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4

2006.02.28

봄은 벌써 남도를 간지럼 태웁니다

  • 최미선 여행플래너 / 신석교 프리랜서 여행 사진작가

    입력2006-02-27 13: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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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은 벌써 남도를 간지럼 태웁니다

    아름다운 낙조로 이름난 세방낙조대의 저녁노을.

    긴 겨울의 끝자락. 논은 아직 까슬까슬한 볏짚으로 덮여 누런 겨울빛이지만 어느새 봄기운이 꾸물꾸물 올라온다. 남도 땅은 바람결도 훈훈하다. 그 포근한 기운을 조금 일찍 맛보려면 진도로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인 진도는 사시사철 푸른빛을 간직하고 있다. 섬을 둘러싼 바다 빛깔도 푸르고, 소나무가 들어찬 야트막한 산도 푸르다. 겨울 햇살마저 따사로운 이곳은 초봄에 출하될 대파와 배추 농사가 한창이어서 들판도 초록 카펫을 깔아놓은 듯 푸르다. 때문에 진도는 겨울에도 파릇파릇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여행지다.

    진도의 관문 진도대교 밑은 세찬 물살이 소용돌이치는 울돌목이다. 이 거센 물살을 이용해 이순신 장군이 불과 10여 척의 전함으로 300여 척의 왜선을 격파했다.

    외지인의 눈에 비친 진도의 첫 느낌은 아기자기하다. 진도대교를 건너자마자 왼편 오르막길 위에 자리한 팔각정 형태의 녹진전망대에 올라보자. 이곳에 서면 진도대교와 수많은 섬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진도의 모습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팔각정 앞에는 반질반질한 자갈이 깔린 ‘맨발 지압로’도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이 길을 몇 번 오가면 진도 여행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운림산방



    진도에 가면 세 가지만큼은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글씨와 그림, 노래가 그것이다. 그만큼 예술가가 많고 심금을 울리는 명창이 많이 태어난 곳이다. 예향(藝鄕) 진도에서는 남종화의 본산지 운림산방(의신면 사천리)을 첫 번째 명소로 꼽는다. 운림산방은 추사 김정희(金正喜)에게 본격적으로 그림수업을 받은 뒤 남종화(동양화는 남종화와 북종화로 나뉘는데, 남종화가 부드럽고 추상적인 반면 북종화는 직설적이고 현실적인 화풍이다)의 대가가 된 소치 허련 선생이 만년에 거처하던 화실이다. 사방으로 수많은 봉우리가 어우러져 있는 깊은 산골에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루었다 하여 운림산방이란 이름이 붙었다.

    진도의 한라산이라 불리는 첨찰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운림산방 주변으로는 소치 선생의 생가와 화실, 소치 선생과 후손들의 그림이 전시된 소치기념관, 진도역사관이 옹기종기 자리하고 있다. 연꽃을 가득 품은 채 마당 한복판에 자리한 연못도 운림산방의 운치를 더해준다.

    기념관 안으로 들어서면 널찍한 방마다 소치 선생을 비롯해 3대에 걸친 허씨 집안의 그림과 기이한 모양의 수석, 도자기들이 빼곡하게 전시돼 볼거리가 쏠쏠하다.

    봄은 벌써 남도를 간지럼 태웁니다

    ① 우리 민중의 애환 어린 삶을 노래한 진도아리랑비. ② 고려시대 삼별초군의 대몽항쟁 근거지였던 용장산성 행궁터. ③ 이순신 장군이 거센 물살을 이용해 명량대첩을 이룬 울둘목에 놓인 진도대교.

    운림산방 뒤편으로 150m 정도 오르면 진도아리랑비가 정겨운 풍경을 자아낸다. 한민족의 상징 민요인 아리랑은 곳곳마다 그 고장의 특색을 담고 있다. 그중 진도아리랑은 원망과 슬픔을 신명 나는 가락과 해학적인 노랫말로 풀어낸 아리랑타령 중의 꽃이다.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문경새재는 웬 고갠가.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로다….’ 구성진 가락에 묘한 흥취가 묻어나는 진도아리랑을 흥얼거리면 고된 삶을 노랫말로 토해내며 시름을 달랬던 이 고장 선인들의 슬기로움까지 덤으로 배워올 수 있다. 운림산방 문의 061-543-0088

    봄은 벌써 남도를 간지럼 태웁니다

    수많은 봉우리가 어우러진 산골에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룬다 하여 이름 지은 운림산방

    용장산성

    군내면 용장리에 위치한 용장산성은 몽골군의 침입을 받은 고려 원종이 굴욕적인 강화조약을 맺고 개경으로 환도하자 이에 불복한 삼별초군이 대몽 항쟁의 근거지로 삼은 성이다. 성의 길이는 용장리, 세등리, 고군면의 도평리, 벽파리, 오류리를 잇는 산등성을 따라 총 12.75km이며 높이는 4m 정도로 현재 성벽의 대부분은 원형이 사라진 상태. 그러나 산성 안에 용장사지와 석축이 웅장한 행궁터가 남아 있다. 넓은 궁터를 부드러운 산세가 감싼 아늑한 분위기로 층층이 돌계단을 쌓아놓은 모습이 이색적이다. 용장산성은 진도대교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 찾기도 쉽다.

    세방낙조대

    진도를 찾는 이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 중 하나가 세방낙조대. 다도해의 섬들 사이로 지는 해가 낭만적인 까닭이다. 낙조의 빛깔은 대기 중의 수분 비율을 비롯해 여러 가지 기상조건과 관계가 깊다. 기상청에서도 낙조가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세방낙조대를 꼽고 있다. 여느 관광지처럼 요란스럽지 않아 해 질 무렵에 감미로운 분위기를 즐기러 오는 연인들이 많다.

    세방낙조대 인근 도로는 해안 경관이 멋들어져 드라이브 코스로도 그만이다.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을 바라보며 달리기 좋은 곳으로 굳이 세방낙조대에 서지 않더라도 차 안에서 아름다운 낙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목포 IC-영암 방향 2번 국도-영산강 하구둑 지나 대불공단 이정표 따라 우회전-영암방조제 건너 삼거리에서 49번 지방도로 화원면 방향-77번 국도 만나는 삼거리에서 좌회전-문내 삼거리에서 오른쪽 방향 18번 국도 이용-진도대교-진도

    ☞ 맛집

    진도는 읍내 주변을 제외하고는 먹을 곳이 마땅치 않다. 옥천횟집(061-543-5664)은 진도에서 나는 자연산 회를 중심으로 한정식을 차려내는데, 웬만한 잔칫상 음식을 능가한다. 4인 기준 한 상에 10만원. 이외에 백반과 곰탕(각 5000원)을 전문으로 하는 수정관(061-544-3114), 아구탕·복어탕(1만~1만3000원)이 맛깔스런 산호복집(061-544-8383) 등이 찾아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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