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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교수’ 이원종의 거친 음식 이야기④

미국에서도 잊지 못한 ‘부추의 맛’

  • 이원종/ 강릉대 식품과학과 교수

미국에서도 잊지 못한 ‘부추의 맛’

미국에서도 잊지 못한 ‘부추의 맛’
내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25년 전 미국 유학 시절부터다. 당시 유학 생활을 하면서 가장 먹고 싶었던 채소 중 하나는 부추였다. 그런데 서양 사람들은 부추를 잘 먹지 않아 슈퍼마켓에서 부추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부추 씨를 어렵사리 구해서 내가 살고 있던 아파트의 잔디밭에 잔디를 조금 뽑아내고 심었다. 얼마 후 당시 미국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부추 밭이 생겼다. 그러던 어느 날 아파트 관리인이 잔디를 손질하면서 내 부추 밭까지 다 깎아버렸다. 그의 눈에는 부추도 잔디로 보였나 보다. 그 다음 날 나는 부추 밭임을 표시하기 위해 나무를 잘라 정성스럽게 울타리를 만들어 세워놓았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아파트 관리인이 울타리를 치우고 울타리 안에까지 깎아버렸다. 그러한 수난 속에서도 내가 열심히 물을 준 덕분에 생명력이 강한 부추는 잘 자랐다. 낯선 땅에서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가져온 부추도 고생을 한 셈이다.

공부가 끝나고 귀국해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에 그 대학을 다시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나는 가장 먼저 평소에 궁금해했던 부추 밭을 찾았다. 내가 살았던 아파트의 잔디밭에선 여전히 부추가 잘 자라고 있었다. 잔디 깎는 기계로 수없이 깎였을 텐데도 10년이란 세월을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부추는 원래 야산이나 들에서 자라는 야생식물로 한번 뿌리를 내리면 쉽사리 죽지 않는다. 농가 주택의 담 밑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느 곳에서나 부추가 자라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부추는 자연적으로 생긴 경우가 많으며, 특별히 돌보지 않아도 꿋꿋이 자란다. 간혹 부추 사이에 자라는 잡초를 뽑아주기만 하면 된다. 부추는 조금 자란 뒤에 잘라 먹어도 며칠 후면 자라므로 수시로 수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척박한 땅에서 비료를 따로 주지 않아도 잘 자라며, 병충해도 거의 없어 유기농으로 재배하기가 쉽다. 집 안에 뜰이 있다면 몇 포기만 뿌리째 옮겨 심어놓으면 수시로 먹을 수 있다. 씨는 3월경에 뿌리고, 어느 정도 자라면 20~30cm 간격으로 5~6포기씩 옮겨 심는다. 부추 씨는 20℃ 전후에서 발아가 잘된다. 10℃ 이하의 저온에서는 거의 발아하지 않으며, 25℃ 이상의 고온에서는 발아율이 떨어진다.

비타민·철분 등 영양소 골고루 함유

부추 100g에는 비타민 A 0.5mg, 비타민 C 37mg 정도가 들어 있으며, 철분이 2.9mg이나 있어 빈혈을 예방하는 데도 좋다. 또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B1, B2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부추는 비타민과 같은 영양소를 섭취하기 위해서 먹기보다 독특한 향과 아리는 듯한 맛 때문에 먹는다. 부추는 항미생물질인 독특한 유황아릴화합물을 함유하고 있어 미생물을 죽이는 구실을 하고, 활성산소를 제거하여 암을 억제하며, 관상동맥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부추를 먹으면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예부터 부추는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고 하는데,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온신고정(溫腎固精)의 효과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는 유황아릴화합물이 자율신경을 자극하여 에너지 대사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부추는 강장작용이 있고, 설사나 복통에 효과가 있으며, 정력에 좋다 하여 절에서는 금기시하는 식품인데 이는 모두 유황아릴화합물 때문이다. 부추는 생으로 쌈을 싸서 먹기도 하고 살짝 데쳐서 무쳐 먹기도 하며, 튀김이나 볶음으로 먹을 수도 있다. 또 오이소박이김치나 부추김치도 담가 먹는다. 부추김치 담그는 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주간동아 2005.08.30 500호 (p87~87)

이원종/ 강릉대 식품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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