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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韓美 이혼수속 중!

KOREA 피로감 무관심하거나 경멸하거나

미래지향 비전 공유 실망 美 전략지도에서 사라질 판

  •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국제정치학

KOREA 피로감 무관심하거나 경멸하거나

지난 수년간 노무현 정부에 대한 미국의 생각은 막연한 불안감에서 출발해 분노의 수준을 넘었고, 이제는 ‘선의의 무관심’ 혹은 ‘경멸의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미 관계가 악화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양국 간의 현격한 입장 차이, 그리고 미국의 군사 및 안보 전력의 변화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미국의 전략적 변화는 한-미 관계의 수준을 넘어 더욱 광범위한 차원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한-미 관계 악화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사태를 전환시킬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설정하는 데 필요한 비전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함으로써 한국의 역할이 점차 미국의 전략지도에서 사라지거나 배제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뼈아픈 손실이라 하겠다.

한동안 미국인들은 ‘한국사회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를 놓고 고민했다. 그들은 한국의 새로운 주장과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나름대로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미국 측에 익숙한 학자들보다는 영어 소통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새로운 세대를 대변할 수 있는 한국 진보학자들의 견해를 듣길 원했다. 즉, 웨슬리대학 정치학과 과장인 캐서린 문 교수 같은 미국 내 2세대 학자들의 주장에 귀기울이면서 한국사회의 민주화에 따른 패러다임 변화(Paradigm Shift)에 적응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였다.

교착상태에 빠진 한반도 문제 다양한 비판 쏟아져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미국 내 보수 진영은 그가 변화를 원하는 젊은 세대들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점에 각별히 신경 썼다. 또한 그가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보다 많은 관심을 경주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오히려 노 대통령이야말로 더 많은 미국의 지원과 협력을 필요로 할 수 있다는 조심스런 낙관론에 기대를 걸기도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의 ‘허니문’은 오래가지 못했다. 반복되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 그리고 그에 따른 파장은 계획된 시도라기보다는 노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리더십 스타일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또한 노 대통령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새로운 국가적 도전을 시도하기보다는, ‘미국 비판’을 중심으로 진보 진영의 지지와 결속에 안주한다는 점을 간파했다.

미국은 김정일 정권이 촉발시킨 제2의 핵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의 협력이 매우 긴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아래에서는 북한에 실질적인 압력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음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과 중국 정부가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는 한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교착상태에 빠진 한반도 문제에 대한 다양한 비판이 미국 내에서 쏟아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존 켈리가 부시 행정부의 소극적인 접근방식을 문제 삼은 것은 부시 개인뿐만 아니라 미 외교에 대한 심각한 도전과제가 되었다.

부시 2기 출범과 동시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강경책이 예상됐지만 오히려 신임 미 국무장관 콘돌리사 라이스는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을 시도했다. 한국 대사로 좋은 평판을 얻은 크리스토퍼 힐이 아태 담당 차관보로 자리를 옮기고, 러시아 대사를 역임한 알렉산더 버시바우가 한국 대사로 부임한 것이다. 이들은 모두 국무성 내 구주국(EUR) 출신들이다. 즉, 1970년대 소련에 인권문제를 제기한 이른바 유럽 내 ‘헬싱키 프로세스’를 제대로 이해하는 전문가 그룹을 아태 지역에 전면 배치했다는 점에서 큰 변화가 아닐 수 없었다. 미 정부는 이들을 통해 더욱 장기적인 차원에서 북한과 ‘인권 대 경제 지원’을 맞교환하는 방식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의도는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KOREA 피로감 무관심하거나 경멸하거나

7월5일 발사된 북한 미사일들을 정밀 추적한 북미방공우주사령부(NORAD)의 통제센터.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 실무자들 좌절감

북한은 강경했고, 인권 문제에 관한 노무현 정부의 입장 역시 창의적인 돌파구를 찾는 데 역부족이었다. 북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실질적인 영향력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을 확인한 것도 미국이 더욱 강경하게 나가는 단초를 제공했다. 결국 부시 행정부의 새로운 전환 시도는 단명에 그쳤고, 크리스토퍼 힐의 도전은 딕 체니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들에 의해 행동반경이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북한이 6자 회담의 극적인 합의에도 새로운 경수로를 요구하자, 미국은 북한의 위폐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면서 맞춤형 제재(tailored sanction)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북한이 선택한 의도적인 경색 국면을 좀더 고통스럽게 만들어야만 해결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측 강경파들의 생각이다.

이러한 와중에 한국의 급진 NGO 세력들은 미국의 전시증원훈련(RSOI)을 계획적으로 방해하거나 용산기지 협정의 문제점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민족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청와대 참모들과 진보 진영의 사회단체들이 제기하는 전략적 유연성 문제, 평택기지 확대 및 이전 비용 지불의 과다 문제, 조속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요구와 연합사 및 유엔사 해체 주장 등은 미국이 한반도에 지상군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미국 의회나 조야에서 한국 정부가 이러한 노력을 방조하고 있다는 오해를 가질 만도 하다. 이러한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은 가장 오랜 전통과 이해관계를 가진 양국의 군 기관이나 국방성 실무담당자들에게도 깊은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다. 자주권 회복은 당연한 권리지만, 전시 상황 아래서 한미연합사 체계를 해체하는 일은 양국의 전략적 이해는 물론, 한국의 안전과 재정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측 인사들의 생각이다.

문제는 이들이 한국 측의 요구가 대다수 국민의 의사나 군의 자발적인 요구가 아닌, 진보 성향의 정치인들이나 일부 청와대 참모들에 의해 강행되고 있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대다수 국민이 이들의 주장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전시작전통제권의 조기 반환이 장기적으로 양국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이미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는 과거대로 유지될 수 없을 만큼 변했으며, 미국의 변화된 안보 전략에 따라 새로운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실리적 주장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이들 현실론자들은 미국이 그동안 추진해온 군사 변혁의 성과와 주변 동맹국들의 발전된 대비체제를 염두에 두어야 하며, 더 이상 한반도에 대규모 지상군을 잔류시킬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여단급 부대가 90일 간의 훈련에 참가하고 떠날 수 있는 수준으로 전환하는 게 최상의 대안이라는 주장이다.

예전에 비해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을 방문하거나 유학을 가고, 미쉘 위나 박세리 같은 스포츠 스타를 모르는 미국인들이 거의 없으며, 마을마다 한국식 단학선원에서 요가를 하거나 한국식당에서 순두부를 즐기는 것이 미국에서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또한 한국 브랜드의 대형 평면TV, 대형 냉장고, 세련된 휴대전화 등이 미국의 가전시장에서 최고 가격으로 팔려나가고 있으며, 많은 중산층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자연스럽게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긍정적인 ‘한국 사랑’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북한의 암울한 현실과 이를 바라보는 한국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다.

한국이 살길은 거대시장 미국과 새로운 공동 이익을 개발하거나, 동맹을 견고하게 지탱해줄 새로운 위협 요인을 찾거나,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는 일이다. 그러나 2006년을 지배하는 한국의 파워엘리트들이 미국인들에게 심어주는 이미지는 미국의 오만함에 대한 불만과 잘못된 관행 개선에 대한 강박관념뿐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희생과 투자는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발생한 불가피한 기회비용으로 폄하하고,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도전은 미국의 지나친 압력에 대한 정당한 자위권으로 해석하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전체주의 독재자의 잔혹한 인권 탄압과 기아문제에 대한 지적조차 북한정권 붕괴를 위한 간섭과 음모로 곡해한다면, 미국 조야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신뢰나 선호도가 높아질 리 없다.

3각 동맹 구축 등 우리의 기여 방안 분명히 제시해야

부시 대통령이나 일부 네오콘만이 우리가 극복해야 할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미국에서 자라나는 수많은 미래의 주역들, 미래의 민주당원이나 공화당원이 될 청소년들, 미국의 안보와 경제를 책임질 젊은 세대들에게 ‘한국인들과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대답할까? 이익도 가치가 전제돼야 비로소 창출된다는 사실을 한국 정부가 어느새 잊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미국인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한국에 대한 피로감이다. 많은 미국 내 친한 인사들은 더 나은 동맹을 위한 미국 외교의 변환 노력을 주문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노 대통령의 자극적 발언과 청와대 참모들의 투철한 민족주의적 성향이 미국인들로 하여금 한국의 견해와 입장에 점차 무관심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과 소통하려면 7000만을 넘어 3억의 인구와 함께할 공통의 가치를 담아내야 한다. 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들에 대해서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즉, 한반도 지역 외에서의 안보협력 방안이나 동맹 성격을 경제 중심으로 과감하게 이전, 일본을 포함하는 진정한 3각 동맹의 구축 노력 등 미래지향적인 주제들을 찾아 우리의 기여 방안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그동안의 한-미 관계에 대한 가장 많은 불평은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이다. 한국의 얘기에는 결코 새로운 내용이 없으며, 한국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전략적 이해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미사일 사태로 인해 한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은 다시 불거졌다. 미국 내에는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이 자신들 책임이라며 자책하는 인사들이 있는가 하면, 미래세대에 대한 가치교육은 자신들이 해줄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한국의 미래세대에 대한 기대를 가지는 동시에 한국 내 지식인들의 사회적 책임을 점잖게 주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홍규덕 교수는 미국의 안보정책 결정 과정에 깊은 관심을 갖고 방학 때마다 워싱턴을 방문해 조야의 다양한 미국인들을 면담해왔다.



주간동아 547호 (p24~26)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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