한으로 보느냐, 아니면 미국으로 보느냐에 따라 갈린다. 반대론자들은 대량살상무기로 무장한 북한의 위협에 주목하는 반면, 찬성론자들은 미국의 선제공격에 의한 전쟁 발발을 우려한다.

“우리 군의 수준은 높다. 군의 욕심은 차제에 최고 A급, 최고 수준의 장비와 시스템을 갖춘 군대를 만들어보고 싶은 것이다. …북한의 군사 위협을 부풀리고 한국의 국방력을 폄하하는 경향은 고쳐져야 한다.”(8월9일 연합뉴스와의 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7월5일)를 안보 위기로 간주하지 않았다. 청와대 홈페이지는 언론을 향해 “과연 북한의 미사일이 우리나라의 안보 차원의 위기였는가”라고 되물었고,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북한의 미사일이 남한을 공격한다면, 주한 미군기지를 공격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 정부 대북 인식에 불안감

‘북한 미사일은 남측이 아닌 미국과 일본을 겨냥하고 있다’는 현 정부의 인식이 불안감을 자아내고 있다. 지금이라도 작전권을 단독 행사할 수 있다는 노 대통령의 설명대로 북한의 위협은 실제보다 과장돼 있을까?



사정거리가 긴 대포동이나 노동 미사일은 정부의 인식대로 한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경제적 목적(수출) 혹은 대외 협상용 성격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사정거리 확장보다는 미사일의 정확도 및 탑재능력, 배치 상태 등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물론 사거리 확장은 미사일 문제를 국제화함으로써 안보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일지
1975년 중국으로부터 액체연료 미사일 DF61 구입
1976년 이집트에서 소련제 스커드C 2기 구입
1981년 이집트와 미사일개발협정 책정
1984년 스커드B 개발
1987년 미사일 양산 시작, 이란에 일부 수출
1989년 사거리 500km의 스커드C 개발
1991년 이동발사대 36량으로 스커드C 여단 편성
1992년 이란 및 시리아에 스커드C 판매
1993년 노동1호 발사 실험
1995년 대포동1호 개발 성공
1998년 대포동1호 미사일 발사 실험
2006년 대포동2호 미사일 발사 실험


북한은 7월5일 미사일 7기를 잇따라 발사했는데, 그중 6기는 사거리 300∼500km인 스커드와 1200∼1500km인 노동 등 단거리 및 중거리 미사일이었다. 한반도를 사정권으로 둔 스커드는 재래식 탄두뿐 아니라 화학탄두도 장착할 수 있어서 유사시 아군의 주요 전략 요충지(정확도는 크게 떨어진다)와 인구밀집 지역을 공격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한국과 비교해 얼마나 앞서 있을까?

미사일은 크게 순항(크루즈)미사일과 탄도미사일로 나뉜다. 미사일은 유도장치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로켓과 구별된다. 스커드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군이 개발 중인 미사일은 300km 넘게 날아갈 수 있는 순항미사일. 스커드B, 스커드C, 노동, 대포동 등 북한의 미사일과 한국이 독자 개발한 현무는 탄도미사일이다.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은 개념 자체가 다르다. 순항미사일은 로켓이 아닌 일종의 제트엔진으로 일정 궤도를 유지하면서 비행한 뒤 목표물을 타격한다. 탄도미사일은 유도장치를 갖춘 로켓으로, 발사된 뒤 큰 포물선 궤도를 그리며 목표물에 떨어진다. 대륙간탄도탄의 경우 부스트(boost) 단계 300초, 대기권 밖 비행 단계 900초, 추락 단계 40초가 소요된다고 한다.

“한국 미사일 개발 능력 대포동1호 수준”
북한은 1970년대 중반부터 탄도미사일 개발 계획에 착수해 85년 지대지미사일인 스커드B를 개발했으며, 이를 개량해 89년에는 사거리 500km의 스커드C를 자체 생산했다. 93년엔 일본을 사정권에 둔 노동1호를 시험발사하는 데 성공했고, 98년엔 ‘광명성

1호’로 명명된 사거리 1500∼2500km의 대포동1호를 시험 발사했다.

한국은 1978년 지대지미사일 백곰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백곰은 80년대 현무로 대체되면서 퇴역했는데, 고체연료를 쓰는 현무의 공식 사거리는 180km. 하지만 탄두의 무게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300km까지 비행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한국은 미국의 견제로 사거리 300km, 탄두 중량 500kg 이하의 미사일만 개발할 수 있다. 북한 미사일에 비해 사거리가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20년 넘게 개량돼온 북한 미사일의 치명적 한계는 보유 미사일의 대부분이 액체연료를 쓴다는 점이다. 탄도미사일은 산화제가 필요한데, 추진연료로 액체 또는 고체를 사용한다. 기계공업이 발달한 나라들은 대부분 액체연료 개발 역량을 갖춘 반면, 고체연료는 산업 전반의 기술 수준이 높아야 접근할 수 있다. 북한의 고체연료 개발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북 고체연료 개발 능력 미검증

액체연료의 약점은 운용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독성이 강해 연료통이 견뎌내지 못하므로 연료를 미리 주입해놓을 수 없어 발사하기 직전에 넣어야 하는 것. 따라서 연료를 채워놓았다가 발사하는 고체연료 미사일보다 짧은 시간에 많은 미사일을 발사할 수 없다. 연료를 주입할 때 상대국의 정보망에 발사 징후가 포착된다는 것도 취약점이다. 지하발사대 혹은 이동발사대를 갖춰야하는 까닭이다.

“한국 미사일 개발 능력 대포동1호 수준”

한국이 개발한 우주로켓 KSR-Ⅲ.

북한이 미사일 7발을 발사한 7월5일 미국은 발사 징후를 포착해 궤도를 추적하면서 긴박하게 움직였다. 정찰위성과 조기경보위성(DSP), U-2 고공 정찰기 등으로 북한을 손금 보듯 관찰한 것. 미국은 대포동2호의 액체연료가 채워진 기간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찰위성 KH-12에 탑재된 광학카메라(MSC)는 지표의 15cm 크기의 물체를 픽셀 하나로 나타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사일 전문가는 “대포동2호는 발사 준비에만 약 3주가 소요돼 미국이 언제든 선제공격할 수 있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결코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북한은 90년대 중반부터 고체연료 개발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엔 고체연료를 사용한 단거리(120km) 미사일을 실험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1998년 발사한 대포동1호는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1·2단계는 액체연료를,

3단계는 고체연료를 사용했다. 당시 대포동1호는 2단계까지 성공적으로 분리됐으나

3단계 로켓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위성(광명성1호)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실패했다. 고체연료 로켓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7월5일 발사된 대포동2호도 3단계 추진체는 고체연료를 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제3세계 국가들이 보유한 액체연료 미사일은 신뢰도도 떨어진다. 이들이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는 표적에 대한 정확도. 추진 및 유도 기술 부족으로 선진국 미사일에 비해 CEP(Circular Error Probable : 원형공산오차)가 크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CEP는 특정 목표물을 향해 발사된 미사일의 절반이 떨어지는 반경을 말한다. CEP가 100m라면 10발을 쏘았을 때 100m 반경 안에 5발이, 100m 반경 밖에 나머지 5발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스커드B, C의 CEP는 500m~1km로 추정되며 2km에 달한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노동1, 2호는 CEP가 700m~4km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현무는 CEP가 50m, 미국의 ICBM인 피스키퍼도 50m 이내의 CEP를 가졌다고 한다. 한 국방전문가는 “사거리는 짧지만 정확성 측면에선 우리 미사일이 우월하다. 실질적인 파괴력에선 현무가 앞설 수도 있다. 북한의 스커드는 점 표적(Point target)에 대한 공격에서는 큰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당한 수준의 고체연료 개발 능력을 갖고 있는 한국은 1993년 고체연료를 사용한 우주로켓 KSR-Ⅰ을 개발했다. 97년에는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2단 우주로켓 KSR-Ⅱ를 쏘아올려 단 분리를 실험했다. “고체연료 기술을 이용해 사거리 2000km의 준(準)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을 개발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미사일 전문가들의 얘기다.

지상에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은 사거리에 따라 보통 △ 5500km 이상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 2400~5500km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800~2400km는 MRBM △ 800km 이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 분류된다. 북한이 1998년 발사한 대포동1호는 MRBM, 7월5일 시험발사했으나 실패한 대포동2호는 ICBM이다.

한국은 2002년 11월 세 번째 우주로켓인 KSR-Ⅲ를 발사했다. 그런데 KSR-Ⅲ는 고체연료 대신 액체연료를 사용했다. 왜 그랬을까? 미국의 견제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이 우주로켓 연구를 명목으로 미사일을 개발한다는 의심을 해왔다. 미국 측 관계자들이 “살펴볼 게 있다”면서 KSR-Ⅱ 개발 실험실을 불시에 찾아와 연구원들이 거세게 항의한 일도 있다.

인공위성은 사거리 규정 제외

미국은 자주국방을 강조한 박정희 정부의 미사일 계획에 반대했다. 한국이 독자적인 핵무장을 준비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한국은 결국 “사거리 180km 이상의 어떤 미사일도 개발이나 획득하지 않겠다”는 각서(한미미사일양해각서)를 미국에 써줘야 했다. 군사용, 민간용(우주발사체) 모두 사거리 180km를 초과하는 미사일(로켓)을 개발할 수 없게 된 것.

2001년 1월17일 한미미사일협정에서 양국은 ‘사거리 300km, 탄두중량 500kg 이내의 미사일만 개발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미사일 지침을 채택했다. 미국은 협상 과정에서 △미사일 생산 시설에 대한 사찰 허용 △연구 및 개발, 생산 및 배치 전 단계의 관련 자료 제출 △민간 개발 연구 내용 공개 △현무 개발 당시 수준 이상의 정보 공개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한미미사일협정에 따라 한국은 인공위성용 로켓의 경우엔 사거리 규제 없이 발사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에서도 도입한 기술로 2007년 하반기 위성발사체 KSLV-1에 위성을 실어 쏘아올릴 수 있게 된 배경이다. 그러나 민간용의 경우에도 액체연료 방식으로만 우주발사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족쇄’가 달려 있다. KSR-Ⅲ가 액체연료를 사용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은 노 대통령의 주장대로 언론을 통해 다소 부풀려진 부분이 없지 않다”면서 “한국은 고체연료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미국의 반대로 미사일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최고 수준의 장비와 시스템을 갖춘 군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군통수권자의 바람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했듯 북한의 스커드에 재래식 탄두를 달았을 때 군사적인 위협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스커드는 일반 폭약을 사용하는 고폭탄은 물론이고 화학탄과 핵탄두까지 탑재할 수 있다. 점 표적에 대한 고폭탄두 미사일의 발사는 군사적으로 크게 위협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많지만, 화학무기나 핵무기를 탑재해 지점 표적(Area target)을 겨냥했을 경우엔 사정이 달라진다.

“자주군대 강조 부정적 결과 우려”

인구밀집 지역이 대표적인 지점 표적. 테러무기로서는 가공할 위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CEP를 고려할 때 군사시설을 목표로 발사한 미사일이 아파트단지 등에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대도시 주민을 인질로 잡고 있는 셈이다. 랜드연구소는 2004년 관련 보고서에서 북한이 미사일에 탄저균이나 사린가스 같은 화학탄두를 장착해 공격할 경우 23만∼9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한국은 현재 독자적으로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할 수단이 없다. 독일로부터 중고 패트리엇(PAC-2) 미사일의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미 회계감사원(GAO) 자료에 따르면 PAC-2의 탄도미사일 명중률은 55%에 불과하다. 미군의 조기경보체계를 공유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한 뒤 선제타격에 나서야 개전 초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작전권을 환수해오더라도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역대 정권들도 자주국방을 강조했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독자적인 탄도미사일 개발, 무기 부품 수출, 중남미 등으로의 탄약 수출 등 미국의 통제에 여러 차례 맞섰다. 그러나 실익은 크지 않았다. 자주국방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의 안보우산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시작전권을 미국으로부터 환수하고, 자주군대를 만들겠다는 노 대통령의 의지가 부정적인 결과를 낳지는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550호 (p18~21)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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