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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예수 뜻에 따라 배반? … 충격의 유다복음

13 페이지 파피루스 문서 콥트어로 기록 … ‘다빈치 코드’만큼 흥미로운 내용 담겨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예수 뜻에 따라 배반? … 충격의 유다복음

예수 뜻에 따라 배반? … 충격의 유다복음
1983년 5월 초, 로마에서 콥트어(고대 이집트어)를 공부하던 대학원생 스티븐 엠멜은 다른 대학원생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함께 스위스에 가서 콥트어로 된 고문서 몇 가지를 확인해보자는 전화였다. 스위스 제네바에 간 엠멜과 동료 두 명은 한 호텔 방으로 안내됐다. 호텔 방에는 두 명의 남자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사람은 영어를 전혀 못하는 이집트 사람이었고, 또 한 사람은 통역을 위해 따라온 그리스인이었다. 이집트 남자는 엠멜과 동료에게 세 개의 구두 상자를 내밀며 “30분의 시간을 줄 테니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을 확인해보라. 사진을 찍거나 내용을 베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구두 상자들 안에는 한눈으로 보기에도 오래된 파피루스 뭉치가 들어 있었다.

예수에게 가장 사랑받았던 제자?

어리둥절해진 엠멜은 파피루스 뭉치들을 살펴보았다. 적어도 1000년은 돼 보이는 문서들은 벌써 가장자리가 닳아 떨어지고 여러 조각으로 부스러져가는 상태였다. 문서가 훼손될까 걱정된 엠멜은 집게로 한 장씩 들어올리며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낯익은 이름이 보였다. ‘유다(Judas)’. 엠멜은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유다 도마(Judas Thomas)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이름은 은 30냥에 예수를 팔아넘긴 배반자 가롯 유다를 가리키고 있었다. 엠멜은 자신이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놀라운 문서를 읽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바로 ‘유다복음’이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5월호에 실린 ‘유다복음’의 발견 스토리는 소설 ‘다빈치 코드’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이 문서는 예수의 제자이면서도 그를 팔아넘긴 배반의 대명사, 역사 이래 가장 미움받는 인물-심지어 독일에서는 부모가 자녀에게 ‘유다’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 법으로 금지돼 있다-인 유다가 실은 예수의 가장 사랑받는 제자였으며, 예수의 뜻에 따라 그를 로마군에게 넘겼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흥미로운 발견의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엠멜은 두 친구를 데리고 다급히 호텔 방에 딸려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문서를 입수하려면 작전을 짜야 했다. 엠멜 측이 제시할 수 있는 상한선은 5만 달러였다. 그러나 이집트인은 300만 달러를 요구했다. “당시 우리에게는 그런 큰 금액을 지불할 능력이 전혀 없었습니다.” 독일 뮌스터 대학의 교수가 된 엠멜은 그 순간을 아쉬운 듯 회상했다. 이집트인의 눈을 피해 문서 내용을 몰래 베껴 썼으나 26페이지나 되는 문서를 모두 기록하거나 기억하기란 불가능했다. 수수께끼의 이집트 남자는 구두 상자들을 들고 사라져버렸다.



엠멜 일행에게 유다복음을 팔려고 했던 이집트 남자는 ‘한나’라는 이름의 중개상이었다. 그는 카이로에서 밝혀지지 않은 루트를 통해 유다복음을 손에 넣었고, 이 문서를 팔기 위해 유럽으로 건너온 길이었다. 그러나 한나가 너무 높은 가격을 고집하는 바람에 유다복음의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나는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시티은행 지점 금고에 유다복음과 다른 파피루스 문서들을 보관해놓았다. 그리고 17년의 세월이 흘렀다.

거래는 2000년이 되어서야 성사됐다. 프리에다 누스버르거-차코스라는 그리스 출신 딜러가 30만 달러 남짓한 금액으로 이 문서들을 사들였다. 몇몇 중개상과 학자들의 손을 거친 문서는 스위스 메세나 고미술 재단의 손에 들어갔다. 재단은 콥트어 전문가인 로돌프 카서 교수의 지휘 아래 26페이지에 이르는 유다복음 전문을 영어로 번역했다. 4월9일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는 웹사이트를 통해 유다복음의 콥트어 원문과 영어 번역본을 공개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의 테리 가르시아 수석 부사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다복음의 발견은 지난 60년간 발굴된 각종 성경 관련 문서와 외경들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라고 말했다.

유다복음은 13페이지의 파피루스 문서를 가죽끈으로 묶은 형태다. 파피루스의 앞뒤에 콥트어로 내용이 쓰여 있지만 훼손된 부분이 적지 않아 전문을 읽을 수는 없다. 그러나 공개된 유다복음의 내용은 ‘다빈치 코드’만큼이나 흥미롭다. 유월절 전의 일주일간 유다가 예수와 나눈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담고 있는 유다복음은 열두 제자 가운데 오직 유다만 예수가 육신을 벗어야 부활할 수 있음을 인식했다고 설명한다. 예수는 유다에게 이렇게 말한다. “눈을 들어 구름에 싸인 별을 보라. 길을 인도해주는 별이 너의 별이다.”

심지어 유다는 빛나는 구름에 싸인 채 운집한 군중에게 말하기까지 한다. 이 부분에서 파피루스 문서가 훼손돼 있어 구름 속의 유다가 군중에게 뭐라고 말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26페이지 분량의 유다복음은 유다가 돈을 받고 예수를 로마 병사들의 손에 넘겨주는 대목에서 갑작스럽게 끝난다.

서기 220~340년 사이에 쓰여져

지난 2000년 동안 성경이나 예수와 관련한 위조문서와 유물들은 무수히 쏟아졌다. 예수의 수의나 예수의 동생 야고보의 뼈를 담은 유골함 등은 결국 가짜라는 사실이 판명됐다. 그러나 최소한 유다복음은 후대에 만들어진 가짜 문서는 아니다. 애리조나 대학이 유다복음이 쓰인 파피루스와 잉크를 탄소동위원소 연대측정법으로 측정한 결과, 서기 220년에서 340년 사이에 쓰였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이 파피루스 문서는 콥트어로 쓰여 있다. 학자들은 유다복음이 당시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고대 그리스어 문서를 콥트어로 번역한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렇다면 유다복음이 처음 쓰인 연대는 서기 220년 이전이 된다. 이와 관련해 ‘내셔널 지오그래픽’ 측은 서기 180년에 리옹의 이레네우스 교부가 쓴 논문 ‘이단에 맞서서’에 유다복음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며, 이 문서가 처음 쓰여진 것은 서기 180년 이전이라고 추론하고 있다.

유다복음이 담긴 파피루스 문서가 처음 발견된 것은 1945년이다. 이집트의 한 농부가 카이로 남부의 나그 함마디(Nag Hammadi) 근처 밭에 묻혀 있는 단지 하나를 찾아냈다. 단지 안에는 오래된 파피루스 뭉치가 가득 들어 있었다. 신학자들은 이 문서들을 ‘나그 함마디 문서’라고 부른다. 52권에 이르는 나그 함마디 문서들 중에는 도마복음, 빌립보 복음, 막달라 마리아 복음 등이 포함돼 있다.

나그 함마디 문서들은 대부분 그노시스파(靈智主義·Gnosticism)에 의해 쓰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어로 ‘지식’이라는 뜻의 그노시스파는 지식의 습득을 통해 인간이 구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초기 기독교파의 한 갈래다. 그러나 그노시스파는 초기 교부들에 의해 이단으로 몰리면서 서기 3세기경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아카디아 신학대학의 크레이그 에반스 교수는 “초기 교회에는 신약의 4대 복음 외에도 수많은 복음들이 존재했다. 그중 신자들에게 가장 널리 읽힌, 바꿔 말하면 가장 진실에 근접했다고 믿어진 복음들이 살아남았다. 그것이 4대 복음이다”라고 소개했다. 유다복음 역시 초기 교회 성립과정에서 사라진 그노시스파의 복음서 중 하나라는 것이다.

연세대 박찬웅 박사(신약학)는 유다복음이 그노시스파의 한 갈래인 가현주의(假現主義·Doketism)적 신앙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다복음에는 예수께서 유다에게 ‘너는 다른 제자들을 능가하는 자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입고 있는 인간적 육신을 네가 없애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셨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유다복음의 저자가 예수의 인성을 물리적 육체가 아니라 예수의 본래적 신성 위에 걸쳐진 외투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이해 방식을 통해 본다면 유다복음은 그노시스파의 문서인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그노시스파 복음서 거의 확실”

그노시스파를 연구해온 하버드 대학의 카렌 L.킹 교수는 유다복음의 존재가 서기 2, 3세기경에 초기 기독교 교부와 그노시스파 사이에 벌어진 신학 논쟁을 반영한다고 말한다. “예수의 죽음이 신의 계획이라면, 유다의 배반 역시 신의 계획 중 일부였다고 해석할 수 있지요. 그렇다면 유다는 배반자입니까, 아니면 그리스도의 십자가 수난을 가능케 해준 사람입니까?”

예수 뜻에 따라 배반? … 충격의 유다복음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결혼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 ‘다빈치 코드’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5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주연을 맡은 톰 행크스(왼쪽)와 감독 론 하워드.

한편 국내 신학자들은 대부분 유다복음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신약학을 전공한 한 대학교수는 “이전에도 신학자들은 유다복음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이 복음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유다복음이 새로운 발견이거나 신학적으로 연구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시대적 조류일 뿐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박찬웅 박사 역시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 복음이 기존의 복음서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다고 여기는 학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유다복음에는 중대한 모순이 하나 있다. 신약 4대 복음서의 주인공은 예수다. 그런데 유다복음은 예수가 아닌 유다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한 기독교 관계자는 “내용의 진위는 차치하고라도 유다복음은 예수가 아닌, 예수의 한 제자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복음서의 기본 형식조차 갖추지 못한 문서다”라고 지적한다.

전 세계적으로 4000만 부가 팔린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는 톰 행크스가 주연한 영화로도 제작돼 5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결혼이라는 가정만큼이나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유다복음은 또 하나의 다빈치 코드가 될까?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스위스에 보관돼 있는 유다복음은 곧 문서가 처음 발견된 이집트로 돌아가 카이로의 콥트어 박물관에 소장될 예정이라고 한다.

외경이란?

신학적으로 연구할 만한 가치 있는 문서


신학자들은 유다복음이 ‘외경(外經)’이 아닌 ‘위경(僞經)’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외경과 위경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외경(Apocrypha)은 정경(正經·Canon)은 아니나 신학적으로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서다. 반면 위경(Pseudepigrapha)은 경전을 흉내낸 가짜 문서다. 즉 외경은 성경 밖의 경전이지만, 위경은 아예 거짓을 담고 있기 때문에 연구할 가치조차 없다는 것이다. 교회사가들은 신약성서 27권을 제외한 예수 이후에 쓰인 모든 기독교 문서들을 외경 또는 위경으로 본다.

반면 구약의 외경은 신약 외경보다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개신교 성경의 신구약은 66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천주교는 1546년의 트렌트 종교회의에서 이 66권 외에 토비아서, 유딧서, 마카비상, 마카비하, 지혜서, 집회서, 바룩 등 7권의 구약 외경을 구약의 정경으로 인정했다.

구약에도 위경이 있다. 구약의 위경은 유대인과 초기 기독교인들이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동방정교회는 구약 위경 중 마카비 3서, 마카비 4서 등을 정경으로 인정한다. 이처럼 많은 외경과 위경들은 초기 기독교 사회에서는 많은 저자들이 다양한 경전을 썼으며 거기에 따른 격렬한 논쟁도 수없이 벌어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주간동아 532호 (p64~66)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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