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9

2006.04.04

얼꽝·몸꽝 연예인 ‘비정상 만들기’

  • 배국남 마이데일리 대중문화 전문기자 knbae24@hanmail.net

    입력2006-04-03 1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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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꽝·몸꽝 연예인 ‘비정상 만들기’

    SBS ‘실제상황 토요일-리얼 로망스’의 한 장면

    “결혼할 준비는 다 됐는데 아직 배우자를 만나지 못했다. (배우자의 조건은) 첫째, 2세를 위해 외모가 잘생겨야 한다. 둘째, 경제력도 무시할 수 없다. 셋째, 마음이 잘 맞아야 한다.”

    스타 김희선은 최근 자신이 출연한 영화 ‘신화’의 일본 개봉을 앞두고 ‘산케이스포츠’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기사를 접한 누리꾼들은 “솔직하다” “자신의 욕구를 당당하게 밝혔다” 등의 긍정적 의견과 “속물근성의 극치” “결혼이 물물교환이냐” 등의 비판 의견으로 크게 엇갈렸다.

    잠시 브라운관 풍경으로 들어가보자. KBS ‘해피 선데이-여걸식스’, SBS ‘일요일이 좋다’ ‘실제상황 토요일-리얼 로망스’ 등은 각 방송사의 대표적인 주말 오락 프로그램. 그런데 이들 프로그램에는 모두 연예인의 만남과 짝짓기 게임이 가미돼 있다.

    또 이들 프로그램에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비호감’ ‘얼꽝’ ‘몸꽝’ 연예인이 어김없이 출연한다. ‘해피 선데이’의 신정환, ‘실제상황 토요일’ ‘일요일이 좋다’의 하하, 박명수, 지상렬 등이 비호감 연예인의 대표주자로 고정 출연하고 있다.

    이들은 여자 연예인들에게 끊임없이 ‘일회용 만남’을 위해 처절한 구애의 몸짓을 보내지만 늘 ‘부적합’ 판정을 받고 버림받는다. 얼굴이 못생겨서, 나이가 많아서, 성격이 이상할 것 같아서 간택되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여자 연예인들은 잘생기고 젊은 남자 연예인에게 호감을 내보이며 기꺼이 몸을 던져 짝을 이루려고 애쓴다. ‘얼짱’ ‘몸짱’ 남자 연예인은 여자 연예인들의 끊임없는 구애를 받는다.



    얼꽝·몸꽝 연예인 ‘비정상 만들기’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비호감 연예인’으로 출연 중인 박명수, 신정환.

    이들 오락 프로그램은 자본주의의 상징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자본과 쉽게 교환될 수 있는 위력을 가진 잘생긴 외모, 젊음 등 외적 조건을 이상화하고 나아가 ‘일상화’, ‘정상화’를 끊임없이 시도한다. 이처럼 오락 프로그램을 통해 증식된 육체적 이미지 등 외적 조건은 알게 모르게 시청자 인식에 똬리를 튼다. 정상적인 것과 표준적인 것은 티가 나지 않고, 비정상적인 것은 티가 나듯 어느새 우리 의식에서는 얼짱, 몸짱에서 벗어난 외모를 가진 사람은 ‘표가 나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오락 프로그램에서 강권하는 얼짱·몸짱을 자신,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얼짱·몸짱이 아닌 사람, 나이 먹은 사람을 문제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는 게 아닐까?

    이런 의견에 대해 오락 프로그램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웃고 즐기는 가운데 우리 의식은 물화된 인간의 외형적 조건들에 경도돼간다. 김희선이 배우자 조건으로 인간성보다는 외모와 경제력을 꼽은 것과 현재의 주말 오락 프로그램은 너무 흡사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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